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프리 메이슨의 전모는 끝내 밝혀질 수 없는 것인가?

 

"우리 주변엔 음모 과대편집증이 도사리고 있다. 이 편집증에 빠진 사람은 이들 음모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황당한 음모는 신문 등의 인쇄매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포되며, 음모설(conspiracism)은 일종의 사종교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음모 편집증에 걸린 사람들 중엔 O.J 심슨이 일본의 마피아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찰스 황태자가 신세계 질서의 꼭두각시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1997년 6월 1일자 '뉴스위크'지 

  음모는 진실과 오해의 중간, ‘아직 알 수 없음’의 단계다. 음모론의 당사자가 터무니없는 오해라며 진실을 밝힌다면 확인될 내용들을 굳이 밝히지 않기에 ‘음모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세간의 음모들이 ‘대꾸할 여지조차도 없기에’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모가 진실의 전모에 일부 관여되어있거나, 그것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치명적인 결과를 낳거나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어떨까?

  책 한 권이 2007년 7월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2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년 만에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적이 있다. 제목은 <화폐전쟁>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이 주장한 이러한 주장은 그것을 수용하는 대상마다 의견을 달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G2라 불릴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이 책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기능은 무력하고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에 의해 조종당하는 셈이라며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붐업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유로화에 대해 언급한 후속작이 나왔을 정도다(국내에는 내년 즈음에 출간된다고 하는데, 유로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했을지 궁금하다). 

  한편 국내에서도 순식간에 경제경영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부문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관심의 초점은 중국과는 약간 달랐다. 바로 지난 해 하반기에 전세계에 불어닥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을 미리 경고했었다는 점이었다. 시의적절했던 이 내용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파장에 대해 촉각을 기울였던 독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책 속에서 ‘금융위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가’하는 이야기를 책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는 중국인 저자로서 꺼낼 법한 이야기지만 음모론적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내가 책 <비밀결사의 세계사>를 집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화폐전쟁>에서 언급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비롯된 금융세력들의 규모는 어떻게 되고, 이들 단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비롯해 최근에 <로스트 심벌>이라는 책을 펴낸 밀리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밀 결사에 대한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이와 맞물리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였다. 저자는 비밀 결사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필요한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 책이 출간되어야 하는 변辯을 대신했다. 그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류의 일반적 역사를 잘 이해하자면, 비밀 결사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메이슨에 관하 지식은 프랑스 혁명 이데올로기의 원인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준다.

  (2) 종교사 및 사상사는 비밀 결사를 연구하지 않고는 옳게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대 말기의 그노시스파의 근, 현대의 프리메이슨은 그 시대 사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3) 사회학도 또한 비밀 결사의 형성과 구조 및 의식에 관한 자세한 연구가 요구된다. 사회학적 연구는 연구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게 한다.

  (4) 심리학 분야에서도사람들로 하여금 비밀 결사를 형성하도록 작용하는 감정을 연구하여, 인간의 종교적 감정을 연구하는 데 흥미와 아울러 크나큰 암시와 귀뜸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들은 바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비밀 결사들Secret Societies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발전과정을 수많은 기록적 증거를 바탕으로 제시한 책이다. 특히 프리메이슨, 유대게이트, 시온수도회 등 거대하고 다양한 비밀 결사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회원인 유명인사들의 명단과 활약 등을 밝히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에는 아시아와 동양권의 비밀 결사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의 제목이 우연히 세르쥐 위탱의 책<비밀 결사의 세계사>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책의 내용 역시 아시아와 동양권의 비밀 결사가 제외된 점을 비추어보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제 3장 유대게이트의 회원에는 작고한 명사를 비롯해 생존해 있는 인물들도 거명한 반면(우리가 잘 아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 우디 알렌, 엘리자베스 테일러, 더스틴 호프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들도 포함되었다), 프리 메이슨의 회원들의 명부는 작고한 인물들만 기록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저자는 더 많은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내용을 발췌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저자가 아시아와 동양권의 프리 메이슨 회원들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특히 우리나라에는 어떤 인물들이 프리메이슨 회원이고 과연 몇 명일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내가 갖는 이런 종류의 의문이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모론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비밀 결사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살펴야 할 독자의 몫이다. 만약 쑹홍빙의 <화폐전쟁>나 이리유카바 최의<세계를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 경제편>을 읽었던 독자라면 그 책들이 언급한 ‘어두운 금융세력’들에 대한 존재가 이 책이 말한 비밀결사들과 교묘하게 잘 맞아들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S. 이것 하나는 세인들이 궁금해 하는 한 가지를 언급을 해야겠다. 우선 소설 <다빈치 코드>와 관련된 사실은 ‘다빈치 코드’가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은 허위였다고 저자는 밝혔다. 다시 말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19세기 말, 두메마을의 한 신부가 ‘렌느 르 샤토의 수수께끼’를 해독하여 땅에 묻혀 있던 보물을 발견하였는데, 그 속에 다 빈치가 어떤 신비한 활동에 관여하여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이 있었고, 그 안에 수도회의 비밀의식을 나타내는 암호가 깔려 있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에 묘사된 시온수도회가 실제로 설립된 것은 1956년 6월 25일, 프랑스의 피에로 프랑탈에 의해서였다. 그는 시온수도회의 후계자라고 주장하였으나, 훗날 ‘비밀 문서’ 등 모든 자료는 그가 꾸며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예술가 레오나르드 다 빈치에 대한 의혹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