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 좋은집 시리즈
구본준.이현욱 지음 / 마티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전세살이와 하우스푸어의 대안, 땅콩집의 모든 것!

  2011년 상반기 부동산 핫이슈는 ‘수익형 부동산‘과 ’내 집짓기 프로젝트‘다. 수십 년을 이어온 부동산 불패론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의 주된 주거환경하면 단연 아파트가 아니었는가?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이러한 주택 트렌드의 변화는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행‘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흐름이 ’부동산 불패‘가 아닌 ’부동산 불신‘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된 이유는 편한 변명 같지만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있다.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이번 금융위기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금융권과 제도 심지어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만 하더라도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빚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사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집을 사기 위해 입을 것, 먹을 것 줄여가며 죽어라고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조화(?)로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은 매월 높아지고 있다. 하우스푸어가 생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 아파트가 재산목록 1호 였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순수한 의미의 ‘내가 사는 집’이 되고 말았다(엄밀히 말하자면 매월 집세를 은행에 줘야 하는 전세만도 못한 집이겠지만). 

   수익형 부동산이 그래서 나왔다. 재산으로서의 부동산, 미래가치로서의 부동산은 더 이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에 매월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부자들의 주요 투자수단중 하나였다.    이전만 하더라도 수익형 부동산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다. 매달 임대료를 거둬야 하는 번거로움, 수익형 부동산을 꾸준히 유지 관리 보수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기에 세금도 많이 내기 때문이었다. 인기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기만 하면 몇 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벌 수 있는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이번 경제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건강, 우정, 여행,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 등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집도 그렇다. 지금껏 집이 재테크 수단으로 ‘사는 것’이었다면,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곳’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농이 아닌 수도권에서 내 아이가 마음껏 소리치고 뛸 수 있는 마당 너른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 가수의 ‘저 푸른 초원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은퇴 후에 갖는 트로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 땅콩집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한 건축가와 기자가 의기투합하여 실험적으로 지은 땅콩집을 이야기한 책이다. 수도권에서 간신히 30평대 전셋집을 얻을 수 있는 돈 3억 원씩 두 가구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한 개의 필지에 두 개의 단독주택을 짓는 방법을 고안한 후 이들의 내 집 짓기 프로젝트는 땅콩집이 되었다. 

   땅콩집의 공사기간은 단 한 달이다. 일반 콘크리트 단독주택은 4-5개월이 걸리지만, 캐나다 등 서양에서 ‘듀플렉스공법’이라 부르는 조립식 목조주택을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간이 짧아 공사기간 동안 원룸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또한 인적물적비용이 확실히 절감될 수 있었다.

   이러한 주택이 왜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주택이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각성, 그리고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만들어 냈을 것이다. 5월 현재 전국에서 64호가 건설되고 있으며, 땅콩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타운 하우스인 ‘땅콩밭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라는 후문이 있는 것을 보면 땅콩집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비중이 80%를 넘어섰지만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전세금이 급등하여 전세대란이 일어난 지금 전세금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땅콩집이 사회적 이슈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특별한 건축법적 규제나 입주 자격이 없어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좀 더 신속하게 이주할 수 있기에 용인 동백지구에서 시작해 판교를 비롯해 울산, 창원 등 전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결혼 생활 9년 동안 이사를 9번 했어야 했다는 사내와 아이들에게 매일 ‘사랑한다’는 말보다 ‘뛰지 마’를 더 많이 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사내가 계획한 내집 짓기 프로젝트.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땅 매입부터 설계, 시공, 인테리어, 조경까지 4주 만에 내 집을 갖게 된 스토리는 한 편의 다큐물이다. 건축 잡지에서 특집기사로나 볼 것 같은 이야기가 글 잘 쓰는 건축전문 기자 구본준과 실험정신 강한 설계사무소 대표 이현욱에 의해 훌륭한 책이 되었다. 

   집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마치 ‘더 이상 미래의 큰 행복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을 저버리지 말라’는 충고로 들렸다.

   아파트의 대안으로 처음 태어난 땅콩집 그리고 연이은 화제와 인기는 이후 새로운 유형의 주택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면 그럴수록 시들해질 아파트 가격과 힘겨워하는 하우스푸어들의 한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콩집’과 이후 시도 될 아파트의 대안들은 더욱 뜨거운 환영을 받아야 한다. 동화의 마지막처럼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시행착오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려는 자세 역시 칭찬하고 싶다. 또한 자신들이 먼저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땅콩밭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새로운 수익으로 창출해내는 그들의 기획력 또한 기발하다. 성공적인 실용서의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집을 갖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수박 겉핥기식 미디어의 보도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묘한 매력과 비밀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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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치보이 2011-07-09 08:05   좋아요 0 | URL
최우수블로거..라뇨? 그런게 있나요?
여튼...감사드려요. 잘 지내시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