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식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19가지 방법!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가 지닌 최대의 장점은 ‘휴머니즘’이다. 그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밀도 있게 관찰하고, 그 안에 소중하게 숨어있는 놀라운 이야깃거리와 새로운 소재를 마치 핀셋으로 짚어내듯 포착해낸다. 인간심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마침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대한 논픽션을 엮어내는 그에게서 ‘좋은 작가란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티핑 포인트>,<블링크>,<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해 심도있게 조명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능력을 지닌 글래드웰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저널리스트이자, 21세기 현존하는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블로그에 밝혀지지 않았던 세상의 다양한 패턴과 행동양식, 심리적 아이디어로 가득 찬 칼럼들을 수백 편 올리고 있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칼럼 19개를 엄선, 세 가지의 주제로 분류해 책을 폈다. 글은 자신이 썼는데, 시점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란다. 그래서 제목도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What the Dog Saw>(김영사)이다.

 

 



 

 

  책의 제목은 책내용 중에 있는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Cesar Millan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흥분한 개도 밀란이 손을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개들이 쉽게 안정을 취하는 것을 보고 글래드웰은 ‘밀란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시선을 바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그 개가 본 것은 (밀란의) 무엇일까?’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Other's Minds에 주목했다. 타인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에서 비롯된다. 그래드웰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혹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 그 사건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잊혀져가는 마이너 천재들, 사회적 문제와 재난, 그리고 타인을 판단하는 근거 등을 살펴보았다.

 

  책을 펴서 가장 먼저 살핀 칼럼은 책 제목과도 같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개를 사로잡는 달인의 몸짓’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반려동물의 수준을 넘어 이젠 유일한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덟 살짜리 시츄종 ‘찌비’가 있는데, 녀석이 갈수록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까지 얌전하던 찌비가 올해 들어 용변을 함부로 본다거나, 제 잠자리를 마다하고 가족들의 품에서 자려고 하는 등 ‘말썽’을 부리고 있어 뒤늦게 ‘애완견 훈련소’를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단 5분 만에 괴물같은 개를 천사로 만들어내는 ‘시저’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시저 밀러는 문제가 있는 개 슈거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은 ‘주인’들에게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슈거는 지금까지 아무런 규칙이나 경계 없이 살아왔어요. 가족들은 슈거를 운동시키고 애정을 베풀었지만 버릇을 가르치진 않았어요. 어떤 대상을 사랑하려면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죠. 슈거는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겁니다.” 본문 66쪽

 

  예전에 유능하다는 어느 수의사도 “반려동물이든, 가족이든 궁극적으로 ‘개는 개답게 키워야 서로에게 이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키우는 동물을 가족 대하듯 하는 마음은 알지만, 가족처럼 대한다면 동물은 주인인 사람을 무시하거나 지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이 주는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에게 보이는 행동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는 “개는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지요. 개에게 사람은 걸어 다니는 거대한 테니스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위스콘신 대학의 동물행동학자인 패트리샤 맥코넬Patricia McConnell 역시 개의 습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개는 우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어디를 보는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동공이 확대된 둥근 눈은 공격적인 상태를 의미하지요. 개는 우리의 얼굴이 이완되었는지, 팔은 어디를 향하는지 주의 깊게 살핍니다. 개에게는 턱이나 입의 상태, 팔의 움직임이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이지요.“

 

  자세와 동작의 조화를 프레이징Phrasing 즉 ‘흐름’이라고 부르는데, 시저와 같은 개 조련사의 경우는 전달하려는 의도에 맞게 몸짓의 흐름을 잘 조화시킨다. 또한 그들은 강조를 할 때 절도 있는 동작을 취한다. 이러한 몸짓의 흐름은 비단 개 조련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직업 중에는 동작분석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강연이나 인터뷰 등에서 인사들의 대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몸짓과 눈동자의 위치 그리고 대화의 흐름 등에 따라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리고 그들의 대화와 동작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전체적으로 보기 좋은 모습의 큰 흐름으로 가는지를 살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시의 연두교서는 미성숙한 수준이라면, 빌 클린턴의 그것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듣는 이들이 끌리게 되고 그에게서 권위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 개는 (시저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글래드웰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권위’였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권위 있는 목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위엄을 느껴 말을 듣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행할 때 비로소 버릇이 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처럼 주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움직임(말과 행동)을 보고 읽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전반에 걸쳐 이처럼 관점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 좀처럼 풀리지 않던 질문에 답을 찾아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좋은 예로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로서 큰 돈을 벌고 날리기를 반복하는 니더호퍼가 있었다. 한편 나심 탈레브는 모든 백조는 흰색으로 알고 있던 통념이 18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깨진 것과 같이 세계 경제나 증시에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이론으로 매일 손실을 견뎌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묵묵히 감내한 끝에 지난 10월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귀담아들었던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탈레브가 설립을 도운 유니버사 인베스트먼츠의 '검은 백조' 펀드들은 그의 이론에 따라 시장이 폭락할 때 이익을 거두는 전략을 쓴 덕에 10월에 65~115%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올바른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거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의 일부를 낮아진 금리와 높아진 인플레이션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예적금을 멀리하고 직접투자 혹은 간접투자를 통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투자는 다소 적지만 장기간의 꾸준하고 안전한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은 큰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 이른바 ‘대박투자’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투자에 대한 투자자 즉, 우리의 시선(관점)에 대해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어 우리가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아니라 ‘읽었다면 참고 기다리는 투자를 하라’는 그의 투자방법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니더호퍼처럼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우리는 대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파국을 맞고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탈레브와 니더호퍼의 사례, 그리고 불안정한 우리 시대의 교훈은 그것을 잘못된 시각임을 말해준다. 오히려 본능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이다.” 본문 110쪽

 

  이 밖에도 글래드웰은 murray barr 라는 노숙자의 삶을 통해 노숙자들을 그냥 길에 방치하며 음식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아예 조그만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비용면에서 오히려 싸게 먹히고 효율적임을 말하고, 1993년 윔블던 결승에서 막판에 어이없이 무너진 야나 노보트나와 1996년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시 어이없이 무너진 그렉 노먼의 일화를 통해 위축choking과 당황panic 이란 두 개념을 비교한다. 글래드웰은 이 개념을 직접 실험하기 위해 19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존 F 케네디 2세의 사고현장을 답사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참고로 위축choking은 지나친 긴장으로 인하여 실수하는 것, 즉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실수하게 되는 것이라면, 당황panic은 당황하여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실수하게 되는 차이를 보인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나는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실린 글을 읽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은 과연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와 사회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론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권위에 밀려 혹은 게을러서 남들이 내린 결론과 해답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바른 결론과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론에 의문을 갖고, 관점을 달리 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모험을 쫓다 보면 그 만의 투시접, 즉 ’말콤 글래드웰식 다르게 보고 생각하기Think Different'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저널리스트의 칼럼다운 짧은 단편들은 이전의 책들과는 또 다른 글맛을 경험하게 했다. 역시 그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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