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마구 퍼 주고, 그 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이것이 미래 기업이 살 길이다!

 

  “공짜 술 한 잔 보고 십리 간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리고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공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이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나 역시 ”공짜“라는 팻말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대체 뭐길래..?’ 하며 기웃거리는 공짜에 약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손해 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얻는 즐거움보다 잃는 괴로움을 두 배가량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것을 보면 사람들이 ‘손해 볼 염려 없는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장사꾼들은 이러한 사람들(소비자)의 ‘공짜심리‘를 모를 리가 없다. 공짜를 이용한 이른바 공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던 장사술중 하나였다. 당장 재래시장을 살펴보자. 어물전에 들려 젓갈을 사기 전에 손님은 이쑤시게로 집어서 한 입 먹어본다. 과일가게를 들려도 수박, 사과, 배 등을 깎고 숭덩숭덩 썰어놔 상품의 가치를 짐작하게 진열해 놓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무엇이든 한 무더기를 사면 한웅큼 집어서 보따리에 더 담아주는 ’덤‘도 공짜요, 행여 무거울까 집까지 배달해주는 운송료도 공짜마케팅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공짜‘없이 무슨 물건을 살까 싶을 만큼 ’공짜‘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시장은 더욱 뜨겁게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방법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공짜’를 마구 퍼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이렇게 막 퍼줘도 괜찮은겨?’ 기업을 걱정을 정도다. 정말 그렇게 공짜를 남발해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 것일까?



 

    책<프리;free>는 21세기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공짜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는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이자,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을 쓴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전작 <롱테일 경제학>이 저장과 유통 비용이 제로zero인 온라인의 잇점이 롱테일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한계비용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저자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은 공짜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1세기의 공짜는 전 세기까지 추구해 왔던 ‘말뿐인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웹은 인간의 지식과 경험과 표현이 집적된 세계 최고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통비용 제로의 디지털 배급 시스템으로부터 오늘날의 웹의 기적이 일어났다. 공짜 진열공간이 바로 그런 기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짜는 아무런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그것은 향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미끼가 아니라 진정한 공짜다...21세기의 공짜는 20세기의 공짜와 다르다. 원자 시대에서 비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상이 변화를 일으켰다. 공짜가 진정한 공짜가 된 것이다.” 본문 22 쪽

  저자는 비트 시대(21세기)의 공짜는 원자 시대(20세기)의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이렇다. 20세기의 공짜는 ‘말 뿐인 공짜’다. 공짜를 대신한 사은품, 증정품, 할인 등의 혜택이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초에는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공짜로 받는 만큼 깎는 ‘에누리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대가를 치르는 마케팅 술책 중 하나일 뿐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인 비트 시대의 공짜는 다르다. 말 그대로 공짜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가입만 하면 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도 공짜다. 온라인 공간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공짜 혜택은 ‘그것이 정말 공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짜투성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공짜로 더 퍼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할까? 저자는 인터넷 세계는 프로세서, 대역폭, 그리고 저장장치라는 세 가지 기술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배가시켜 종국엔 한계비용이 제로Zero, '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짜경제 속에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구글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경제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그 설명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공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네 가지의 공짜모델을 제시했다.    



 

   공짜모델1 - 직접 교차보조금(기업이든 스폰서든 누군가 돈을 대신 내주는 형태)

공짜 상품: 다른 무엇인가를 유료 구입하도록 당신을 유인하는 모든 상품

공짜 수령자: 궁극적으로 이런저런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될 모든 사람

예: 1+1 증정행사, 이동전화 상품, 패키지 상품

 

  공짜모델2 - 3자간 시장

공짜 상품: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공짜 수령자: 모든 사람

예: 라디오, TV, 신문, 잡지 등 - 광고주가 대신 비용을 대는 형태

 

  공짜모델3 - 프리미엄Freemium Model

공짜상품: 고급 유료 버전과 겨루는 모든 상품

공짜수령자:기존 버전 이용자

예: 어도비의 포토샵의 고급 버전을 구매하는 유료 이용자 1명이 체험판을 내는 이용자 19명의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

 

  공짜모델4 - 비금전적인 시장

공짜상품: 사람들이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공짜로 제공하는 모든 것

공짜수령자: 모든 사람

예: 위키피디아, 블로거 등 - 일종의 기부 경제로 이들은 명성과 관심, 표현 등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다.

 
  저자는 앞선 두 가지의 공짜모델 즉, 교차보조금과 3자간 시장은 원자 시대인 20세기의 공짜모델이고, 21세기를 대표할 공짜 모델은 세 번째인 ‘프리미엄 모델’(= free+premium의 합성어로, 모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급 기능을 유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공짜버전(체험판 등)을 제공하고, 고급형은 유료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라 불렀다.

  덧붙여 비트 시대에 있어 또 하나의 공짜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비화폐 시장, 즉 비금전적 시장이다. 위키피디아나 블로그 등과 같은 공짜모델들은 관심 경제와 명성 경제가 돈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공짜다. 그래서 이들이 제공하는 경제는 순수한 ‘기부경제’이고, 기부경제에 쏟은 노동의 보상은 다른 블로거나 유저들로부터 얻는 존경과 관심, 표현 그리고 청중(팬)이다. 이러한 보상은 트래픽(방문)으로 이어지고 광고 클릭수를 높여 금전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금전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공짜 노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좋아서 무료로 하는 일이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 종종 더 즐겁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지만, 매슬로우가 보여준 것처럼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매슬로우가 다른 욕망들보다 중요하게 평가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웹에서 자발적 참여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웹 덕분에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인가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몇백 년 동안 그러한 비화폐를 생산할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채 그것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및 도구들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웹이 바로 그러한 도구들을 제공했고, 그 때문에 갑자기 무료 교환 시장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본문 298 쪽

  더불어 저자는 기존의 공짜 비즈니스 개념에 대한 오해와 반론들 중에서 중요한 14가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해 각각의 사례를 들어 답변을 제시했다. 원자 시대와 비트 시대의 과도기에 있는 지금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 미래의 공짜 비즈니스의 방향(공짜의 규칙)을 예측하고, 저자가 공짜 경제 시대의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제시한 효과적인 프리미엄Freemium을 독자들이 효과적인 활용하는 방법(프리미엄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공짜 비즈니스 모델들을 유형별로 정리(50가지 공짜 비즈니스 모델)해 제시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하는 비트 시대의 공짜경제를 살펴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례로 제시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만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표본이라면 무어의 법칙만큼이나 빠른 속도의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신생업체들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나아가야 할 바는 무엇일까 의문을 두었는데 끝내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온라인 시장의 대표적인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공짜경제’에 주목하여 공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공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 그리고 공짜 마케팅 유형과 성공적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공짜경제Freeconomics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롱테일 경제학>의 후속타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로서 숙제가 있다면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금의 온라인 시장을 살펴보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거대 온라인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업체가 아니던가? 이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는 충분한 마켓쉐어가 있기 때문에 95%의 공짜 유저와 5%의 유료 유저로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신생업체가 이들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면 과연 그들처럼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국내에서 먼저 개발된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철수한 점과 뒤늦게 개발된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만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면 이러한 공짜 경제의 도래는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고, 이는 가상공간에서의 승자독식사회가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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