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판매의 귀신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6가지 - 설득의 심리학 

  비즈니스을 일컬어 ‘설득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그 전제에 해당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경제의 과정에서 ‘설득’은 꼭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이기 때문이다. 설득 했는가, 아니면 설득 당했는가의 결과에 따라 이겼다 혹은 졌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비즈니스의 핵심은 ‘설득’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져야하는 ‘제로섬 게임’ 때문에 비즈니스가 힘든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윈-윈Win Win전략’ 즉, 너와 내가 서로 이기는 답을 내는 상생相生의 비즈니스가 모범답안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이 윈-윈Win Win전략으로만 통용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양쪽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양측 중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쪽, 즉 ‘현금을 쥔 사람’이 두 계단 정도는 높은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답안인 ‘윈-윈Win Win전략’이 이뤄지기가 힘들다. 다시 말해 현실의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항상 갑甲과 을乙이 만나기 때문에 ‘윈-윈Win Win전략’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갑甲은 확실히 을乙보다 우위를 점한다. 흥정을 해서 맞지 않으면 다른 흥정이 가능한 다른 을乙을 찾아가 거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도 관철해야 하는 을乙은 항상 조심스럽고 때로는 괴롭다. 그래서 을乙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묘수’를 찾을 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취하면서 갑甲과 거래할 수 있다면 을乙은 이기는 것이다. 게다가 갑甲이 을乙에게 지는 비즈니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 사실을 모르고 만족해 한다면 100전 100승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특별한 설득비법’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 『설득의 심리학』은 매번 비즈니스에서 지는 갑甲을 위한 책이다.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을乙의 특별한 설득비법’을 소개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Cialdini 라는 심리학 박사에 의해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라는 제목으로 1985년에 만들어진 책이다. 그로부터 지난 2008년 5판을 찍어낼 만큼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2001년에 찍은 4판을 번역한 책인데, 원 제목은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으로 가장 최근(2001년)의 사회과학적 지식 등을 추가하여 개정되었다(2008년의 5판본은 국내에 설득의 심리학 2로 소개되고 있다). 



번역자 -이현우 교수 인터뷰 바로 가기



   다시 이야기하면 이 책은 갑甲, 즉 소비자를 위한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성격 때문인데, 저자는 ‘남에게 잘 속는 어리숙한 사람’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에 설득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이 책에 고백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문들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승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기술들이 가장 효과적일까? 왜 어떤 요구사항은 거절을 당하고, 똑같은 요구사항인데도 다른 식으로 부탁했을 때는 성공하는 것일까?”

  그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연구소 안의 대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험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설득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때로는 그들의 천적(사기 전담반 형사, 소비자 단체등)들과도 인터뷰했다. 게다가 그는 설득자들의 세계로 뛰어들어 ‘참여적 관찰’을 하였다. 즉 저자가 본래의 정체와 의도를 숨긴 채 단체에 잠입하여 일종의 ‘스파이’가 되어 내부에서 설득자들을 무려 3년 동안 지켜본 것이다. 그리고 설득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략들을 파악해 크게 6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이 범주들은 인간의 행동을 조절할(‘조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수 있는 심리학적 법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저자는 동물생태학자들이 말하는 특정적인 유발기제the trigger feature에 주목했다. 즉 ‘칩칩’이라는 새끼 칠면조의 소리에만 맹목적으로 반응하는(심지어 천적인 박제 족제비의 가슴에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를 녹음해 내장해서 들려주면 우호적일 뿐 아니라 품에 안기까지 한다) 어미칠면조의 고정행동유형처럼 사람들의 자동화된 행동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요청’만 했을 때는 60%만 승낙하던 것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제시하면 94%가 쾌히 승낙한다. 재미있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왜냐하면’이라는 말만 붙여도 93%가 승낙을 하더라는 것이다. 



 

    난 ‘왜냐하면’이 ‘특정적인 유발기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적당한 이유’을 알아야 스스로에게 '승낙할 명분’을 부여하여 승낙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즉 사람들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에 대해 쾌히 승낙하는 것은 맹목적인 반응이 아닌, 스스로의 합리화한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비싼 것은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평소에는 비싸서 살 수 없었던 스웨터가 값비싼 고급 양복을 구입한 후 스웨터를 봤을 때는 싸게 느껴지는 것처럼 대조효과에 의해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판매자들은 소비자의 심리를 알고 그런 순서대로 권했을 뿐이었다. 선택에 재량권을 쥐고 있는 소비자, 즉 갑甲에게는 치명적인 법칙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6 가지 불변의 법칙을 천천히 살펴보자.  



 

 1. 상호성의 법칙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설득전문가들은 이를 알고 먼저 꽃을 주며 호의를 베푼 뒤에 기부금을 모금하고, 음식점 종업원을 팁을 더 받기 위해 계산서 위에 사탕이나 껌을 위에 올려 놓는다. 정치인들의 후원자에 대한 논공행상도,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의 샘플도, 남자들이 데이트를 하면서 값비싼 선물이나 비싼 저녁을 대접하는 이유도 상호성의 법칙을 고려한 행동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누구든 우리에게 호의를 먼저 베풀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으로, 원치 않은 호의에도 빚진 감정은 생겨난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은 좀 더 발전해 약간은 우회적이지만 오히려 더욱 훨씬 가공할 만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상호성을 이용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이 그것이다. 누군가 내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먼저 했을 때 들어줄 수 없어 거절하게 되면, 그보다는 작은(사실은 누군가가 원래 원했던) 부탁을 하면 나는 상호성의 법칙의 함정에 빠져서 두 번째 요청을 들어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보 후퇴, 이보 전전 전략은 상호성의 법칙과 더불어 인식의 대조효과가 맞물려져 있다. 누군가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아 거절했는데, 그 보다는 작은 요구를 다시 받으면 처음의 요구보다는 작기 때문에 이 부탁은 최소한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요구하는 측이 일부 ‘양보’(터무니없지만 이것이 요구한 측의 ‘호의’효과로 작용한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호성의 법칙에 대한 요구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 즉 되받아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순수한 호의와 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 무정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호의와 상호성에 근거한 호의(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일단 남의 호의를 일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 남의 호의가 나의 더 큰 보답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술책을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판단(책에서는 재조명redefinition이라고 말했다)하게 되면, 요구에 의한 자동적 승낙이 아니라 요구에 응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의 호의는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자. 하지만 그것이 호의인지 술책인지를 판단하고,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대응하면 ‘상호성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 일관성의 법칙 -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서는 갈등하다가도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결정한 방향으로 맞춰나가게 된다. 경마꾼이 어느 말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되면 그 말이 우승마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선거일에 투표할 것인가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투표 참여자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도 바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회원가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고, 가입을 했을 때 거액의 상품권을 제공해 ‘첫구매’를 유도하는 이유도 앞으로 계속 쇼핑을 유도하기 위해 ‘일관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일관성의 법칙 중에는 작은 요구로부터 시작해서 결국 커다란 승낙을 얻어내고자 하는 ‘문전걸치기 기법’이 있다. 이 방법은 중공군(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다)들이 6.26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들을 세뇌시켜 결국 미군포로들이 미국을 비방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원시 부족의 성인의식과 기숙사의 신입생 환영의식은 무척이나 가혹한데, 그 이유는 는 참여자의 공식적인 개입과 관련된 노력이 클수록 그 사람의 일관된 태도(일관성의 법칙)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둘 다 강한 생명력(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에 근거한 미끼 기법의 예는 자동차(휴대폰) 판매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싼 가격을 불러 고객을 유인한 후 추가 옵션이나 부가 서비스 등을 덧붙였을 때 찾아온 수고와 선택하느라 고민했던 소비자는 처음과 말이 달라도 ‘구입’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그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본능적인 거부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수작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순간,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 생각해 본 후, 달라진 점 즉 일관성의 무모함을 지적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특별히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쇼프로나 코미디 프로에서 가짜웃음을 만드는 이유, 스텐드 바의 바텐더나 동냥꾼이 유리컵이나 바구니에 자신의 돈을 미리 넣어두는 이유, ‘가장 많이 팔린’,‘무섭게 성장하는’ 등의 광고 카피들이 난무하는 이유,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기부자 명단을 긴시간동안 공개하는 이유등은 바로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근거한 설득전문가들의 수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서 더 쉽게 설득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도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해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아프거나, 위기상황을 당했을 때에는 명확하게 구경꾼들 즉 행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부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생님, 파란 잠바를 입고 있는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병원에 연락해서 응급차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증거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전략은 부당하게 조작된 사회적 증거를 알게 되면 그로 인해 불로소득을 얻는 자들에게 ‘분노’함을 표방해야 한다. 과장광고라면 제품을 불매운동을 하거나 항의해야 한다. 대중 즉 다수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휩쓸리지 말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봄으로써 동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4. 호감의 법칙 - 자동차 판매왕의 비결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과 정당한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이란 소비자가 끌리는 신체적 매력을 갖추고, 공통점이 많으며, 칭찬(아부에 가까운 의도적인 칭찬일지라도)이 많은 사람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사람에 호감을 갖는다. 우리가 익숙한 이름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고, 외모가 수려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으려 하는 이유는 호감의 법칙 때문이다. 

 호감의 법칙 중에는 연상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자동차 광고에 아름다운 모델이 등장한 포스터나, 음식점의 입구에 갖은 신용카드의 로고가 새겨진 ‘취급가맹점’ 포스터가 붙어 있거나, 유명 연예인이 정치 입후보자들을 지지하는 것은 호감 가는 인물이나 모양을 연상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스포츠팬으로서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우리 팀’이라며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익히 아는 유명인사를 거들먹거리며 ‘ 그 친구는 나하고 이런저런 사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연상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감의 법칙에 대한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최선의 방법은 호감가는 대상과 목표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면, 영업사원과 내가 사려는 자동차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앞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사람은 영업사원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가 상대에 갖고 있는 호감은 ‘매력적이다’라는 감정이지만, 상대가 나에게 표하는 호감은 ‘내 물건을 팔아줄 사람’으로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의지했던 바대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사진출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홈페이지 

  
  5. 권위의 법칙 - 사람들은 권위자들의 명령에 복종하여 그들이 시키는 어떠한 명령도 충실히 수행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의사 가운, 경찰복 등 유니폼을 입은 합법적인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편이다. 또한 직함은 권위를 대변해서 일제 시대를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칼 찬 순사’를 무서워하고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처럼, 박사, 판사, 교수, 사장 등등의 명함으로 무장된 권위에 눌려 그들을 두려워 한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함들을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키가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옷차림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거나, 고급 자동차에 관대한 것도 바로 권위의 법칙 때문이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의 영향력은 그 힘 자체로서도 막강하지만, 그 힘을 우리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미친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전략은 권위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위의 상징물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우선 ‘이 사람이 정말로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이어 ‘이 전문가의 말을 우리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설득함으로써 전문가들이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 들이 권위를 사용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안전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1994년 박찬호의 미프로야구 선수 카드Baseball Card 



   6. 희귀성의 법칙 - 야구선수 사진에서부터 골동품까지 온갖 종류를 수집하는 수집가들은 그 품목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휘귀성의 법칙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희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게 평가하므로 설득전문가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중 희귀성 법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얼마 없습니다’ 전략이다. 이것은 일종의 ‘마감 전략deadline tactics’인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기존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그 일을 사람들에게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한편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들게 되어 상실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그 특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데 이런 심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심리적 저항 이론’중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일명 긁어 부스럼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든 사랑의 결말은 로맨틱한 천생연분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에 대한 부모의 간섭과 그에 대한 심리적 저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희귀성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 전략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희귀성에 대한 일차적이 반응이 이성적 사고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만일 희귀성의 영향력에 따라 어떤 대상에 대한 강렬한 감정적 반응이 느껴지면, 그것을 신호삼아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이성적 관점을 회복할 수 있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되면 그 대상을 원했던 최초의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설득 상황에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그리고 희귀성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요청을 수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오히려 시간, 에너지, 그리고 자원이 충분하지 못해 오히려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대응하면서도 효과적인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화 사회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름길식 의사결정방법의 신뢰성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려는 설득전문가들의 행동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콧, 위협, 대결, 검열, 일장 훈시 등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불로소득자들 즉, 설득전문가들에게 보복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설득전문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설득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책을 들었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독자는 소비자이면서 판매자이기도 하다. 즉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에 ‘옳소’하며 보복에 동참할 사람이 과연 나타날 수 있을까?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인간이란 역시 불완전한 동물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책이었다. 치알디니 교수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중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법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어디 사람만나서 이야기 한마디 하겠어?’하는 불안감도 생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저런 방법을 이런 때에 써 먹어볼까나?’ 하는 생각에 야릇한 미소도 번졌다.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의 인간 모습 그대로였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덕에 책을 빨리 읽어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거든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결국 누군가를 만난다면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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