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우석훈이 돌아왔다. 김미화, 선대인과 함께 ‘나는 꼽사리다‘로 전국을 달궜던 ’우띨‘이 마이크 대신 펜을 들어 독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주머니는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을 모델로 놓고 ‘우리보다 먼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인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게 될 길이 보인다’는 저자의 생각이 이 책 전체를 이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10년간, 쉽지 않은 시간이 흐를 것이다. 10년 후에 한국경제의 본진이 될 가장 중추적인 집단이 30대다. 이들을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덜 죽거나 덜 다치게 해서 무사히 다음 흐름까지 버티게 할 것인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재약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27쪽

 

   키워드는 생존. 일본 정부와 정치는 20년 내내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은 훨씬 더 궁색해지고 씀씀이가 줄어들망정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며 실패하진 않았다. 힘든 시절을 먼저 겪은 그들을 통해 국내 현실을 투영한다면 불황의 탈출구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선 ‘집 살까, 말까?’다. 최근 언론에서는 지금이 집을 사는 최적기라고 연일 떠들고 있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면 저자는 ‘집 사지 말고 차라리 월세로 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금 오늘의 일본처럼 ’집을 사는 것이나 대출을 갚는 것보다도, 파는 게 더 힘든 시기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파트의 환금성(換金性) 측면에서 ’500세대 이상 아파트는 현금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꾸준히 떨어질 뿐 오를 생각이 없는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 더구나 옛날처럼 시세차익 남기고 나중에 팔 집을 찾는다면 아예 살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

   ’집 처분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담고 있는 무거운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몇 해 전 저축은행 사태 때 0.1%의 이자를 더 받겠다고 저축은행에 저축했다가 원금을 날린 예금피해자들을 떠올리면 덧정 없을 것이다.

   한편 만약 전세를 살고 있다면 재산권 확보를 위해 필히 ‘전세권’을 설정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확정일자라도 확실히 받아두어야 한다. 현재는 가급적 월세는 사는 것이 좋다. 저자는 최소한 이번 정부 말기와 다음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면서 월세로 살면서 이를 ’미래 리스크에 대한 회피비용‘이라 생각하고 버티라고 조언한다. 종합해 보면 ’한동안 일반인이 부동산으로 돈 벌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10년 불황에 개인재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축밖에 없다. 더 벌수 없다면 원금보장이라고 확보해야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저축률은 놀라울 정도다. 이에 대해 뒤집어 해석하면 일본인들이 소비를 안 해서 일본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살아남아서 일본경제가 아직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98쪽

 

   우리의 20대는 ‘88만원 세대’지만, 일본의 20대는 저축률이 35퍼센트에 달한다. 대한민국 30대는 마이너스통장 등 '생계형 가계대출'로 겨우 버티지만, 일본의 30대는 30퍼센트의 저축률을 자랑한다. 불황의 긴 터널을 위해서 재무조정이 시급하다.

   10년 후를 보장받으려면 시급히 마이너스 통장을 청산하고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해법으로 저자는 최소한 ‘1 년치의 생활비’를 비축하라고 말한다. 돈이라는 것이 참말로 요물이다. 돈이 없으면 오만가지가 먹고 싶어지고, 솜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위를 탄다. 하지만 ‘넉넉하다’고 느낄 만큼의 돈이 있다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기운이 나는 법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 1 년치의 생활비는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종잣돈)아니라, 불황동안 겪을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불안을 덜어줄 일종의 쌈짓돈인 셈이다. 여윳돈을 가지고 있으면 심리적 안정 덕분에 오히려 실제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불황대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대답은 지극히 싱겁다. 1년짜리 정기예금 형태로 계속 묶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은행 이자율이 낮다거나, 차라리 펀드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등의 신문 헤드라인 같은 말은 저축액이 10억 원 정도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하의 여유자금을 가진 우리에게 이자율이나 수익률 자체를 따지기는 무의미하다. 안전이 최고. ‘은행 이자율이 낮더라도 생돈을 날리는 것보다는 그 돈을 모아 묶어두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편 더 말 할 것 없이 불황에 신용카드는 적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사고 싶은 충동과 구매하는 순간의 시간 격차가 거의 없다.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야 돈을 모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가위로 잘라내든지, 굳이 있어야 한다면 물을 붓고 냉동고에 넣으면 어떨까. 그러면 얼음이 녹는 동안 ‘정말 이 제품(서비스)를 구매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벌테니까.

 

   이 책의 백미는 육아와 교육에 대해 논한 4장(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였다. 미래에셋 부회장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창희 소장은 책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에서 노후 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교육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언제까지, 얼마나 자녀를 도와주어야하는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 맏아들 출세시키기 식‘으로 올인 했다가 노후에 후회가 막급인 부모가 적지 않다.

   특히 지금 성행하고 있는 조기유학, 영어 조기교육, 선행학습 등 사교육 열풍은 ’낭비‘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국내영업에는 선후배로 얽힌 명문대생이 낫고, 해외영업에는 차라리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로 조기유학생은 요즘 취업에서 찬밥신세다. 또 선행학습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선행학습의 성과가 확실하다면 시행하지 않을 선진국은 단 한 나라도 없다. 선진국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도움이 안 될뿐더러 문제가 많아서다. 저자도 같은 생각이다.

 

“선행학습의 폐해는 명확하다. 놀기도 하고, 독서도 하고, 새로운 경험도 해야 하는 시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학생들은, 잘 되면 학습의욕 상실, 잘못되면 스트레스 과다에 의한 우울증이다. 일반계 학교든 특수학교든, 학교에서 하는 내용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흥미를 잃는 것은 덤이다.” 217쪽

 

 

   보통 과외를 하면 두어 달 후 시험결과 만으로 과외효과의 여부는 금방 파악된다. 하지만 선행학습은 그게 불가능하다. 저자는 몇 년 후에 배우게 될 과정을 미리 학습시키기 때문에 그 효과를 알 길이 없다. 혹 배우고 있는 내용을 모른다고 해도 자질이 부족해서 모르는지 어떤지 잘 모른다. 더 황당한 것은 그냥 돈만 내주는 부모는 더더군다나 모른다는 점이다. 효과도 모르는 채 남이 하기에 뒤쳐질까봐 돈을 지불하는 선행학습, 저자는 자본주의에 있어 이보다 더 기가 막힌 상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2012년 현재 명목 사교육비 총 규모는 19조원이었다. 2007년 사교육비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사교육비 총액이 처음으로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숫자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6천 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약 11.7% 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다른 모든 지출을 줄이더라도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이 교육비 지출이었다. 사교육비, 그래도 쓸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반가운 책. 어설프니가 아닌 경제이론과 비즈니스에 정통한 경제전문가 우석훈이 전하는 생활경제 노하우가 가득 담겼다. 독자가 지식인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매우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경제 노하우들을 가감 없이 적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필히 일독해야 한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8호)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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