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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ㅣ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면 워런 버핏의 어깨너머로 주식시장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찌라시엔 얼마나 많은 테마주 소식이 떴고, 얼마나 많은 소문과 ‘카더라 통신’이 떴는지...그리고 이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새로운 투자처로 옮겼는지 궁금해진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가 있다. 성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석유 시굴자는 무조건 천국으로 보내기로 원칙을 정해놓는 바람에 너도 저기 대기소를 보면 알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겠어.”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제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성 베드로는 벼롤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대기실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들이 번개같이 바깥으로 뒤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지켜본 성 베드로는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천국갈 준비나 하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주식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합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로 뭐가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믿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한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다. 그는 IT혁명이라 불리는 1999 년, 세계적인 거부들과 IT업체의 CEO 들이 모인 선 밸리의 앨런 앤드 컴퍼니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나쁜 생각보다는 좋은 생각 때문에 더 많이 곤란을 당할 수 있다’는 벤 그레이엄의 말을 빌려 인터넷주를 포함한 기술주 경기들이 너무 높아졌다며 지나간 몇 년 동안 주가가 치솟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섣불리 미래를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워런 버핏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을 예측한 내용이었다. 참가한 귀빈들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버크셔 해서웨이가 경기를 놓친 것을 합리화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샴쌍동이(워런 버핏는 그가 가장 친애하는 친구들을 일러 이렇게 말했는데, 그중에는 찰스 멍거와 아들과 같이 여겼던 친구 빌 게이츠가 포함된다) 같이 여기는 빌 게이츠가 기술주의 특혜자인데 어떻게 막차까지 놓쳤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인터넷은 브릿지 게임을 위한 도구일 뿐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난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책 <스노볼THE SNOWBALL>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워런 버핏을 파헤친 평전일 것이다.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Alice Schroeder는 워런 버핏의 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던 계기로 알게 되었다. 버핏은 자신에 대한 글을 써줄 만한 사람은 그녀뿐이라 판단하고 직접 그녀에게 자신의 '전기'를 써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진술과 주위 사람들의 진술이 다르거든, 주위 사람들의 진술을 써 주시오." 버핏의 겸손함에 저자는 글을 쓸 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무려 6년에 걸쳐 무차별적인 인터뷰와 주위의 증언을 모아 쓴 책은 국내판으로는 무려 2,000여 페이지다.
나는 먼저 버핏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생각해 봤다. 우선 시기적으로 앨리스 슈뢰더에게 책을 써줄 것을 요청한 때를 생각해 보면 사실 헤어졌지만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했던 전 아내 수지 버핏이 죽음을 앞둔 시기와 엇비슷해진다. 버핏에게 있어 수지의 죽음은 큰 변화의 전환점이 된다. 게이츠 앤드 멜린다 재단에 거의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때도 이 즈음이고, 증여는커녕 돈을 빌려달라는 딸의 요청에도 “돈을 빌리려면 은행을 가야지?”라고 말했던 버핏이 5년 마다 100만 달러의 용돈을 주기로 한 시점도 거의 일치한다. 아마도 버핏은 몇 해전 그의 연인처럼 절친했던 친구 케이 그레이엄의 죽음을 경험했던 터라 전 아내 수지 버핏의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다면...하는 두려움으로 살아있을 때 평전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녀의 죽음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그림자같은 연인 애스트리드와 결혼도 했고, 지금까지 살아있음을 미리 예측했더라면 아마도 그는 자신의 평전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억측도 해본다. 왜냐하면 독자인 내가 봐도 이것이 과연 ‘생존의 인물에 대한 평전일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이후 저자와 버핏은 서로 소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후문이 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지금도 20 년 동안 진절머리나도록 골치를 썩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산 후 후회했던 것 만큼 이 책을 낸 것에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예상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스노볼> 덕분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난 워런 버핏에 대해 조금은 알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버핏에 대한 의문 중에 두 가지는 그는 어떻게 ‘투자를 시작했는가?’하는 것과 <스노볼>의 소개에서 언급했던 ‘절도 행각을 벌인 버핏’이었다. 이 부분은 투자의 시작이라는 점과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의 버핏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워런 버핏은 어려서부터 돈을 밝혔다?
워런 버핏은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다. 어린 워런이 좋아했던 놀이들은 대부분 승패를 겨루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가 없을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해서도 승부를 겨룰 정도였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병뚜껑은 모두 모으고 싶을 만큼 수집욕收集慾이 강했다. 이런 취미와 관심은 숫자로 변했다. 여섯 살이 되면서 시간을 초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스톱워치에 깊이 매료 되었고, 이후 무슨 놀이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는 재미에 빠진다. 이러한 놀이와 행동들은 그에서 무언가 소중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가르쳤는데, 그것은 바로 확률이었다.
워런 버핏의 첫 비즈니스는 껌 한 통을 낱개로 나누어 팔면서 생긴 2 센트의 돈이었다. 이 작은 돈의 수입은 그가 가졌던 취미와 관심의 총합이었다. 상대에게 물건을 팔면서 설득시켰다는 승리감과 가치가 있는 돈을 모은다는 수집욕, 그리고 보다 더 잘 팔 수 있는 확률과 방법을 궁리하게 했다. 이렇게 모인 이 작은 돈들은 장차 커다랗게 될 스노볼 속의 최초 몇 개 눈송이인 셈이었다. 열 살짜리 어린 워런의 인생을 바꾼 것은 벤슨 도서관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백동전처럼 반짝이는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복리複利의 마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린 워런은 친구인 스튜 에릭슨은 집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자기는 서른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 년 뒤인, 1942년 11살이 된 워런은 그의 전 재산인 120 달러와 누나인 도리스를 동업자로 삼아 ‘시티즈 서비스Cities Service'의 우선주 여섯 주를 샀다 각자 세 주씩 소유하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각자 114.75달러였다.” 133쪽
이 때 워런은 자신이 선택한 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누나인 도리스를 왜 끌여들였을까 궁금해진다. 어차피 세 주씩 나누어 가질 거면 굳이 누나와 동업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이 때부터 펀드매니저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추천한 주식을 샀으니까 나중에 주식가격이 높아지면 팔 때 이익의 15%을 줘야 해. 알았지?” 이들이 사들인 여섯 주의 주가가 요동을 치자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려고 40 달러의 시점에서 5 달러의 이긱을 남기고 팔았다. 그 후 시티즈 서비스의 주가는 계속 치솟아 나중에는 한 주에 202 달러까지 올랐다. 이 투자에서 워런은 세 가지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첫투자를 자기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세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교훈은 주식을 사면서 투자한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교훈은 별생각 없이 작은 이익만 덥석 물고 물러나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교훈은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투자할 때와 관련된 교훈이었다. 만일 자기가 실수할 경우, 돈을 맡긴 사람은 자신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성공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134-135 쪽
워런 버핏은 범죄자였다?
어린 워런은 할아버지 집의 차고에서 누나 도리스의 파란색 자전거를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도리스에게 선물한 것인데, 이사를 하면서 가져가지 않고 맡겨 둔 것이었다. 워런은 누나의 이니셜이 새겨진 자전거를 제 것처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이 자전거에 웃돈을 얹어서 남자 자전거로 바꾸었다. 워런이 누나의 자전거를 훔친 행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학교 시절 나쁜 성적, 세금 포탈, 그리고 가출은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시어스 백화점 지하의 스포츠용품점에서 골프 가방과 골프채, 골프공 등을 훔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절도행위를 ‘낚기’라고 불렀다. 고등학생인 워런의 이러한 일탈행동을 돌려놓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버지 하워드는 워런에게 돈을 버는 신문 배달을 못하게 하겠다고 겁을 줬다. 그 때에 대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반사회적인 학생이었습니다. 8학년 그리고 9학년 때요. 나쁜 아이들과 어울렸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습니다. 반역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불행했습니다.” 177 쪽
그의 일탈은 그를 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난 네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나는 네가 100 % 완벽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신문배달을 못하게 한다는 아버지 하워드의 협박은 어린 버핏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후 버핏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돈벌이는 계속되었다. 골프장 근처 호수에 빠진 골프공을 잠수해서 건져내어 파는가 하면 낡은 핀볼 기계를 사서 위탁하는 이른 바 ‘자판기 사업’을 통해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에서 배운 방법을 실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버핏은 50만 부 이상의 신문을 배달했고,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5천 달러의 눈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350명 가운데 16등이라는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은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해 상심해 있던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리플릿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도의 이름을 발견한다. 1949년에 출간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마치 신을 찾아낸 것 같았다’고 말할 만큼 매료되어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모두 읽은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벤 그레이엄을 따르며 배운 것은 ‘담배꽁초 줍는 법’이었다. 길거리를 걷듯 주식 종목을 연구하다 보면 담배꽁초같은 종목을 발견하게 된다. 필터에 이빨 자국이 나 있을 수도 있고, 축축하기도 해서, 그걸 주워서 내 입에 넣기가 어쩐지 꺼림칙한 담배꽁초, 하지만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 어쩌면 연기를 한 모금 잘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담배꽁초 같은 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이익을 추구하면 바로 팔아버렸다. 그 기법이란, 회사의 주식가격이 장부 가격 아래에서 형성되는 동안 계속해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어떤 이유로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주식을 계속 더 사들여 회사를 장악한 다음 회사의 자산을 팔아 치워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워런은 초기 투자 시기에는 벤 그레이엄의 이러한 여러 원칙들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힘들기는 하지만 절대로 투자액을 손해볼 일이 없는 게임만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찰스 멍거는 잃을 가능성보다 벌 가능성이 높으면 기꺼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버핏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샴 쌍둥이라고 불릴 만큼 친해진 둘은 이윽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투자하는 시점에서는 동업을 하게 되고 버핏의 투자 방식은 지금처럼 더욱 크고 과감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든 ‘두려움을 아는 투자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던 그는 ‘지는 것’과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을 죽을 만큼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주식종목이 항상 이기기를 바라는 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의 삶은 ‘연구와 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열정은 버핏을 수천 개나 되는 주식의 세상을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버핏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찾지 않는 자료를 찾아서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드나들었다. 그리고 수십만 개의 숫자들과 씨름하면서 밤늦게까지 연구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이 핑핑 돌아서 집어던지고 말았을 것이다. 버핏은 또한 아침마다 여러 신문을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아침마다 마시던 코카콜라처럼 월스트리트 저널을 그대로 삼키고 소화했다.
직접 회사들을 방문해서 그리프 브로스 코퍼리지의 전진기지를 운영하던 여자를 상대로 배가 불룩한 통에 대해서 몇 시간씩 이야기하고, 보험에 대해서 로리머 데이비드슨과도 몇 시간씩 이야기했다. 또 육류 물품을 구비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프로그레시브 그로서>와 같은 잡지들을 읽었다. 자동차에 <무디스 매뉴얼>을 늘 가지고 다녔으며 심지어 신혼여행을 갈 때도 이 책을 가지고 갔다. 사업의 경기순환을 읽히고 월스트리트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역사, 그리고 현대 기업의 역사를 공부하려고 백 년 전 신문을 몇 달에 걸쳐서 읽었다. 정치판에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정치가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 경제 관련 통계를 분석해서 통계 수치가 의미하는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어린 시절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전기는 배놓지 않고 읽으면서 그 사람들의 삶에서 교훈을 찾고 또 배웠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접근해서 친해졌고,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미술, 문화, 과학, 여행 등 사업 이외의 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오히려 자기 열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규정했다. 단 한 번도 남에게 큰 빚을 지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위험을 줄이려고 했다. 그리고 사업과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한 순간도 머리에서 지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쁜 회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경쟁할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줄 수 있을까? 버핏은 또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머릿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684-685 쪽
이 책에서 그가 주식을 투자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2004년도에 ‘한국 주식시장’을 연구한 부분이다. 70이 넘은 나이에 그는 환율은 물론 금융용어까지 다른 한국 주식시장을 투자하기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공부했다. 마침내 25 개 정도의 종목을 구분했을 때 비로소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 또한 첫 거래에 100 주를 사들일 만큼 신중을 기했다.
그는 또한 ‘기다릴 줄 아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었다.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 어쩌면 가장 어려운 덕목이 바로 ‘기다림’인지 모른다. ‘성질 급한 놈이 낚시를 하면 결국 투망을 들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시황, 넘쳐나는 소문과 호재와 악재들 속에서 항상심恒常心을 갖기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버핏의 인내에는 ‘공부와 연구’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다.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는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투자자의 비난’이었다. 버핏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불행해하는 것을 보기 싫었다. 이는 역시 기업 인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을 인수하면서 한 번의 크나큰 실수를 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공식적인 투자 원칙을 세웠다.
1. 내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투자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반도체니 집적 회로니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다.
2. 아무리 예상 수익률이 눈부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삶의 주요한 문제들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위나 활동에는 투자하지 않는다.(‘인간 삶의 주요한 문제들‘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가 의미한 내용은 실업이나 공장 폐쇄와 같은 것들이었다) 573
그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워런 버핏의 투자가로서의 소신이다. 투자가란 이러한 소신을 갖추어야 한다. 투자종목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생각한 바를 토대로 투자한다면 이는 더 이상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된다. 이렇게 투자한다면 잃을 가능성은 적어지고, 설령 잃는다고 해도 또 다른 투자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확신 없는 투자 즉, 투기가 넘쳐난다. 이러한 투기는 구제해줄 방법도 없거니와 구제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버핏을 높이 평가하는 두 번째는 ‘펀드 매니저’로서의 소신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종의 사모펀드이자 동업이다. 버핏의 투자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투자금이 함께 투자되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신의 투자금과 그의 가족(그는 투자자를 이렇게 불렀다)의 투자금을 합해 투자했다. 그리고 그 이익에 대해 일정부분 수수료를 떼었고, 인출하지 않은 채 다시 재투자해서 지분을 높였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그에게는 금융인으로서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키려고 하는 ‘직업적 윤리의식’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버핏의 투자시스템에는 공생共生이 숨어있다. 말 그대로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자들도 버핏을 믿을 수 있다. 버핏은 매년 투자자들을 위한 신년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 이들에게 어느 종목을 얼마나 샀는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를 믿고 따르고 있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2009년 4월 11일(현재시각) 뉴욕 증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당 15만달러를 돌파해 버크셔 A 주식은 이날 오후 주당 15만8000달러에 거래됐다. 1957년에 버핏에게 1천 달러를 투자한 뒤에 그대로 묻어 두었던 사람은 이 돈이 6,000만 달러로 바뀌어 있는 기적과 같은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워런 버핏은 ‘스노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689 쪽
이를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금융인)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자. ‘직업적 윤리의식을 갖춘 펀드 매니저(금융인)’이라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투자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수익률이 높게 일어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자주 갈아타게 해서 수수료를 늘려 회사에 이익을 주는 펀드 매니저가 아니라, 투자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펀드 매니저란 그런 것이다. 대충 이렇지 않을까?
이 책은 워런 버핏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 이유는 지금껏 워런 버핏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은 차고도 넘치지만, 단지 세상에 흩어져 있는 비늘에 불과할 뿐, 그를 설명하는 뼈대가 되는 책은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즐겨 마시는 체리코크이 그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세계 제일의 부자가 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아직도 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입은 남루한 양복이 실은 수천 달러 짜리 제냐라는 것도, 소니 회장의 만찬장에서 베푼 초호화 일식 코스 요리에는 입에도 대지 않은 채 홀로 호텔로 돌아와 햄버거와 프렌치 후라이를 먹은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투자법을 대표하는 ‘복리의 마술’을 뼈속 깊이 배우게 될 것이다. 그가 3만 달러 짜리 집을 처음 산 이후 ‘투자후 복리로 키우면 10년 후면 백만 달러가 될텐데’라는 아쉬움으로 그 집 가격을 늘 ‘백만 달러를 주고 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수십 차례 언급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투자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배울 수 있고,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인들은 ‘존경받는 금융인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인터넷을 켜면 ‘워런 버핏’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과 그가 굴리는 스노볼의 크기를 지켜보고 싶어서다. 워런 버핏은 그가 죽은 후 30년이 지나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굴러갈 수 있도록 대비를 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를 지켜봄은 독자로서, 개인투자자로서 큰 즐거움이 되었다. 스노볼은 지금 이시간도 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