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 마피아의 젊은 천재 보스가 들려주는 비즈니스 룰
마이클 프란지스 지음, 최정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성공하고 싶거든,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영화 ‘대부The God Father’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팬들로부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다름 아닌 마피아의 세계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제작 당시 마피아의 반대와 협박으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 영화가 개봉한 그 해에는 미국의 범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면서도 베일에 가려졌던 마피아의 세계를 다룬 영화 대부는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이다.”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아.”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져.”

“형제끼리는 사과할 필요 없어.”

“결백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내 지성을 모독하는 거야.” 

  그 중에서 최고의 명대사는 바로 “그가 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하겠다. 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일 것이다. 



 

    돈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자기의 패밀리에게 존경을 표하는 자들에게는 자비로 대하지만, 적이 되려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그는 패밀리family의 가치를 중시했다. 그에게 있어 패밀리는 조직family이기도 하지만, 가족family만큼이나 소중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최소한 비즈니스맨이라면 절대적으로 통감痛感하는 말일 것이다. 특히 ‘내 사람을 통제할 때‘는 ’내가 제 머리털을 뽑아 원하는 만큼 분신을 뽑아낼 수 있는 손오공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내가 손오공이 된다는 만화같은 바람은 둘째치고라도 ’원래 사람 일이란 것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더냐?‘고 푸념을 놓고 포기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10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피아와 같은 조직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피아는 세상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이자 합법성을 떠나 조직의 존재 자체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이다. 

  책<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쌤앤파커스)는 강력하고 탄탄한 조직, 마피아의 조직 운영원칙을 이야기한 책이다.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5대 마피아 조직인 콜롬보 패밀리의 일원이자, <포춘>이 선정한 ‘부와 권력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피아 보스 50인’ 명단에 최연소로 오른 바 있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마피아계를 주름잡았던 젊은 보스 마이클 프란지스Michael Franzese가 직접 쓴 책이다.



 

    이미 서가에는 V라는 익명의 저자가 쓴 <마피아 경영학>도 있고, 비슷한 류로는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미조구치 아츠시가 쓴 <야쿠자 경영학>도 있다. 또한 지난 해에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돈 콜레오네의 리더십을 이야기한 <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를 읽고 리뷰를 쓴 바 있다.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실명의 마피아 보스가 마피아의 세계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우선 달랐다. 마피아 조직의 세계를 비즈니스 집단과 직접 비교분석해 가면서 그 어떤 책보다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했던 마피아가 아무리 조직력을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 집단이 추구해야 할 롤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하기도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 현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어 책 속의 각 장 말미 마다 따로 기록해 놓은 핵심 글만 읽어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할 정도로 유익했다.  

     

 

    저자는 우선 세상에는 성공을 보장해줄 ‘신비의 비법’도 없고, 지름길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그는 전직 마피아 보스로서 해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귀띔’이 있다고 했다. 사실은 ‘귀띔’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 줄 조언들이었다. 

-일거에, 단도직입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든든한 행동대원과 현명한 콘실리어리, 이 두 개의 검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

-마키아벨리나 솔로몬 같은 현자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수다쟁이가 비즈니스에서 위험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담판을 짓는 자리에서 어떻게 자신을 통제할 것인지

-도박이 언제 어떻게 비즈니스를 그르칠 수 있는지

-한 번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떤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규칙을 어기는 일이 자신과 비즈니스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

  저자는 가장 먼저 ‘단순한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마피아의 습성을 예를 들면서 일을 한다면 정곡을 찌르라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아다니거나 모든 업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위 등은 사업상 재앙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일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인생까지 어지럽히는 이 재앙의 파편들은 결국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걸림돌을 단호하게 치워내고 정곡을 찌르는, 즉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46 쪽

  ‘핵심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경제불안과 고용불안정 등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이른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주의가 판치는 요즘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마음만 바빠 허둥지둥 대다보면 정작 하는 일은 하나도 없이 몸만 피곤해지고 소득은 없는 게 요즘이 아니던가? 이쯤에서 단순한 일상을 유지하고 ‘핵심에 집중할 줄 아는’ 워런 버핏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경영방식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런 버핏은 좀처럼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화 통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버핏은 단순한 업무방식을 고수하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즉 주식을 사고 파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워런 버핏이야말로 조증 환자처럼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냉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라면서 ‘현명한 리더'가 되려 한다면 워런 버핏처럼 ’핵심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이들이 제시하는 사상을 서로 양립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군주론>을 통해 말하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한마디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명제로 정리할 수 있다. 권력의 통치를 주장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마피아 연맹인 ‘라 코사 노스트라’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 되었다. 군주론 속에서 발견하는 마피아 조직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정중하게 대하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파멸시키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어설프게 당한 사람은 복수를 꿈꾸지만,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당한 사람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을 입힐 때는 복수의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해야 한다.”

“피해는 한 번에 입혀야 한다. 한 번에 입는 피해는 비교적 체감 정도가 낮기 때문에, 감정을 다치는 정도로 낮아진다. 반면 혜택은 조금씩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본문 65-66 쪽

  하지만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조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조직을 속임수와 불신, 배신을 조장하는 곳으로 만들고, 구성원들 사이에 충성심의 가면을 쓴 두려움만이 존재하게 만든다. 



 

 

  이것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의 철학대로라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해야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에 이러한 마키아벨리적 사고가 결합된 탓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의 탐욕이 초래한 결과이고, 타당한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그것을 유지하겠다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잘못 받아들인 비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탐욕’은 스스로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골칫덩어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득을 추구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얻는 자는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다.” 저자는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며 신뢰에 의거에 기업윤리를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윤리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반드시 고객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윤리가 기업의 수익성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셈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수상쩍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은 언젠가 발각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예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마피아들, 마키아벨리의 탐욕을 따른 자들, 그들의 말로가 이를 웅변한다.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있거나.” 본문 223쪽



 

  저자가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성공하는 삶이란 마키아벨리적 철학이 아닌솔로몬의 철학을 따르며 사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적 철학은 마피아들이 선택할만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위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수감되지 않던가.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이루는 것’이다. 저자는 마피아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입지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성공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재산과 마피아 보스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내 삶의 질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는 엉뚱한 재료로 햄을 채워 넣었던 것이다. 정작 그 햄이 먹기 좋게 숙성되었을 때, 내 위는 것을 소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성공한 인생이란 결국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본문 252 쪽



 

  우리는 비즈니스를 할 때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이르게 된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타협을 하거나,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양 옆에는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이 앉아 있다. 지금의 이익을 위해 마키아벨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이익은 보이지 않지만 아니면 앞으로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는 먼 미래를 위해 윤리경영을 권장하는 솔로몬을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딱 어울릴만한 지인의 조언이 생각난다. 지인은 내가 모든 비즈니스의 선택상황에 이르게 되면 “오늘의 내 결정은 내일 조간신문에 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판단해 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제시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란 무엇일까? 그 대답은 바로 이 책의 핵심이기도 했다.

 


  “내가 내놓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바로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다. 만일 성공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생각을 바꿔라. 당신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물론 많은 돈을 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람보다 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57 쪽



 

  저자는 책을 통해 마피아라는 강력한 조직의 운영 원칙을 소개하며 백 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등을 이야기했지만, 패밀리family의 구성원으로 봤을 때에는 의롭지도 행복감을 주는 조직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즈니스맨에게는 마피아적 철학과 행동원칙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역설했다.

리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영화 ‘대부’의 주인공들은 멋들어진 명대사는 남겼을지언정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은 탐욕과 허영, 배신과 보복으로 얼룩진 마피아의 세계는 보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이 아님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할 기업가들이 이 세상에는 그득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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