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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 새로운 방식으로 놀라운 수익을 거두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 ㅣ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22
라젠드라 시소디어 외 지음, 권영설 외 옮김 / 럭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경영 환경에 최적화된
기업모델을 제시한 책
톰 피터스의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는
밀리언셀러이자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애독서 중 하나이다. 그런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 했던가.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책이 발간된 지
30년이 겨우 지났음에도 대다수 `초우량 기업`들과 ’위대한 기업‘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라는 프리드먼의 주주이익 극대화에 근거한 선정기준 때문이었다.
80년치 상장기업의 자료를 분석해서 15년간 시장대비 최소 3배 이상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한 11개 기업을 선정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현재 11개 기업 중 서킷시티는 파산 전 경력직을 해고하고 인건비 낮은 신입을 채용해 비난을 샀고, 패니메이는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의 주인공이 되었다. 웰스파고는 2008년 2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미국정부로부터 받았고, 알트리아는 세계 최대의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의 전신이었다.
한편 1961년부터 1980년까지 과거 20년에 걸친 성장, 장기적 자산 형성 실적 그리고 가치 또는 부의 창출 면에서 선정한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1/3은 책이 출간된 시점부터 추락하기 시작했고, 절반 정도의 기업이 5년 만에 어려움에 빠졌다. 오늘날까지
초우량기업으로 남아 있는 회사는 고작 5개사에 불과하다. 그들이 놓친 한 가지는 톰 피터스가 <경영파괴>에서 말했던 ‘미친
시대(Crazy Times)’ 즉,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과는 달리 정신없이 변화하는 큰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중심의 합리주의’의 기존 기업문화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던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의 소프트한 측면을 간과했던 것이다.
벤틀리 대학 마케팅 교수이자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는 20세기가 ‘초우량 기업,
위대한 기업의 시대’였다면 새로운 세기는 ‘사랑받는 기업의 시대’라고 말한다. 기업의 미래가 ‘사랑’에 달렸다고? 쌩뚱 맞다 생각도 들법하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경영이념의 근저에는 하나같이 ‘사랑’이 담겼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이자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경영학 석좌교수인 워렌 베니스는 사랑받는 기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문제를
걱정함으로써 더 높은 성숙에 도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이 바로 사랑받는 기업의 특징이다. 기업의 목적과 이윤 추구 사이의 균형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사랑받는 기업들은 눈앞의 경계선 - 일반적으로 주주를 위한 적절한 성과 - 을 넘어서는 더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16~17쪽
사랑받는 기업은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 기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필립 코틀러는 동명의 책에서 마켓 3.0 시장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사랑받는 기업만이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받는 기업의 선정조건은 지난 세기의 그것들과 달랐다. 우선 다른 누구도 아닌 소비자들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설문조사로 1차 후보 기업을 가린 뒤 이들 기업이 소비자, 파트너,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심층
조사를 벌였다. 직원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나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업은 제외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기업은 파타고니아, 홀푸드, 구글,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 뉴발란스, BMW,
스타벅스, 혼다, 아마존, 이케아를 포함해 28개 였다.
사랑받는 기업의 경영실적은 실로 놀랍다. 1996~2006년의 10년간 사랑받는 기업 중 상장된 13개와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500개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을 비교했는데, 사랑받는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1026%로 S&P 500 기업(122%)의 8배가 넘었다. 짐 콜린스(Collins)의 위대한 기업 11개의 투자수익률은
303%로 사랑받는 기업의 1/3에 불과했다.
사랑받는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더 큰 이상과 목적을 갖는다. 즉 단순히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또한
힘이나 돈이 아니라 목적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리더십'을 추구하고, 자사(自社)의 약점까지 공개하는 투명성이나 권한 위임과 같은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도 지니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의 경영방식의 좋은 예가 있다. 2007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의 유기농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의 한 매장에서
전산 시스템 고장으로 손님들이 물건 값을 치르지 못해 장사진을 이뤘다. 이 때 매장 총괄 매니저가 서둘러 나와 고객들에게 “우리 잘못으로 불편을
드리고 시간마저 뺏었으니 구매하신 물건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세요. 다만 꼭 값을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라고
말하며 혼란을 잠재웠다. 감동한 고객들은 당장 이 얘기를 퍼뜨렸고, 언론은 ‘홀푸드는 고객과 사회를 우선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손님들에게 받지 않은 물건값 4000 달러로 40만 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
사랑받는 기업이 직원,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와 윈윈(win-win)하는 방식은 이렇다.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당장 마진은 적어지지만,
그만큼 더 좋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가질 수 있고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서 결국 전체 순이익은 커진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지고
애사심도 생겨 낮은 이직률 덕분에 채용과 교육, 조직 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닭(수익)이 먼저냐,
계란(복지)이 먼저냐의 고민에서 사랑받는 기업은 처음에 손해를 보는 계란을 선택했다. 결과는 소비자의 존경과 사랑과 함께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
21세기에 사랑받는 기업이 대세가 된 이유는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우선 노령화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그들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기업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의 큰 세계적 변화는 인터넷이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아울러 기업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비밀이 없어졌다.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돈만 벌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싫어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가 향상되었다. 대학을 가는 여성들의 수가 증가하고 기업과 정부 등 고위직에서 여성 비율도 높아졌다.
더불어 사랑과 감성, 돌봄 등 여성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어떨까? “삼성은 소니보다 더 성장했고, LG와 SK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려고 하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 이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기업의 힘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 자선사업을 하라는 게 아니라 거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몇 해 전 저자가
국내에 와서 강연을 왔을 때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랑받는
기업은 기업가나 CEO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기업을 찾아 사랑을 듬뿍 안겨주는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의 인식전환과 안목이 필요한 때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만드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68 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