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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영어 선물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슴 벅찬 봄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명강연 같은 책!
“영어에 ‘Family isn’t a word. It’s a sentenc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족은 단어가 아니고 문장’이라는 뜻이지요.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분명 단어인데도 문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러 개의 단어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는 것처럼 가족도 모든 이의 사랑이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가정이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일간지(문화일보)에 실린 이미도의 칼럼을 읽기 위해 꼬박 한 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윗글과 같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좋은 글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꽤 많은 책과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미도 선생의 글 속에 나타나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나온 듯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들’만 신기하게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의 글맛에 취하다보면 툭툭 던져지는 명문장과 명대사에 놀라고, 그의 칼럼의 끝을 대할 때 즈음이면 무거운 머리가 한결 맑아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곳임을 그의 글을 통해 알게 됩니다. 책 <이미도의 영어선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놀랍고 유익한 글이 자그마치 서른일곱 편이나 담겨 있습니다. 신문과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찾아다니며 즐기던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뜻밖의 봄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도라는 이름은 원래 글보다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일겁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다보면 엔딩 이후 제일 먼저 뜨는 글이 ‘번역 이미도’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여러분이 영화 <나인> <쿵푸 팬더> <눈먼 자들의 도시> <반지의 제왕> 3부작 <슈렉> 시리즈 <시카고> <노트북> <식스센스>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뷰티풀 마인드> <제리 맥과이어> <인생은 아름다워>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페이스 오프> <더 록> 등을 보셨다면, 이미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셈입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도’라는 이름 만큼은 남녀노소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이름이죠.
우리는 이제 그의 이름을 책에서도 만나고 있습니다. 은막 뒤에서 자막을 제공하면서 세상과 교류하던 그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한 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책을 한 권씩 써오더니 2년 전 출간되어 약 3만 부가 팔린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웅진지식하우스)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집필에도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이미도의 영어선물>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오십 년 인생을 둘러싼 영화, 영어,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나 봅니다. 산문집<이미도의 영어선물>은 영화와 영어를 이야기했던 첫 번째 책<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보다 한층 더 깊이 있고 품격 있는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다시 말해 주제와 메시지가 일치하는 책과 영화를 함께 묶어서 먼저 소개하고, 이어 그 작품들에 담긴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를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결론에 다다르면 저자인 이미도 선생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독자가 저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세상도 그렇게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생각과 인생, 그리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생각, ‘창조적 상상력을 디자인 하자‘는 최근 이미도 선생이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상상력‘이란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일체유상조一切唯想造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생각하는 방법’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 애플의 모토 역시 ‘Think Different'입니다. 이미도 선생은 이 장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 합니다. 키워드들 역시 생각의 변화를 부르는 단어들, 호기심curiosity, 재미fun, 아이디어idea, 상상imagination, 창조성creativity,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로 구성됩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생각’입니다. 마치 생각이 없는 듯 행동일관의 아이에 비하면 어른들은 조용하고 진중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게을러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워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하는 결과에 대해 비관적으로 예측해버리는 자기검열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가 제시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 창의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의 답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만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는 바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증명해 줍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생입니다. 저자는 ‘아프기 때문에 인생’이라며 忍生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아픈 거라면 그 아픔을 이겨내는 도구는 바로 용기, 아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고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떤 어려움과 역경, 시련과 위기에서도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끔 용기를 북돋아주는 키워드로 존경respect, 존엄dignity, 꿈dream, 행운luck, 모험risk, 사랑love, 가족family, 성공success을 꼽아 이에 얽힌 책과 영화 그리고 영화의 금언들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세상입니다. 문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인문학의 존재이유는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미도 선생 역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 이 세상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세상임을 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키워드는 희망hope, 희생sacrifice, 순수innocence, 아름다움beauty, 진리truth,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 위대한 정신beautiful mind 등입니다.
이 책은 읽기 쉽고 편한 산문집이 결코 아닙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하나 하나가 보다 다르고 나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세밀하고 밀도 있게 풀어나간 책입니다. 그래서 혹여 편한 자세로 책을 들어 읽다보면 어느덧 자세를 바로 하고 집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머리에 담고 싶은 멋들어진 영어표현과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명문名文들에 반해 책의 진도가 더뎌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정말이지 따로 적어둬야 할 글들이 그득그득 했습니다. 이 멋진 문장들 대부분은 영어로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혹여 ‘영어학습서’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저자가 따로 언급을 했을 정도로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 원문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인용문의 맛을 원문으로 감상하고 싶어 할 독자들이 원문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영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를 더 좋아하고 싶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보너스 선물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셋째,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는 물론 누군가에게도’ 이들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는 일평생 선물하고 싶을 만큼 값진 것들이라고 감히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미도의 영어선물>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글과 표현을 토해낸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차마 덮어버리기가 아쉬워집니다. 담고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서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또 다시 펼쳐서는 천천히 다시 보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는 나의 작은 변화는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겁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다르게 하지만 바르게 생각할 줄 아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미도 선생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가슴 벅찬 봄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강력추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