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경제학 - 피도 눈물도 없는 개인 재무관리 매뉴얼
리사 데스자딘스 & 릭 에머슨 지음, 김지원.한민중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N세대를 위한 흥미진진 재무관리 매뉴얼

 

 

   세계는 지금 ‘좀비 신드롬’에 빠져 있다. 얼마 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1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좀비로 분장하고 ‘좀비 걷기 대회’를 열었고, 지난 달 월가를 점령한 화난 군중 속에는 좀비 분장을 한 채 입에 지폐를 물고 배회한 청년도 있었다. 아무리 먹고 마셔도 허기를 채우지 못해 살아있는 사람까지 잡아먹는 좀비의 특성을 기업의 탐욕에 빗댄 것이다. 좀비와 혈투를 벌이는 게임 ‘데드 아일랜드’는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고 게임으로 떠올랐고, 좀비와 마을 주민들이 대결하는 드라마 <워킹 데드>는 미국 폭스채널에서 토요일 밤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바야흐로 좀비가 대세, 그래서 소개하는 책도 <좀비 경제학ZOMBIE ECONOMICS>(자음과모음)이다.

 

   “좀비 경제Zombie Economy는 당신의 안정성과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모든 경제적 상황을 말한다. 꼭 국가적인 불경기나 세계 금융시장의 몰락 같은 대단한 사건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이런 문제들이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비경제는 직장을 잃거나 생활비가 증가하는 것 같은 간단한 일이 계기가 되어 시작될 수 있다. 

   엄청난 액수의 신용카드빚이나 갚지 못한 대출금 때문에 발생할 수 있고, 혹은 아무 상관없는 끔찍한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 심신의 평정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은 개인적인 경기 후퇴, 개인적 불황이다. 이것은 세상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혹은 잘 안 돌아가는지–와는 상관없는 당신만의 현실이다.” (21쪽) 

 

  

 

   그렇다. 좀비 경제학은 테러리즘과 경제난 등의 스트레스로 인간성을 상실한 군중이나,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절망에 빠진 청년들 같은 살아있는 시체와는 아무런 상관없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나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모든 불안한 경제적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개인 재무관리 매뉴얼’을 구축하는 법을 알려준다. 풍요를 구가하던 2000년대 초 <보도 섀퍼의 돈>(북플러스)가 부를 쌓아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경제적 자유(부자)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좀비 경제학>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능력과 훌륭한 개인 재정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종의 생존전략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수상한 시절의 대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출간배경과는 상관없이 책의 구성은 한마디로 쿨하다. 좀비가 득실대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소설형식의 내 이야기와 현실에서 나의 재정을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이 절묘하게 절반씩 섞여 있다. 책의 구성 컨셉을 경제적인 재앙에서 살아남는 기술과 좀비의 습격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기술을 동일하게 놓은 것이다. 비디오 게임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 어울리는 구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재테크 관련서임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소설을 읽듯 휙휙 넘어가고,(아닌 말로 그렇지 않아도 우울하기 그지없는 내용의 생존법을 보도 섀퍼의 지리멸렬하고 담담한 필체로 담았다면 그 누가 읽겠는가) 허허실실이라고 몰입시키는 스토리 속에 불황속 재무관리법은 죄다 담았다.

 

 

   좀비경제학의 시작은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다’로 시작한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뜻.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우선 한 달마다 들어오는 진짜 수입과 실제로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혹시 나도 모르게 돈이 새는 부분이 없는 지를 살핀다. 잘 보지도 않는 케이블 혹은 위성TV 상품, 핸드폰 요금, 공유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과도한 돈이 빠지지는 않는지 살폈다면, 다음 단계로 돈을 절약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더 벌어들일 방법이 없다면 줄줄 새는 지출을 막는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좀비경제학에서 은행에 돈을 입금하는 것(저축)은 좀비들을 죽일 실탄을 비축하는 것과 같다. 저자들은 좀비경제에서 저축은 한 달을 모으면 망치를 얻는 셈이고, 석 달을 모으면 6발 짜리 권총, 여섯 달을 저축하면 망치와 손도끼 권총에 샷건, 그리고 화염방사기를 얻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비디오게임에서 득템 하나 싶겠지만 종자돈이란 것이 원래 이렇게 마련하는 것이 아니던가. 저축의 최대 적은 신용카드, 저자들은 신용카드를 없애지 않는다면 물에 담궈 얼려버리라고 말한다. 녹는 동안 ‘정말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야하는 건가?’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단다(환급을 위해서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가 유리하다).

 

   좀비경제 아래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묘지에 던져지는 것과 같고, 담배를 피운다면 좀비들이 할 일을 내가 대신하는 셈이다. 술, 담배, 약물, 게임, 도박 등 모든 중독을 불러오는 것들은 자진해서 자기 몸을 학대해서 위험을 불러들이는 격이고, 이는 이기적이고, 경멸당해 마땅하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멍청한 짓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나쁜 선택이다.

 

  저자들의 섬세함은 끝이 없다. 건강한 것은 돈을 버는 것이므로 잠은 푹 자고, 평소 치아 관리를 잘하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충고한다. 매일 종합비타민을 먹는 것은 기본이다(40 대에 들어섰다면 아스피린도 필수다). 경제적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안전한 섹스와 피임은 필수라는 조언까지 서슴지 않는다(읽다가 보면 저자들이 좀비 같단 생각이 든다)

 

 

   좀비경제학은 독자들에게 ‘오늘에 집중하고 내일을 대비하라’고 말한다. 내 생활에서 지출이라는 이름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좀비들을 외면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매맞고 밟혀서 쓰러질망정 좀비들과 끝까지 싸우기를 강권한다. 바로 현실에 대한 직시이다.

 

 

   “좀비경제와 싸우는 힘은 근육과도 비슷하다. 쓰면 쓸수록 더 강해지고, 강해질수록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싶다면 그 뒤의 결과는 알아서 책임지는 것이 좋다. 세상은 돈 한 푼, 지폐 한 장, 혹은 주식시장의 폭락이나 은행의 부도, 해직 등에 의해 순식간에 변해버릴 수 있으니까.” (311쪽)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독자층은 수입보다 지출 단속에 더 집중해야 할 재테크 초짜인 대학생과 직장 초년병들이다. 거창하게 국가경제 위기를 논하기에 앞서 내 가정경제의 문제를 분석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수입을 늘리기가 어렵다면 마이너스를 벗어나는 길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당장 이번 주말에 <좀비 경제학>을 읽으며 자신과 가정의 현재 혹은 향후 재무 상황을 체크해 보라. 재테크가 별건가. 이보다 더 나은 재테크의 시작이 어디에 있을까.

 

 

 2012년 1월 3일 이데일리TV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기획회의>(310호) 의 분야별 전문가 리뷰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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