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부자관련서다. 10년 전인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10억 부자 되기와 같은 재테크 관련서가 하루에 몇 권씩 나오곤 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닥쳐온 불황기에는 비슷한 류의 책마저 자취를 감췄다. 하기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있는 재산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1/3씩 줄어드는 판국에 무슨 돈 모으는 이야기 일까. 재테크책이 환영받을 리 없다. 설령 있다 손치더라도 부채를 줄이는 법이라던가 불황의 시대 가계가 대처해야 할 법 등에 관한 책들이 대다수였다. 아니면 위기가 곧 기회라고 저자들이 투자해서 돈 버느라 정신없어 책을 내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난 해 말부터 조금씩 부자서와 재테크 책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책들은 10년 전에 나왔던 재테크 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전에 나왔던 재테크 책이 1020억 부자 등 숫자 늘리기에 치중했다면 요즘은 행복한 부자되기라던가 소유보다는 경험을 누려라와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 책<부자의 그릇>도 최근의 경향에 부합되는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될 그릇부터 먼저 키워라라는 부자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돈의 교양과 본질을 전파하고 있는 경제금융교육 전문가가 교양 소설 형식의 메시지를 통해 부자가 되는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돈과 인생의 진짜 주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이즈미 마사토라는 사람인데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 주식회사 대표이사라고 하니 금융교육 베테랑이라고 봐도 되겠다.

일본 최대의 독립계 파이낸셜 교육 기관인 파이낸셜 아카데미는 현재 수강생이 6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경제 입문과 회계, 재무, 경제신문 보는 법, 자금 계획에서 주식투자 교실, 부동산투자 교실 등의 투자 학교까지 폭넓은 재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 아닐까. 저자의 마인드에 공감하니 책을 온전히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들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살펴보자면 한때 연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오너 였던 주인공은 소위 초심자의 오류로 인해 도산하여 3억 원의 빚을 짊어지고 할 일 없이 매일 분수대 근처를 방황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서울역이나 종로 등에서 자주 보는 노숙자들 중 몇몇도 이런 경우를 만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주인공은 어느 추운 날 100원이 부족해 자판기 음료 하나 먹지 못할 정도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그러다 스스로를 조커라고 부르는 노인이 건넨 100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7시간에 걸친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조커라는 사람은 사업으로 크게 부자가 된 노인이었고, 이 노인이 주인공을 만나게 된 데에는 우연이 아닌 이유가 따로 있었다.

 

신용이 두터운 사람에게 돈이 온다.“ 즉 신용이 돈을 끌어당긴다는 말은 깊이 공감한다. 돈은 타인으로부터 들어오며, 결국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나의 통장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부자라면 열이면 열, 한결 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 ”약속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 그래야 신용이 두터워져서 장사할 기회도 생기고 그런 기회가 많아지면 부자가 된다.“의 중심엔 신용이 들어 있다. 타인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된다는, 부자라면 아는 신용의 원리를 우리는 너무 가볍게 여긴다.

 

예를 들어 제 아무리 금리가 1퍼센트대라고 하더라도 돈을 모으려면, 돈을 믿고 맡기려면 은행밖에 없다(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저축률은 여전히 높은 이유, 원금이라도 잃기 싫어서다). 은행 지점 한 곳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월급통장은 물론 예적금까지 꾸준히 거래를 하다 보면 지점과의 신용도는 차츰 높아진다. 1 금융권인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10%대 이자를 감수한다고 해도 단 한 푼도 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의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는(불쾌하게도 은행의 신용도는 마치 유리지갑을 보듯 고객의 현금이동을 은행이 훤히 읽을 수 있을수록 높아진다. 그래서 돈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사람은 신용도가 최고다) 3~4%대 금리로 대출해 준다. 카드 역시 한 번도 연체를 하지 않으면 사용한도는 끝없이 증가하지 않던가. 이런 것이 신용도가 돈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이 여기까지라 아쉽고 안타깝다. 스토리의 구성도 엉성한데다 마지막엔 극적인 요소를 더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소설형식의 재테크서가 갖는 치명적인 실수는 스토리와 핵심이 따로 논다는 것인데, 이 책도 이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주제와 핵심이 주는 메시지는 약하고, 논리 역시 엉성하다. 서사의 구성이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의 7시간으로 한정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 같다.

사업에 실패한데다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주인공에게 두터운 신용이 돈이 된다는 메시지가 과연 어울릴까 의문이다. 만약 스토리처럼 주인공이 재기에 성공한다면 제 스스로 딛고 일어선 것이 아니라 몸 아픈 딸아이가 조커와 친해진 덕분이 아니고 뭘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캔 블랜차드의 짧은 경영우화들이 찬사를 받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차라리 6년 전에 읽은 <돈의 교양>(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2821) 더 유익할 것 같다. 이 책이 올해 꽤 많이 팔린 것으로 아는데, 필경 시의적절성덕분이었으리라.

리뷰를 쓰는 내내 나았던 점을 찾으려 애를 써 봤지만 찾기 어렵다. 그나마 핵심 메시지가 신선하지 않았더라면 리뷰조차 쓸 마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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