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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니어스 Group Genius - 1등 조직을 만드는 11가지 협력 기술
키스 소여 지음, 이호준 옮김 / 북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창의력이 넘치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비결에는 '그룹 지니어스'가 있었다!
전구는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하지 않았다. 전신電信은 새뮤얼 모스가 발명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뒤집는 위의 엉뚱한 세 문장을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려면 한 단어를 끼워 넣어야 한다. 바로 ‘혼자’이다. 그렇다. 전구는 토머스 에디슨 혼자서 발명하지 않았고, 전신 역시 새뮤얼 모스가 혼자 발명하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라고? 그림이나 사진, 혹은 지금까지 세상에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이들이 발명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사실은 그를 도왔던 수많은 사람(조수, 스텝)들의 아이디어와 협력이 있었다. 이를 설명할 적절한 예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를 들 수 있다. 비록 라이트 형제가 역사적 위대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 비행기록을 갖고 있을 뿐, 당시의 비행기는 많은 결함과 부족함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타고 나는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 협력과 개선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럼 형제 중에서 비행기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윌버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우리 형제는 함께 생활하고, 함께 놀고, 함께 일했으며, 무엇보다도 함께 생각했다. 장난감도 항상 우리 두 사람의 공동 소유였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열정까지도 공유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루어낸 모든 것은 대화와 제안, 그리고 토론의 결과물이었다.” (그룹 지니어스, 23 쪽)
오늘날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팟’을 살펴보자. 아이팟을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는 모호한 개념의 아이디어 즉, ‘지금 시장을 점령한 MP3를 대체할 만한 최고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차세대 뮤직플레이어를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만은 제공했을 것이다. 아이팟을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가 고용한 애플의 직원들과 아웃소싱한 실력자들이었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이 아니라 ‘애플 사람들의 아이팟’이라 불러야 제대로운 답이라 할 수 있다. 말장난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입씨름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창의력이란 혼자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한 명의 세계적인 천재가 통찰력을 발휘하여 생각해 낸 것이 아니다. 혁신Innovation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 즉 다수의 협력이 낳은 통찰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혁신은 언제나 생각과 의 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득이는 통찰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협력은 곧 창의력이다. 다시 말해 혁신은 한 명의 지니어스Genius가 아닌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개하는 책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의 핵심이다.
저자인 워싱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키스 소여Keith Sawyer는 창의성에 관한 기존의 믿음, 즉 한 명에 의해 창의성이 비롯된다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할 뿐, 창의력은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일종의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보았다. 집단 천재성性 이라 해석할 수 있는 그룹 지니어스는 협력이 창조적 힘을 자극하여 혁신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재즈 밴드의 젬 세션은 종종 연극에 비유된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회를 거듭하지만 사실 매 회마다 다르다. 연극배우의 표정이 다르고, 분장이 다르고, 기분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연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재즈 밴드의 젬 세션도 마찬가지다. 젬 세션은 악보가 없이 즉흥적으로 멜로디와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기본적인 멜로디의 포맷만 있을 뿐 연주자들은 그날의 멜로디와 표정 등에 맞춰 호응해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상황은 실제상황이고, 그들로 하여금 ‘협력’이 만들어내는 ‘창의성’의 본보기를 볼 수 있다. 뉴욕의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마에스트로가 없이 리허설과 연주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좋은 예다.
저자는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팀이 가지고 있는 7가지 핵심적인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혁신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2.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3. 서로 조언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4. 아이디어의 의미를 서둘러 규정하지 않는다
5.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데 탁월하다
6.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7.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IDEO나 구글Google, 특수섬유 고어텍스Gore-tex로 유명한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등은 그룹 지니어스의 대표적인 사례 기업들이다. IDEO는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직원들이 여기에 즉시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필요한 인원이 모여 신속한 정보공유와 피드백을 해주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다시 해체된다. 이들은 직원들은 하나의 팀 혹은 다수의 팀에 소속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킨다. 구글이나 3M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구성원들은 업무시간의 10%를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피드백을 하며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 이들에게도 팀장이 있고, 부서장이 있다. 하지만 팀장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신입사원이 맡을 때도 있다. 그들에게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프로젝트를 위한 선험적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 ‘코칭’을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21세기의 직원관리 시스템의 화두가 ‘코칭’이라면 직원 모두를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시스템은 ‘그룹 지니어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사례를 동원해 기업에서 일어난 혁신의 케이스들이 천재적 인재 한 명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수의 협력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줘 ‘유토피아적 발상’이 아님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혁신 경제에서는 임시로 꾸려진 소규모 팀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경쟁 지향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미래의 조직은 ‘그룹 지니어스’를 통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100% 그룹 지니어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업무시간의 80%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서로 모여 ‘그룹 지니어스’를 형성한다.
이렇게 팀원들이 하나 되게 하는 비결에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flow'즉,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로(몰입)를 잠시 설명하면 플로에 진입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일에 도전할 때다. 너무 벅찬 일을 맡으면 좌절하게 되고, 너무 쉬운 일을 맡으면 지루해져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조건은 목표가 명확할 때다. 세 번째 조건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이 이루어질 때다. 마지막 네 번째 조건은 목표에 완전하게 집중할 때다.
몰입의 조건을 살펴보면 그룹 지니어스의 특징과 결합됨을 알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도전할 목표), 팀원들이 뭉쳐 신속한 정보제공과 피드백(의견교환)을 해주고, 적절한 시간을 그곳에 몰입할 수 있도록(집중)해주고 원래대로 돌아간다. 플로는 혼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플로를 경험하고 결국 창의력을 이끌어낸다. 그렇다면 그룹 지니어스는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그룹 지니어스를 통한 그룹 플로의 대표적인 수단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기본 원칙은 첫째, 비판은 금물이다. 비판적인 목소리는 창의성을 가로막은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셋째,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다. 넷째 결합과 개선을 통해 양을 질로 진화시킨다.
이미지: 디자인 그룹 IDEO의 브레인스토밍 회의 모습
오늘날 기업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나아가 장수기업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을 통해서다. 혁신이 있기 위해서는 기업 내에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는데, ‘일당 백’의 창의적 인재는 신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권력조직이 되어 상명하달의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수의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룹 지니어스’를 이뤄야 함을 위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그룹 지니어스는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해 서로의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가 창의력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저자는 기업의 목표가 창의성과 혁심을 얻는 것이라면,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구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 그룹에 중요서이 떨어지는 업무를 맡기지 마라. 먼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긴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맡겨라. 복합적이고 즉흥적인 업무를 할 때 그룹을 활용하라.
- 꼭 필요한 인원으로 그룹을 구성하면 게으름을 피우거나 생산 차질이 일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 브레인스토밍 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생산 차질이나 사회적 억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아는 진행자를 활용하라.
- 복합적이고 예기치 않은 혁신은 대개 혁신적인 그룹에서 일어나므로 그룹차원의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 그룹이 휴식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그룹 활동과 개인적인 업무 활동을 교대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
- 다양한 성향을 지닌 그룹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구성하라.
- 대인관계가 원활하고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과의 교제와 협력을 즐기는 구성원들이 더 높은 성과를 올린다. (105 - 106 쪽)
신입사원들이 입사 전에 OJT를 하면 사원들을 몇 개의 팀으로 나누고 해결할 과제나 프리젠테이션을 하곤 한다. 미흡하나마 정해진 시간 안에 작은 ‘성과’를 내는데, 이 모습은 ‘그룹 지니어스’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조직에 속하게 되면 바닥에 있는 물이 스폰지에 흡수되듯 조직 내로 스며들고 만다. 더 이상의 창의력은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직위에 관련된 상명하달식의 조직체계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하지만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배출될 수 없는 이유는 ‘사회자’는 주로 상사이거나, 혹은 이들이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지적하고, 무시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멘토의 역할을 하면서 ‘멘토링’을 한다면, ‘코칭’은 이뤄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룹 플로라는 방법론에 앞서 직장상사들은 ‘코칭’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하직원들로부터 해답이 도출될 수 있을 때 까지 그들을 독려하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룹 지니어스는 조직을 넘어선다. 그룹 지니어스는 협력망을 넓혀 고객에까지 미치기도 한다. 구글의 탄생이 좋은 예이다. 구글은 내부에 정보를 쌓아두는 대신 수천 명의 자원자들이 만들어낸 협력망에서 그룹 지니어스가 나온다고 믿고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의 유명한 검색 알고리즘은 바로 웹 이용자들과 함께 그룹 지니어스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위키토피아는 어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해 개발 소스를 오픈한 리눅스는 어떤가? 아이팟 역시 개발 소스를 오픈해 다양한 유저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하고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음 버전의 아이팟에 등록한 사례 등은 조직을 넘는 그룹 지니어스가 이뤄짐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인터넷과 이메일 때문이었다. 저자는 앞으로 이들의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면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마다 혁신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해 창의적 역량을 ‘직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직 시스템의 변화 없이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기업을 포함해 나아가 창의력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그룹 지니어스’라는 통찰력이 활용되어야 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개인 혹은 기업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