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 젠 - 생각을 바꾸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에이콘 프리젠테이션 시리즈 1
가르 레이놀즈 지음, 정순욱 옮김 / 에이콘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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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리젠테이션 방법은 벤또 안에 들어있다!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은 과시가 아닌 설득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봐야 할 궁극적인 대상은 직장상사가 아닌 클라이언트다. 유념해야 할 당연한 이 두 가지를 우리는 종종 잊는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시청각설명회視聽覺說明會(국립국어원은 프리젠테이션 대신 이 단어를 쓰기를 권장한다)은 정보 전달 수단의 일종으로, 듣는 이에게 정보, 기획,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인데, 우리는 이것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을 과시하고, 꽤 많은 자료를 준비했음을 과시하며, 클라이언트가 아닌 나의 상사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나도, 조악한 과시덩어리를 어두운 방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프리젠테이션은 프로젝트의 결과의 핵심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는 최종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리젠테이션의 성공은 클라이언트가 손가락을 튕기며 ‘OK!'라고 외치는 순간이다. 





 

    정확히 보름 전 나는 2주일 후에 있을 첫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저자 강연회 때문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청중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자료를 준비해 책에 대한 설명과 강연내용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꾸미는 것이 어떻겠나 하는 출판사의 요청 때문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을 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그것을 준비하는 것은 강연을 해야 하는 부담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담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 끝에 클라이언트에게 프리젠테이션으로 계약을 따내는 일로 업(業)으로 삼고 있는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몇 초의 여유도 없이 권해준 책이 있으니 바로 소개하는 가르 레이놀즈<프리젠테이션 젠Zen>(에이콘출판)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프리젠테이션 방법이란 그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어제의 강연은 대단한 호응을 얻으면서 끝냈기 때문이다.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는 포춘 500대 기업 중 다수를 고객으로 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전문가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그는 오사카에서 디자인 매터즈 재팬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젠 사상에 심취해 온 그가 어느 날 달리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벤또(べんとう;일식 도시락)을 먹다가 젠Zen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을 고안해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대조였다. 내 앞에 놓은 일식 도시락은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인 데 비해 건너편에 있는 파워포인트 자료는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볼품없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나 기술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들 때 하물며 역에서 파는 도시락 같은 작은 물건에조차 스며있는 정신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는 없을까? 대부분 일식 도시락은 적당한 양의 내용물이 효율적이면서 우아하게 배치되어 있다. 보기에도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멋지게 디자인됐다.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대략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만족스럽고 신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일식 도시락이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이와 비슷하기라도 한 경험을 해 본 때가 과연 언제였던가?” (본문 20 쪽) 



 

   저자가 말하는 젠Zen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선(禪)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단순민,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이 준비 과정의 절제, 디자인의 단순미, 발표 과정의 자연스러움을 갖췄을 때 발표자와 청중 모두에게 명확하한 프리젠테이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바라본 프리젠테이션은 기교 이상의 무엇,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청중과 접점을 만들어 내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거나 동기를 부여해 서로에게 의미 있고 기억될 만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본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세계적인 경영구루가 ‘기적’이라고 칭찬한 다니엘 핑크의 베스트셀러인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를 프리젠테이션 젠의 토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가 큰 맥으로 잡은 것은 책 속에 있는 다음의 문장이었다. “ 이 시대는 색다른 사고와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통해 발전한다, 하이컨셉, 하이터치와 같은 재능이 각광을 받는다. 하이컨셉에는 다양한 패턴과 기회를 발견해내는 역량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만족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가 제시하는 6가지 우뇌형 특성에 주목했다.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이 6가지 특성을 프리젠테이션에 접목하고자 했다.그는 이 6가지 특성은 더 나아가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제품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의료 서비스, 교육, 소매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책 내용에 있는 미래형 인재의 조건 6가지 특성을 자신만의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해석한 부분은 저자의 탁월한 해석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 내용은 필시 의도하지 않은 독서 중에 발견했을진데,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아래의 그림은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주제인 6가지 우뇌형 특성이자, 프리젠테이션 젠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르 레이놀즈가 추구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이상적인 상황은 이렇다. 아래의 글은 그가 제시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을 시도했을 때의 상황이기도 하다.

“슬라이드가 화면에 비추는 순간 단숨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중은 등을 곧추세우고 화면에 비춰진 이미지를 보면 당신이 도대체 어떤 말을 할지 귀를 쫑긋 기울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여러분이 한 말을 청중이 기억할 때마다 발표 자료 이미지도 함께 상기될 것이다. 또 이미지를 볼 때마다 여러분의 말이 기억날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른 이들이 구태의연한(쉬운) 방법을 고수하는 동안 여러분은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앞서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개선방법 4가지를 제시했다.   

  1. 강연을 보완하는 슬라이드를 만들어야지 내뱉은 말을 문자 그대로 반복하는 슬라이드는 필요 없다. 절대로 한 슬라이드에 여섯 단어 이상 올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규칙을 어겨야 할 만큼 복잡한 프리젠테이션은 없다.  

  2. 수준 낮은 삽화는 집어치워라. 돈을 주고 구입해서라도 전문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고습스런 이미지를 사용하라. 

  3. 빙글 돌아가고 번쩍거리는 등의 조잡한 화면 전환 효과는 사용하지 말라. 단순함이 최고다.  

  4. 꼭 유인물을 만들어 놓자. 유인물에는 각주를 비롯해 각종 상세한 내용을 적어놓아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이란 감정적인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준비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성적인 발표를 좋아하는 청중은 안도감을 느기고 감정적으로 수긍한 내용을 더욱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저자가 생각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의 롤모델 역시 스티브 잡스 였다(물론 자신도 포함된다). 우리가 그를 세계적인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PPT, 즉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강사의 스피치와 PPT가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짐이 없이 유기적으로 잘 매치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강력한 메시지와 재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말 한마디 실수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강연록을 외웠으며 화면을 살피지 않고도 백스크린에 떠올랐을 이미지를 기억할 만큼 많은 연습을 했다. 그가 지나는 걸음 걸음마다 조명이 그를 비출 수 있도록 수많은 리허설도 거쳤다. 제품상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디 안으로 소프트웨어를 구겨서 넣게 하는 그의 ‘철저함’이 프리젠테이션에도 녹아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와 같이 인상적인 강연을 펼치는 사람으로는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을 강연하고 있는 영화변역가 이미도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영화와 영어로 구성된 수 백장의 슬라이드를 동원해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PPT, 즉 슬라이드에는 절제, 단순함, 강력하면서도 미묘한 여백 활용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놀라운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잘 나타내기 위해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과 비교했다. 빌 게이츠의 슬라이드는 미적으로 볼품도 없고, 이야기에도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슬라이드를 대표하는 듯 했다.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이 영 엉망인 건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게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가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스타일은 ‘일반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빌 게이츠의 대단한 명성만큼 그의 프리젠테이션도 좀 대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의 전략과 통합 소프트웨어 제품에 있어 디자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수많은 청중 앞에 공언할 요량이라면 적어도 발표에 사용하는 시각 자료도 사려 깊은 디자인의 결과물이어야지 급하게 갖다 붙인 장식품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본문 120 쪽)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스킬skill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기획에서 발표까지, 처음부터 끝까지를 언급한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프리젠테이션의 첫 단계인 기획에서는 컴퓨터를 멀리하고 종이(포스트 잇)와 펜으로 그림을 그리듯 구상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발표하고자 하는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발표할 때에는 유인물을 만들어 슬라이드상에서 모든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의 책<스틱Make to Stick>이 말하는 착 달라붙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기본 원칙에 준해서 만들라고 말했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앞글자를 모으면 SUCCESs가 된다)이다.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있어 복잡한 아이디어를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사례를 만들거나 요점을 담은 일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의 4가지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자신의 발표 자료를 철두철미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2. 무대 한가운데 서서 열정적이면서 진솔한 분위기로,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3. 운영상의 실수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진행했으며 청중과의 접촉을 놓치지 않았다.

4. 때로는 유머러스한 일화를 사용해 요점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느 마음에 깊이 사무치듯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핵심 메시지를 적절히 받쳐줬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신이 지금껏 활용했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예를 들어 일반적인 슬라이드와의 차이점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유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래에 있는 동영상은 저자가 직접 이 책<프리젠테이션 젠>에 대해 설명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말이 필요 있을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지켜만 봐도 책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나처럼 영어를 못알아듣는다 해도 그가 제시하는 슬라이드만 봐도 이 책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다(책이 배달되는 동안 나 역시 이 책의 절반을 이해했다. 진짜다!바로가기: 클릭!  



 

   어느 부유한 아랍의 왕이 신하 전부를 불러 이 세상 최고의 진리를 알아오라 했더니 100 권의 책을 가져오더란다. 그래서 10권으로 줄이고, 1권으로 줄이고 한 문장으로 줄이라 했단다. 얄궃은 왕, 게으른 왕임에 틀림없다. 이하 이 세상 최고의 진리 한 문장은 여러분이 익히 아는 문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기획 관련서로 가장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의 제목은 한 페이지 짜리 기획서를 뜻하는 <One Page proposal>이다. 또 <죽이는 한마디>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도 있다. 가장 고단수의 스피치라 불리는 ‘엘리베이터 테스트’는 상사가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30-45초 사이에 메시지를 말하는 발표를 말한다. 

  프리젠테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가 프리젠테이션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Do or Do Not' 즉,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가장 굵고 짧은 메시지로 이어나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을 발표하는 자는 고역의 순간이고, 듣는 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 되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만 제품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나의 재미있는 ’쇼Show‘로 만들어 모든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라는 법은 없다. 이 책을 덮을 때면 ’Why not me?' 즉, ‘나라고 못해?’하는 도전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리치보이의 강연 모습 

(2월9일 19시 - 교보문고 본사)



  내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의 첫 저자 강연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출판사가 자리를 저자 강연회를 마련한 이래 가장 많은 청중들이 왔으며(결코 많지 않다. 100 명 남짓이다) 두 시간동안 청중들은 즐거워 했다. 모두 답할 수 없을 만큼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았으며, ‘강연회가 좋았다’는 메일과 블로그 댓글을 많이 받았다.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었다. 호응을 얻었던 간단하면서도 유쾌한 슬라이드는 저자가 제시한 슬라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흡하고 어리숙한 진행과 불편한 나의 시선처리를 청중들이 너그러이 받아주며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프리젠테이션 젠 스타일의 슬라이드와 진심이 담긴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다. 어떤 형식의 것이든 발표를 앞둔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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