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변화무쌍한 21세기에서 위기에 빠진 글로벌 기업이 살아남는 법! 

 

  프랜차이즈업을 시작한 2년차인 1999년 여름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를 읽으며 그 놀라운 성공스토리에 흥분되어 밤을 새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몇 명의 투자자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업체 후터스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때였는데, 이 책을 덮은 다음 날 나는 회의를 소집해 ‘스타벅스Starbucks’를 소개하며 국내에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본사에 연락해 보니 그 때는 이미 ‘신세계’와 자본금 100억 원씩을 투자해 ‘스타벅스 코리아’를 설립한 상태, 명동점 오픈을 앞둔 상태였다. 그 날 후로 나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심순애를 빼앗겨버린 이수일의 심정이 되어 거의 한 달 동안 심하게 낙담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놓쳐버린 정말 아까운 ‘남의 떡’(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이 되었다. 

  그만큼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스타벅스 코리아를 함께 설립한 ‘신세계의 혜안‘에도 큰 인상을 받았다. 그 후 오늘날까지 스타벅스는 트렌드를 보는 나의 안테나 속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벅스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한마디로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룡’ 느낌이 가득했다. 국내에서 외화유출로 비춰진 로얄티 문제라든가, 메뉴판에는 없는 숏사이즈 컵 문제, 심지어 된장녀의 필수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국내 커피전문점으로 인한 문제점에는 항상 스타벅스가 들어 있었다. 국내 커피전문점 1위 업체이기에 어느 정도 ‘구설수’는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이 생길 때마다 나를 ‘뜨악‘ 놀라게 한 것은 답답할 정도로 늦고 미흡한 스타벅스의 대응이었다. 왜 일까? 무엇 때문일까? 내가 책<온워드Onward>를 집어든 이유는 바로 그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이라는 기자가 공저했다)가 CEO로 복귀한 최근 2 년의 스타벅스 재기再起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작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집 그리고 직장과 함께 ‘제 3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창조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책 전체를 아울러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잘 살펴보면 왼쪽 밤색의 로고는 울퉁불퉁한 수채 그림이다. 마치 냅킨 위에 묻은 커피잔 자국 같다)와 함께 '혁신과 리뉴얼‘을 외치며 스타벅스가 다시 태어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CEO)에게 자서전을 쓰는 일은 영화 ‘풀몬티’처럼 어려운 일이다. 성공스토리를 썼다고 하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자랑해야 하기에 솔직하게 털어놔야 하고, 순수한 자서전이라고 한다면 ‘과연 내가 자서전을 쓸 만한가?’ 하는 적당한 ‘염치(廉恥)’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자서전’에 대한 국내 시장의 생각이다. 

  외국의 기업가들은 자서전을 통해 ‘CEO로서의 자신과 기업을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 잘 활용된다. 미국의 경우는 이 책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활용되는 경향이 크다. 한편 일본의 기업가 자서전은 자사 임직원과 후학(後學)으로 대변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담아두었던 말을 유언하듯 내 놓는다(마츠시타 그룹의 마츠시타 고노스케,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대표적이다).

  반면 국내 기업가들의 자서전을 읽다가 보면(눈을 씻고 살펴봐도 일 년에 몇 권 나오지도 않지만 - 그 이유도 궁금하다. ‘업무에 몰두하느라 바빠서‘라는 궁색한 변명이 아닌 솔직한 대답이 듣고싶다) ‘저자의 자화자찬’이 거의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책을 낸 아무런 목적이 없는 글, 그래서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는 글들이다. 독자들은 기업의 총수 혹은 CEO의 이야기라고 해서 신문이나 언론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솔직하고 유익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어서 책을 집어든다. 하지만 ‘모두 저 잘나서 회사가 잘 되었다’는 식이니(뒤집어서 본다면 CEO가 없어진다면 그 회사는 망한다는 말인가?) 실망스러울 밖에. 



  그 점에서 하워드 슐츠의 이번 책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그는 현재 전 세계를 돌며 이 책에 대한 '북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북미 지역 10개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및 중국 상하이를 거쳐 내일(27일) 방한해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저자겸 스타벅스 CEO로서 스타벅스가 있는 나라들을 돌며 저자 강연과 사인회를 통해 자신의 책과 스타벅스를 알리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는 국내에 도착해서 덕수궁 내 '정관헌靜觀軒(1900년경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궁중 건축물로 특히 고종 황제가 외교 사절들과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눈 공간)'에서 언론 대상 브리핑 행사를 열고, 교보문고 저자사인회와 연세대 강연 등을 벌일 예정이다. 내일 그의 행보에 언론과 미디어가 주목할 것은 뻔한 일, 아무나 할 수 없는 얄밉도록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국내 CEO들이 자서전을 쓸 때 꼭 배워야 할 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살펴보자. 1982년 9월 7일, 미국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스타벅스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본 아담한 커피바에 반해 1986년 ‘일 지오날레Il Giornale’를 창업해 작은 성공을 거둔다. 그 후 몇몇 투자자의 지원으로 1987년 일 지오날레와 스타벅스를 합병해 스타벅스 커피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0년 가을 현재, 스타벅스는 창업 40년 만에 연매출 100억 달러, 54개국 1만 6,000여 개의 매장에서 20만 명의 파트너들이 매주 6,000만 명 이상의 손님을 맞는 거대기업의 성장했다. 

  창업에 성공한 하워드 슐츠는 2000년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회장직에 있으면서 글로벌 전략과 사업확장에 집중하며 스타벅스의 매장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2007년, 스타벅스의 매출 기록행진이 멈추고 하향세에 접어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끝없는 추락의 악몽을 겪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기업의 핵심 가치는 점점 놓치고 있었다. 이는 결코 누군가 한 사람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실오라기 하나가 느슨해져 스웨터 전체가 풀어져버리듯,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손실이 커져갔다. (중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의 상황들마저 회사 내부의 문제들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당시 불어 닥친 세계 금융 위기는 신용 위기와 주택 시장 붕괴, 높은 실업률을 촉발시켰고 결국 전 세계가 불경기의 늪에 빠지게 됐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의 행동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일에도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의식하며, 윤리의식을 중시하는 등 정신적인 가치에 비중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뒤집어진다 할 만큼 빨라진 세상의 변화가 주요원인이었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 54개국으로 지점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동안 스타벅스는 정지된 반면 세계 경기가 바뀌었고, 소비자가 바뀌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성공을 쫓아 미투me-too 개념으로 등장한 후발업체들의 무서운 추격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21세기의 10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에 스타벅스는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그에 대한 하워드 슐츠의 답변은 인상적이다. 

  “디지털 혁명 역시 우리에게 위기를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정보가 흐르는 방식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급증하고 블로고스피어가 출현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은 실시간으로 막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한다. 이는 어느 특정 지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어나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순식간에 전 세계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40년 동안 지녀왔던 핵심가치 즉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스타벅스 정신’의 본질이 사라졌음을 직감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리스타가 있는 안쪽에서부터 풍겨나는 갓 볶은 커피향, 몸을 감싸는 푸근한 공기, 그리고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하는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대화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벅스에 실망한 누군가의 말처럼 ‘커피계의 맥도날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선택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커피 바’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을 그대로 옮기고자 창업했던 일 지오날레의 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다. 

  “일 지오날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생활하는 데 활력소가 될 최상의 커피와 그에 관련된 상품을 제공합니다.

또한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의 삶을 충만하게 이끄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익만을 위해 윤리와 진실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일 지오날레는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며, 모든 매장에서 품질과 성과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고객의 존경과 사랑을 얻게 될 것입니다.“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가 가장 먼저 스타벅스의 영혼, 즉 핵심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혁신이었고, 그 모델은 비틀즈였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걸러줄 필터로 세 가지를 선택했다. 이것은 바로 새로운 핵심가치인 셈이다.


 

첫째, 스타벅스 파트너들에게 우리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주는 것인가?

둘째, 스타벅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인가?

셋째, 고객의 머리와 가슴 속에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강화시켜주는 것인가?



그들이 찾은 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존경받는 브랜드의 하나로서 인간 영혼을 고취하고 자양분을 공급하는, 영속적이고 위대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일곱 가지 혁신 운동을 확립했다. 

 

1. 논의의 여지가 없는 커피 권위자가 되자.

2. 우리의 파트너들을 고무시키고 참여시키자.

3. 고객들과의 감정적 교감에 불을 지피자.

4. 각 매장을 해당 지역의 중심으로 만들자.

5. 윤리적 원두 구매와 환경적 영향의 리더가 되자.

6. 우리의 커피에 걸맞은 혁신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자.

7.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제시하자.

  이러한 혁신 운동의 일환으로 베스트셀러인 파이크 플레이스 로스트 블랜드를 출시했고, 보다 훌륭한 맛을 제공하는 탁월한 에스프레소 기계인 마스트레나로 교체했으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존의 덩치 큰 커피머신을 버리고, 작은 커피머신 클로버로 교체했다.  한편 고객을 위한 보상프로그램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회원들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온라인사이트인 마이스타벅스아이디어닷컴을 설립했다. 그리고 활발한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사업을 통해 24시간 고객과 함께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했다. 그 밖에 펼친 다양하고 많은 활동과 마케팅은 세계 커피전문점 재탈환을 위한 고군분투였다.

책 제목이기도 한 온워드Onward는 미래에 대한 스타벅스의 다짐이자 결의다. 하워드 슐츠가 경쟁사와의 전투에 임하는 전투태세였다. 

  “온워드Onward는 핵심 가치와 초심을 잊지 않고 미래에 집중하는 긍정적인 태도로 나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중략) 온워드Onward는 손이 진흙으로 더러워지더라도 결국은 깨끗한 순백색의 결말을 맞는 것, 주주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의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그 무엇이다. 온워드Onward는 스타벅스가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번영하기 위한 섬세한 균형을 뜻한다.”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스타벅스의 제2의 도약 이야기는 속도와 변화의 21 세기에 있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지난 세기를 주름잡았던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조망해보면 놀랄만한 성장에 취해 잠시 자만하고 나태하다가 위기가 찾아왔는데 비해 스타벅스의 침체는 놀랍게도 세계 속에 지점을 심는 양적 규모의 확장 속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간과한 것은 ‘디지털 혁명의 도래’와 ‘소비자의 욕구의 변화’ 였다. 여타 기업들 역시 ‘우리는 그들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의 오늘과 내일이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 특히 디지털 혁명의 21세기에 들어 글로벌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살펴야 할지 참고하기 좋은 본보기가 된다. 

P.S. -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스타벅스가 이미 제 2의 도약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거의 매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로서는 여전히 그의 말에 공감하기 힘들다(아마도 미국에 있는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호소한 말일 것이다). 글로벌 스타벅스 컴퍼니는 44%의 순이익을 남기며 성공했다고 하지만 국내의 스타벅스에서는 맛과 서비스에 있어 예전에 비해 탁월하게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시장에는 커피 전문업체들이 즐비하게 쫓아 오고 있고, 가격과 품질 면에서 스타벅스보다 더 나은 평가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과연 스타벅스가 재기에 성공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의 기간 동안 유효할 수 있을까?

  하워드 슐츠가 이번에 시장 재탈환을 위해 들고 나온 카드 중에는 스타벅스의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와 캡슐 커피가 있다. 원두커피는 미국에서만 연간 650억 잔의 커피 가운데 고작 4% 정도 밖에 되지 않기에 인스탄트 커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도 스타벅스의 인스탄트 커피의 한국 출시에 대한 논의가 있을거라는 언론의 전망이다. 스타벅스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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