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포인트 - 선택과 결정의 힘
마이클 유심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고 포인트 - 결정의 순간, 자신의 이익을 낮춰라! 
 


모든 인생에는 결정의 순간이 온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어쩌면 ‘결정’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하루는 결정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결정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에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음료를 마실지 덜 시급하고 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도 있을 테지만 전 재산을 털어 어느 한 곳에 투자하는 결정을 할 때, 올해 회사의 프로젝트를 담당할 파트너를 결정할 때처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정이 정말 어려울 때는 중대한 결과가 뒤따르는 결단을 내릴 때,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는 결정공포증decidophobia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아니, 책임지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공포를 뜻하는 책임공포증hypengyophobia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 이외의 사람(특히 잘 모르는 사람)이 포함된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섣부른 결정을 내려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하느니 그 결정을 타인에게 맡기고 따르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편이다. 시쳇말로 ‘새가슴’이 된 것이다. 

  원래 성격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리드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이든 능숙하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는 특히 사업에 관련해서 여러 차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이후에는 내가 내린 결단에 내가 못미더워 더욱 어려워졌다.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것이 싫어서 급기야는 ‘지금은 결정적인 때가 아니다’며 아예 결정을 미루는 습관까지 생겼다. 결정하지 않는 삶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 어느 순간 항상 혼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 당하며 살고 있었다. 이런 삶은 결코 강자가 될 수 없는 약자의 삶이었다. 
마이클 유심은 책 『고 포인트』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성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며,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을 배우면 능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예스 아니면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특히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고 포인트Go Point'라고 불렀다. 저자는 고 포인트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동하는 바로 그 순간을 뜻하고 이를 다루는 지혜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보았다. 
1993년 ‘얼라이브Alive'라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던 로베르토 카네시의 이야기였다. 해발 3,500미터의 안데스산 눈밭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음식도 없이 힘겹게 버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두가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열흘째 되던 날, 카네사는 첫 번째 고 포인트가 왔음을 알았다. 의대생인 그는 생존자들이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먹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득했다. 이러한 식인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의 고 포인트는 생존자 전체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하지만 이제 그런 습관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와튼스쿨의 리더십 및 변화관리센터의 교수인



 

 고 포인트, 의사결정을 연습해보자 

  저자는 고 포인트를 배우는 방법으로 ‘현장 답사’를 추천했다. 즉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는지 관찰한 후에 거기에서 가장 유용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도 저자가 다양한 직업군의 수많은 인터뷰와 현장답사를 통해 얻어낸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해발 6,000의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가 하면 총칼이 난무하는 남북전쟁의 벌판을 달리고 있었고, 또 어느 순간엔 NASA로 가서 우주로의 여행을 앞둔 출발 직전의 우주비행사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장들을 글로써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역사 속의 ‘고 포인트’ 순간, 주인공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가 그러한 판단을 내렸던 상황을 예측해 보고 마치 대체역사 소설처럼 ‘만약 다르게 결정을 내렸다면?’하고 가정해 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내가 만난 가장 인상적인 ‘고 포인트’는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속에서 45명 중 29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그 후 카네사는 두 번째 고 포인트, 구조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구조대를 만들어 안데스산을 넘어 구조를 요청하자고 설득했다. 이것이 카네사가 내린 두 번째 고 포인트였다. 이번의 결정은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는, 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가만히 앉아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하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네사는 그 순간이 바로 ‘가야할 때’임을 알았고, 두 사람의 동행과 함께 산행에 착수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생존자 전원을 구조해냈다. 



  그가 안데스 산에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5가지 원칙이 있다. 33년이 지난 지금도 결단을 내릴 순간이 오면 이 원칙에 도움을 받는다는 5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정신을 집중하라

2. 기준을 높게 잡아라

3. 기본으로 돌아가라

4. 한번 내린 결정은 의심하지 않는다

5. 성공의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냉정하고 빈틈없는 태도를 유지한다

 

  나의 시선은 안데스 산맥의 비행기 추락현장에 머물며 ‘만약 내가 카네사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과연 내가 카네사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돌아보았다. 이처럼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크고 작은 다양한 ‘고 포인트’의 현장 속에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역사의 순간이 남겨준 아쉬운 장면을 짚어주고 현명한 결단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결정의 원칙: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라 

  그렇다면 ‘고 포인트’의 순간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연 무엇일까? 마이클 유심은 ‘남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는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 포인트는 나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기업이 사리추구를 뛰어넘는 의사결정자가 경영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증거가 많다. 저자는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정에 앞서 스스로를 정상에 세워서 아래를 조망한다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행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은유적으로 정상에 서서 내려다볼 수는 있다. 자신이 선수가 아니라 코치,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 조교가 아니라 학장, 비서가 아니라 CEO라고 상상해 보자. 제한된 시야로 그림의 일부만 보는 대신 전체 그림, 큰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본다고 상상하라는 말이다. 그 정상에 서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행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은유적으로 정상에 서서 내려다볼 수는 있다. 자신이 선수가 아니라 코치,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 조교가 아니라 학장, 비서가 아니라 CEO라고 상상해 보자. 제한된 시야로 그림의 일부만 보는 대신 전체 그림, 큰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본다고 상상하라는 말이다. 그 정상에 서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의사결정권자들이여! 타인을 위한 결단을 수행할 때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하라!” 이것이 고 포인트가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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