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boy, 2010년 경제경영부문 베스트셀러를 말한다! (3)

 

03. 영원한 애증의 대상, 삼성 - 삼성을 생각한다 1,2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저자 김용철의 ‘사건’에 대한 변(辯)을 담았다. 대한민국 최대의 조직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던 그는 삼성 비리 관련 재판 결과를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려워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어쩌면 ‘그의 소신이 담긴 용기가 ’뻘짓‘이 되어 소리 없이 묻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썼는지도 모른다. 신간 소식을 접한 나 역시 ‘이 냥반 어쩌려고 이런 책을 썼지?’하며 심히 걱정했다. 여하튼 이 책 출간의 시작은 ‘두렵고 걱정되는 출발’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출간 이후 약 보름간은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주요 일간지들이 <삼성을 생각한다>의 신간광고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자 트위터리안(트위터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들은 일제히 격분했다. 옳고 그름은 독자가 판단할 일 일진대 광고수입을 의식해 신문사들이 스스로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니... 이 소식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난 지금도 믿고 싶지 않다). 이 소식은 독자들, 특히 30, 40대 남성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삼성을 생각한다>을 구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책은 순식간에 10만 권을 넘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일’이었다.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IT 전문 블로거 정지훈은 그의 책 <제4의 불>에서 자연의 불, 전기, 원자력에 이어 ‘제 4의 물’로 휴먼 파워를 꼽았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승리는 이러한 '제 4의 불' 덕분이었다. 이제 국민들의 ‘공감’은 어떠한 권력도 맞설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되었다. 민심과 민의는 더 이상 대나무 숲에서 혼자 외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니다. 트위터를 대표로 하는 SNS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힘을 모아 의문을 던지고, 진실을 파헤치고, 사실을 밝혀내는 핵심 역할을 했다. 바로 그 힘이 책<삼성을 생각한다>가 10만 권 넘게 팔리고, 올해의 책 후보가 되도록 만들었다. 

  한편 이 책이 왜 이렇게 많이 팔렸는가? 하는 원인에는 ‘삼성’이 있다.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세계가 알아주는 대한민국의 No1 브랜드이고, 국내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삼성이 없는 한국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기업가들이 있을 만큼 삼성은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삼성에게 <삼성을 생각한다>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크나 큰 오점이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망할 상대를 찾기 전에 우선 겸허한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저자 김용철이 연류된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고, 삼성에서만 있던 일도 아니다. 또한 최근 ‘한화그룹’도 수사를 받고 있을 정도이고, 가해자들은 단지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생각할 만큼 아직도 만연해 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삼성을 생각한다>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일까?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이해해야 할 점은 ‘전에는 가능했던 비리’가 예전같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젠 ‘해먹기‘가 점점 힘들게 되었다. 

  대기업, 정치권 등 비리를 저지르는 이들이 누가 되었건 앞으로 ‘옳지 않은 일’은 전보다 더 빨리 고발되고, 훨씬 더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세상이 되었다. 만약 요즘 같은 때에 ‘김용철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이젠 신부님을 찾아 명동성당을 갈 것이 아니라, 스마트 폰을 열어 트위터에 올렸을 것이다. 이처럼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개개인은 더 이상 바위에 제 몸 던져 터지는 ‘계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 누가 되었건 사실과 진실을 알고, 소신과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에 동의하는 이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삼성을 생각한다>와 같은 논픽션은 권력자와 위정자들이 세상이 전과 다름을 알지 못하는 한 이러한 ‘진실에 대한 목소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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