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이솝우화
이솝 원작, 로버트 짐러 지음, 이종길 옮김 / 토파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50년 전에 만들어진 이솝우화의 패러디! 



<<거북이와 산토끼>> 

  공격적이고 허풍이 심한 특이한 거북이 한 마리가 산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토끼는 거북이의 터무니없는 자만에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하지만 거북이가 끈질기게 토끼를 조롱하고 자존심까지 건드리자 토끼도 끝내 달리기 시합에 동의하고 말았다.

  공정하기로 소문난 올빼미가 심판으로 선정되고 코스가 결정되자 이 시합을 구경하기 위해 인근의 동물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출발신호가 울리자 토끼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지만 거북이는 힘겹게 한 걸을을 떼어놓는 게 고작이었다. 

  거북이가 까마득하게 뒤처지자 토끼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마음먹었다.그러고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가. 토끼가 눈을 떴을 때에도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토끼는 입가심할 요량으로 산딸기를 따다 예쁜 암토끼를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에도 거북이는 쉬지 않고 터벅터벅 제 갈 길을 갔다. 늦은 밤, 토끼가 암컷을 향한 구애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에 거북이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빼미는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북이가 이 경기의 공식적인 승자임을 선언했다. 

당신은 이 달리기의 승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믿음직학 성실하지만 융통성 없는 거북이보다

게으르지만 날쌔고 연애 잘하는 토끼 스타일이

요즘은 더 대접받아!

어디 그뿐이야?

여자들도 성실한 범생이보다

게으른 천재를 더 좋아한단 사실!

 

  이에 한껏 들뜬 거북이는 동물들에게 토끼 대신 자기를 전령으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동물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군. 넌 잘 모르는 모양인데 토끼가 암만 먹으면 언제든 너보다 빨리 달릴 수 있거든?" 

훈 - 할 수 있는 자는 할 필요가 없다. 

   책 제목(엽기이솝우화 Aesop Up-to-Date)에 많이 접어주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상상한 이상으로 파격적이어서 엽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BC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틈틈이 만들어 낸 동물의 우화를 로버트 짐러라는 듣.보.잡의 이야기꾼을 통해 환골탈태를 했다.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구라에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 소년의 양들만 구하게 되고, 까마귀에게 노래를 권해 먹이를 얻어먹던 여우는 까마귀를 산속 최고의 가수로 만드는 후원자가 된다. 햇볕 정책의 주요 소스였던 해와 바람의 이야기는 나그네에게 옷을 입히는 게임을 추가해 결국 1:1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1964년에 써졌다하니 이 책을 쓴 양반의 두뇌를 들여다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렇듯 원작의 내용을 꽈배기처럼 비틀고, 앞뒤를 뒤집어 오리지널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 성공한 미국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이른 바 발상의 전환을 배우기에는 딱인 책이다. 헛헛한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하게 만들고 알고 있던 사실에 태클을 거는 실력은 '막시무스 선생'의 책들을 생각나게 한다. 한 세기가 지나 다시 읽는 이솝우화는 역발상이 가미된 새로운 이야기였다. 굵은 붓체로 순식간에 그린 듯한 삽화 역시 글맛을 더하는 비주얼이었다. 유치하다 말할 수 있다. 원작을 훼손했다고 불편해 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웃기를 잘하고, 주위를 둘러봐 웃음을 찾아다니는 내게는 비록 헛웃음일지언정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다. 특히 '발상의 전환이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준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다. 순수하게 번역은 되지 않은 듯, 글 사이에 넣은 군더더기들이 재미를 감하게 만들었다. 코멘트의 내용 역시 스토리의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듯, 꿈보다 못한 해몽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영문의 영작과 함께 영한대역을 내었다면, 영어학습과 스토리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쉽다. 원서를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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