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로 경영하라 - 딜로이트 컨설팅 김경준 대표의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구슬 서 말을 보배로 만드는 한 문장의 힘, 통찰

 

 

 

 

냅스터(Napster)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999년 노스이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패닝(Shawn Fanning)이 만든 것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파일(MP3)들을 인터넷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소리바다 같은 프로그램이다. 냅스터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MP3 음악파일을 불법복제 해 무료로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와는 반대로 음반회사들은 음반이 거의 팔리지 않게 되자, 급기야 미국의 18개 음반사는 저작권 침해 혐의로 냅스터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만 하며 MP3 음악파일을 무료로 다운받는 네티즌들에게 ‘당신은 범죄자’이고 적발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았다.

 

이 반갑지 않은 상황을 곰곰이 지켜보던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이 상황에 대해 문제는‘불법복제’가 아니라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인간의 소유욕망이 불법복제라는 인터넷 사생아를 낳는다‘고 본 것이다.

 

 

사내는 음반회사나 가수들처럼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읍소할 것도, 적발해서 처벌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불법복제자들을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로 이끄는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을 만들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네티즌들은 냅스터를 통한 불법복제 음악파일은 공짜인 대신 음이 자주 끊기거나 깨지고, 심지어 악성 바이러스까지 종종 감염되어 온전한 파일을 받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것을 간파한 사내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음원을 다운을 받는 환경인 애플 아이튠즈(Apple iTunes)를 만들었다.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공짜받자고 시간을 들여 불법을 저지를래, 아니면 단돈 1달러내고 합법적으로 깨끗한 음원 파일을 받을래?“

 

 

그렇다. 사내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이다. 아이튠즈가 발표될 당시, 아이튠즈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튠즈는 아이팟의 인기와 더불어 급속히 퍼져나갔고, 2003년에는 온라인 음원 판매서비스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런칭 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미국 내 디지털 뮤직스토어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2010년 2월에는 음악 판매 100억 곡을 돌파했다.

 

 

 

 

 

 

잡스처럼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우리는 '통찰력(洞察力, Insight)이라고 부른다. 직관이 그림관람이라면 통찰은 숨은 그림 찾기다. 어떤 사물, 상황을 볼 때 단편적이 아닌 여러 각도에서 깊이 바라볼 때 비로소 통찰이 가능해진다.

 

 

 

잡스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즉 ‘디자인이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은 심플하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통찰력이 또 다시 빛나는 순간이다.

 

 

 

경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컨설팅'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경준이 쓴 <통찰로 경영하라>는 통찰력의 정의를 재미있는 사례들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 CEO가 되기까지 25년간의 경험과 역사·문화·예술 등 다양한 사회 면면을 관찰하고 성찰한 내용들을 기업조직과 경영 활동에 필요한 시사점에 녹여 이른바 통찰경영의 핵심만을 모았다.

 

 

 

 

2012년부터 사내 임직원들에게 보낸 ‘MP(Managing Partner)의 편지’라는 이메일들을 보완해 정리한 이 책은 뉴욕 월가의 5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에서 16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앨런 그린버그가 임직원들과 회사 내부 사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파하기 위해 메모형식으로 쓴 메일을 모은 <회장님의 메모>를 모티브로 했다.

 

 

 

 

초밥과 휴대전화는 같은 운명

 

저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외관은 다르지만 본질은 통한다’고 보았다. 즉 인생을 살아가는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유형이 있듯이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는 것. 저자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통찰력은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재고관리 측면에서 던진 말 한마디였다.

 

 

 

 

“초밥이든 휴대전화든 부패되기 쉬운 상품의 핵심은 속도다. 고가의 생선도 하루 이틀이면 가격이 내려가듯이 횟집이나 디지털 업계나 재고는 불리하다. 속도가 전부다.” 39쪽

 

 

 

저자는 ‘초밥과 디지털 제품의 핵심은 속도’라는 명쾌한 통찰처럼 핵심적 사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현실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밀리언셀러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신간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이 시대에는 사실상 누구나 세일즈맨이 된다.”고 주장했다.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소비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세일즈맨이 물건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관점이라면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을 팔고, 변호사는 배심원에게 평결을 판다. 또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주의를 기울일만한 가치를 팔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그는 현대의 세일즈맨은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 발견자가 되어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고 답해줘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핑크가 꼽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은 토머스 에디슨이다. 위대한 발명가이기도 했지만 전기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팔았던 세일즈맨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필요하지만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

 

 

직장이 지겨워진 직장인이라면 일본의 3대 경영의 신(神) 중 한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언급한 ‘감옥과 수도원의 비교’를 통한 직장인의 밥벌이를 주목할 만하다. .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불평을 하느냐, 감사해하느냐 그 차이 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해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86쪽

 

 

 

수도원과 감옥은 갇혀 있고, 엄격한 규율을 따르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수도사들에게 수도원은 나를 성장시키는 행복의 공간인 반면, 죄수들에게 감옥은 나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고통의 공간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통찰은 인간의 삶에서 몸담고 있는 물리적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것은 직장인의 직장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밥벌이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평생 밥벌이만 하지만, 깨어있고 성취하는 사람은 밥벌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건져냅니다. 저는 자기 손으로 밥벌이 하는 것을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터를 수도원으로 승화시키느냐, 감옥으로 전락시키느냐는 본인의 의지와 감사하는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93쪽

 

 

 

 

동물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통찰은 “동물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라는 한 문장이었다. 동물들에게는 본능만 있지, 시계 속 시간은 없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시간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누구나 동물이 된다. 다시 말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하는 사람은 시간을 모르는 동물과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물의 시간의 행복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명한 광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웅현은 책 <책은 도끼다>에서 “나는 개처럼 살고 싶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 당장‘ 이라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개처럼 속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클럽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순간의 쾌락을 즐기라고 해석하고 싶을 겁니다. 인생 뭐 있어? 오늘도 클럽 내일도 클럽, 오늘도 섹스 내일도 섹스, 그랬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네가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대해서 살라는 이야기죠.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아라. Seize the Moment, Carpe diem. ‘개처럼 살자’입니다.”

 

 

 

 

나만의 관점을 가져라

 

저자가 말하는 통찰은 곧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관점은 고유한 인생의 영역에서 다져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공식으로 일반화해서 말할 수 없는 것. 저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서기까지 삶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을 통해 통찰을 만날 수 있다. 성공한 누군가의 삶을 쫓는 것에서 경영의 비결을 읽어내고자 함이 아니라 내 생활 속 가치와 그 가치를 관통하는 본질을 탐구하고자 할 때 통찰은 얻어진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세상은 각기 다른 현상을 이루고 있지만 본질은 모두 일맥상통하다. 경영도 세상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 저자가 주고자 한 가르침의 요지이다.

 

 

 

이 밖에도 미국 프로야구 명문팀 중 하나인 뉴욕양키스의 유니폼에는 선수들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은 이유에는 ‘승리를 위해서 최고의 선수를 데려왔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개성보다 하나된 팀워크가 먼저‘라는 통찰이, 프랑스 레스토랑의 쉐프와 순대국밥집 주방장의 차이에는 ’사업은 외양이 아니라 실질적 수익성이 핵심’이라는 통찰이 숨어있다. 또한 독일군이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베트남이 초강대국들을 이긴 비결에는 ‘강한 군대의 필요조건은 우월한 장비이지만 충분조건은 지휘관의 역량과 조직원의 전쟁의지’라는 통찰이 담겼다. 겉만 보지 않고 본질까지 꿰뚫어보는 저자의 눈 속에 비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서른 가지의 통찰을 만나보자. 박학다식한 저자에 한 번 놀라고 그 속에 숨은 통찰에 두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월간금융(6,7 월호)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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