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웅
다윗과 실패한 이카루스는 아티스트 였다!
최근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는 경제경영서 두 권이
있다. 바로 <다윗과 골리앗>과 <이카루스 이야기>다. 이들이 독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연 저자들이 이른바 ‘대단한 작가’의 신간이라는 점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저자는 1만 시간의 법칙을 통해 타고난 천재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노력으로도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아웃라이어>을 쓴 바 있는 말콤
글래드웰이고, <이카루스 이야기>는 광고와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리마커블remarkable!' 즉,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리마커블한 상품을 만들어 차별화하라고 주문한 <보랏빛 소가 온다>를 쓴 세스 고딘의 신작이다. 두 권
모두 오랜만에 나온 책인데다 전작들을 뛰어넘는 역작이라는 세간의 평가 역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나 역시 지난 설 연휴 동안 두 권을 연이어
흥미롭게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책이 주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대안’을
만났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기적에 가까운 일을 말할 때 언급되는 다윗과 골리앗은 말콤 글래드웰이 전하는 진실에 따르면 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성경 속 이야기를 디테일있게 살펴보면 거인 골리앗은 보조병의 손에 이끌려 전투장에 섰고, 다윗이 등장했을 때 직접 가지 않고
“내게로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윗의 지팡이를 보고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들을 들고 내게로 온 것이냐?”고 외쳤다. 막대기들?
다윗이 지닌 지팡이는 하나뿐이었다. 골리앗은 왜 이런 걸까?
지금의 많은 의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골리앗이 뇌하수체의 악성종양이 원인인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말단비대증의 흔한 합병증은
시력이었다. 골리앗이 보조병에 이끌려 전투장에 섰고, 내게로 오라고 말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골리앗은 거대한 갑옷과 칼, 그리고 방패로
무장했지만, 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덩치 큰 괴물에 불과했다. 한편 양치기 목동 다윗은 맨 몸으로 골리앗 앞에 선 게 아니라 투석기를 가지고
있었다. 양치기를 하면서 맹수를 만났을 때마다 투석을 하여 맹수를 쫓아내곤 했던 다윗은 한마디로 투석병인 셈이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무시무시한
거인 골리앗을 보고 떨었지만, 다윗은 이 거인의 거대한 몸집이 최대 약점임을 알았기에 단신으로 그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강력하고 힘센 것들이 언제나 겉보기와 다르지 않다’는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교육에도 적용된다.
“행복한 나라의 국민들이 불행한 나라의 국민들보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주위의 웃는 얼굴들을
보게 되면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위의 뛰어난 학생들을 바라보는 ‘훌륭한’ 학교의 학생들은 어떻게 느끼게 될까?”
교육에 적용된 상대적 박탈 현상은 아주 적절하게도 이른바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로
불린다. 어떤 교육기관이 엘리트 기관일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에 대해 더 나쁘게 느낀다.“
102쪽
많은
사람들이 학문적으로 선별된 학교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 반에서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 지역에서 나름 내로라하는 성적이었던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성적 다툼을 하다가 기대 밖 성적을 만난다면 그들이 느낄 좌절은 어느 정도일까?
학문적 자아관념, 즉 자신의 능력을 느끼는 방식은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저조한 등수는 이들의 성적향상에 치명적일 것이
틀림없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괜찮은 학교 대신 뛰어난 학교를 선택한 결과로 졸업할 확률은 30퍼센트나 떨어졌다. 밀려난 등수가 학생의 학습의욕 자체를
잃어버리게 한 것이다. 저자는 최상위권 대학원을 졸업한 괜찮은 학생들보다 평범한 대학원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뽑는 게 거의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이었음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히며 최상위 대학(원) 졸업생만을 뽑는 기업의 선발기준을 꼬집었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오늘도 강남
8학군으로 몰리고 있는 학부모들은 ‘용꼬리보다는 뱀머리가 낫더라’는 옛말의 의미를 먼저 곱씹어야 할 것이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당부를 잊고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되어 태양에 다가갔다가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 이카루스 신화가 주는 교훈은 ‘자신에게 신의 능력이 있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스 고딘의 <이카루스
이야기>에 의하면 이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아버지는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게는 물론,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태양에
다가간 것이 ’자만‘이라면 너무 낮게 나는 것은 바로 너무 적은 것에 만족하는 ’겸손‘이다.
세스 고딘은 오늘날 우리가 낮은 기대와 소박한 꿈에 만족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 살아간다며 너무 낮게 날 때
우리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위험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했다며 한 사람의 인간이 되고, 마음껏 높이 날아올라 아트를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라고 말했다.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정해진 규칙 없이 시도하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트다. (중략)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카루스 이야기,
33쪽
오늘날의 구직시장은 마치 4년 마다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미친 듯 노르웨이의 낭떠러지와 해안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레밍 쥐떼의
집단적 공황을 연상케 한다. 경제평론가 이원재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에서 “이 경제에서 주인공은 1명뿐이다. 나머지 99명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1명을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주인공은 풍요를 누리지만 관객들은 고단하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정규직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명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는 지금 99명의 실업자를 만드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생각을 바꿔 아예 판을 엎어보는 것은 어떨까? 1860년대 프랑스 파리의 화가들에게 예술 전람회, 즉 살롱Salon은 주류화가로의 등용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힘든 곳이었다.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우리에게
인상파로 잘 알려진 현대미술의 대가들은 젊은 시절, 부질없이 살롱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박차고 나와 독자적으로 전시 행사를 열
것인가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 결국 인상파는 살롱이라는 큰 연못의 잔챙이 대신 스스로 선택한 카페라는 작은 연못을 택했고, 그들의 옳은 선택은
전 세계 모든 주요 미술관에 이들이 작품이 걸려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만약 그들이 ‘살롱’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인상파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에서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다보면 강자인 골리앗을 이길 다윗의 기술을 배운다고 확신시킨다.
<이카루스 이야기>를 통해 세스 고딘은 세상은 아티스트의 아트를 원한다며 제도와 일자리에 복종하고 순응하지 말고 생각의 틀을 깨고
도전하고 변화를 꾀하라고 말한다. 국내 현실에 비춰 본 이 두 사람의 경영구루의 권유는 대입 수능시험 개혁과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이 나라가 변화에 대한 의지와 실행의 용기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간하는
출판전문 저널
<기획회의>(362) 전문가 리뷰에
실린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