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세뇌 - 당신이 의존하는 모든 나쁜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법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이인애 옮김 / 더숲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흡연중독은 니코틴이 아닌 심리적 의존에서 비롯된다. 담배를 버려라, 나처럼! 

 

 “왜 항상 이 모양일까?”

 “왜 이토록 의지가 약한 걸까?”

 “왜 같은 실패를 반복할까?”

 

  시시비비를 스스로 가릴 수 있을 만큼 적잖은 나이를 먹은 내가 종종 이런 자괴감에 빠지고는 하는데, 이유는 바로 담배 때문이다. 대학합격발표가 있던 날, 낙방한 룸메이트를 위로한답시고 함께 피운 것이 계기가 되어 ‘애연가’로 산 횟수만 20년.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단 걸 익히 알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면서도 도무지 끊지를 못하고 지금껏 거의 하루에 한 갑 정도를 피우며 살았다. 그런 내가 지금 10일 째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피우고 싶지만 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끊은 것이다. 니코틴 패치, 금연침 등 보조제품의 도움 없이 조금 ‘허전한 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결코 버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살고 있다. 이 말의 차이를 흡연자는 알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난 지금 담배를 잊고 산 지 열흘째다. 

  금연을 하고픈 마음을 가진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익히 들어왔던 바, 괜히 담배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싫어 금연하려는 마음조자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 스스로가 의존증적인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절망감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끊게 되겠지... 굳은 마음으로 끊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겠지 스스로에게 위로했지만, 그 날이 의사로부터 ‘당신, 담배를 끊지 않으면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라는 통지를 받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지우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하루아침에 담배를 잊다니...정말 스스로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대견하다(유치하고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도록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책 <이중세뇌二重洗腦>(더숲) 덕분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바는 특별할 것이 없다. 식이요법도, 운동도, 그 흔한 명상조차도 없다. 독자에게 약간의 문제제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뭔가를 깨닫게 할 뿐이다. 그 작은 깨달음의 효과는 꽤 커서 각종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내가 금연을 하게 된 것도 이 에 포함된다. 저자 이소무라 다케시는 깨달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깨달음’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지닌다. 하나의 깨달음이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고 이것이 또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는 식으로 연쇄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단추가 차례차례 풀리듯이 말이다.

  실제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교주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었다가 잇따라 수상한 점을 눈치 채고 세뇌에서 풀려나 교단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깨달음은 침착함, 용기, 현명함의 근원이다. ‘긍정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본문 8쪽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삼 각성했다면 바로 ‘사람에게 도파민은 처음부터 늘 충분하게 있었다’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고된 업무를 마치고 난 후, 퇴근할 때 등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해방감과 만족감을 느낄 때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웠던 나는 이러한 해방감을 흡연을 통해서만 얻는다고 느꼈던 것이다. 저자 또한 ‘약물 상용자는 도파민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해방감을 맛보기 어려워서 왠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 담배를 입에 물고 집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실낙원 가설‘이라 불렀다. 즉 이러한 상황은 마치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얘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약물 상용자가 약물에 손을 댄 순간 그때까지 당연히 누려왔던 ’일상적인 행복‘이라는 낙원마저 잃어버렸다고 본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경악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행복감과 해방감, 그리고 만족감을 느끼고 살았다. 우연한 어느 한 순간에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데, 그 후부터 모든 감정적 변화에 있어서는 담배를 찾았다. 다시 말해 좋은 스트레스든 나쁜 스트레스든 간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담배를 찾아서 피웠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담배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바로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테고, 도박을 하거나 유흥가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고 느낀 적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행위를 통해 해소되는 것은 ‘마시고 싶다’,‘하고 싶다’,‘치고 싶다’라는 욕구 불만의 스트레스뿐이다.

  현실이 달라지기는커녕 음주나 도박, 의존적인 섹스를 반복하며 강제로 신경을 자극한 결과, 도파민이 고갈되고 신경 반응성이 저하된다. 그로 인해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공허함을 느껴 욕구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끓어오른다. ‘실낙원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본문 66쪽

  금연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은 ‘니코틴 중독은 좀처럼 끊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체중증가, 스트레스증가 등 금연으로 인한 폐해가 엄청나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담배를 꼭 끊어야겠다는 결심이 약했던 게 가장 크겠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핑계 아닌 핑계로 아예 ’금연에 대한 결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도중 ’담배를 끊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마음이 울렁거리고, 두려워졌지만 담배가 스트레스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담배에 집착하고 있는 내 상태가 신체적 의존이 아닌 심리적 의존상태임을 알았을 때, 금연에 대한 ’괜한 두려움‘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 심드렁해졌다(흡연 자체에 대해 심드렁해진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본래 인간에게는 담배에 대한 욕구란 아예 없었다’는 저자의 일깨움에 힘을 얻었다. 그렇다, 내가 지금껏 피운 담배는 욕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 때문에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즉 담배에 대한 욕구는 담배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한 술 더해 담배를 물과 비교했다.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더 물에 욕심이 생기거나 너무 마셔 배가 잔뜩 부른데도 계속 마시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않는다. 그런데 이런 욕구가 생기는 것이 담배며, 술이며, 약물이다.

  흡연자 중에는 “이젠 피워도 맛있는 줄 모르겠는데 계속 피우게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이러한 의존 물질이나 의존 행동이 다음 욕구와 욕구 불만을 차례로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문 88쪽

  책을 채 덮기도 전에 담배갑에 있는 몇 개피의 담배를 피우고 나면 모두 끊기로 결심했다. 그 후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진짜다.

  담배를 끊은 이후 달라진 변화가 많다. 우선 잠을 푹 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실컷 잤다는 느낌에 눈을 떠보면 평소와 같은 여섯 시간 정도다. 예전에는 머리가 무겁거나, 피곤함이 여전했는데,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개운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비교적 빨리 잠에 드는 것이 달라졌다. 방안의 공기가 맑아졌다든가, 담배값을 절약하게 되었다 등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

  물론 잠에서 깨었을 때, 화장실에 갈 때, 식사 후에 당연히 있어야 할 무엇이 없어 상실감이 들고, 허전한 감은 여전히 든다. 하지만 담배가 부족한 무엇을 보충해준 것이 아니라, 사실 예전에 모두 있던 것들을 빼앗았던 주범이었다는 걸 안 후에는 ‘피우고 싶다’는 욕구는 더 이상 없다. 단지 ‘아, 예전 같았으면 한 대 후욱~ 하고 피웠을텐데...’하는 잠깐의 상실감이 있는 정도다.

  그렇다. 난 지금 담배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다. 만약 흡연 욕구를 참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괴롭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흡연을 하나의 ‘나쁜 습관’ 쯤으로 여기고 버렸기에 늘 하던 무엇을 못해 ‘허전하고 심심할 뿐’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상황이 아니다. 바로 책이 말한 ‘진실을 안 이후 생각이 달라진 덕분’이었다.

  <이중세뇌>는 담배, 알코올, 다이어트, 인터넷게임, 섹스, 일 중독, 사이비 종교 등 무엇인가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없이 중독된 무엇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분석하게 하여 그로부터 자신을 치료하고 툭툭 털고 벗어나게 도와주는 뇌과학이 동원된 자기계발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금연’에는 확실한 도움을 얻게 한 책이다. 보통 같았으면 이 정도 분량의 리뷰를 쓴다면 두 세 개피를 피웠겠지만, 커피 한 잔으로 무난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이 책 덕분이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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