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 경제에 통하는 책 3
최진기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한국판 ‘맨큐의 경제학’  

  이제 경제학은 더 이상 ‘경제학도’들만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다. 신문만 하더라도 일간지보다 ‘경제지’를 먼저 보는 세상이 요즘이다. 이제 경제학은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익혀야 할 ‘필수과목’이 되었다. 서점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학 관련서가 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 오래 전부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와 같은 경제학 관련서들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을 온전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정통경제학의 대안으로 대두된 ‘행동경제학’을 근거로 한 내용이라 경제학 전반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나마 가장 쉽고 잘 정리되었다고 평가받는 <맨큐의 경제학>(이 책은 Daum 아고라 경방고수 미네르바가 추천한 바 있다)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다분히 신자유주의적이고 사례들 모두 외국의 사례들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30,000원이 넘는 가격에 1,024 페이지나 되는 ‘포스 강한 책’이니 대중에게 널리 읽힐 가능성은 적다 하겠다. 

  지난 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중들을 위한 ‘경제학서’의 출간이 두드러졌다. 2007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단한 책도 많았지만, 주목할 점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맞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경제를 해석하는 눈을 밝히기 위한 책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Daum 아고라 경방의 고수로 알려진 세일러가 쓴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같은 경방 고수 나선과 상승미소(이명로)가 쓴 <똑똑한 돈;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 그리고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등은 오늘의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들의 특징은 저자들이 강단에 서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혹은 직장에서 본업에 충실하면서 해박한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을 제대로 읽어 이를 독자들이 현실감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썼다는 점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이러한 경제학 책이 쏟아지는 현상을 두고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고한 ‘강단’에서 번잡한 ‘저잣거리’로 내려온 느낌이다”고 말한 것처럼 전 국민이 ‘경제학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제를 관망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감하고 있다. 책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도 그런 경제학적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집어든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강의 동영상 <환율 방어, 무엇이 문제인가>(08.7.10 방송분) 때문이었다. 현정부의 잘못된 환율정책을 사례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환율의 개념과 그 움직임을 쉽고 명쾌하며 재미있게 강의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최진기였기 때문이다. 고교 사회탐구 영역에서 억대의 연봉을 자랑하는 학원강사인 그는 이 동영상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는 KBS 인터넷 방송에서 30회 예정으로 <최진기의 생존경제>를 강의하고 있다. ( http://news.kbs.co.kr/exec/news/list_etc.php?etccode_id=27&page=1) 저자는 경제학 지식은 각 경제상황에 따른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를 이해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지식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신문기사나 뉴스, 재테크 책에서 제대로 그 이면을 들여다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이를 취사 선택하여 수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학에 관한 기초지식을 익어야 한다. 한편 대박을 향한 투자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며 목표가 바꿔 이젠 부자를 향한 경제학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나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경제서보다 약간 크고 컬러풀한 판형으로 제작되어 표지에서 보면 <00 길라잡이> <000 컴퓨터 첫걸음>같다는 느낌을 받지만, 올컬러의 다양한 사례와 그래프가 동원된 쉬운 경제학 책이다. 전직 증권사 직원이었던 경험과 경제학적 지식 그리고 수험생들을 가르친 탁월한 언변을 바탕으로 ‘경제학 원론’를 쉽게 풀어내었다. 

  이 책의 장점은 경제학 전반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우리 옆의 경제학’ '아하 그렇구나' 코너 등은 생활 속에서 우리가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경제상식을 점검해 주고, 더불어 우리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경제학 원리를 발견하여 설명해줘서 경제지식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경제용어에 대한 사례들이 모두 한국적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 경제학을 설명하는데 봉숭아학당 정문에서 박지선 씨가 떡볶이 장사를 하는데, 프랜차이즈 떡볶이 업체인 ‘비호 떡볶이’가 새로 문을 열어 지선씨는 결국 문을 닫아 비호 떡볶이에 취직하게 되면서 지선씨의 노동가치와 비호씨의 잉여가치를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 밖에도 강남 부동산은 왜 가격 변동이 심할까? 성형외과와 블루오션, 토목 공사 중심의 뉴딜 정책은 만병통치약일까? 한국이 일본보다 유가 상승에 타격이 심한 이유, 경제성장률은 높아졌는데, 내 소득은 왜 요지부동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경제적 질문에 대해 쉽고 자세하고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애덤 스미스’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찬성했을까? 하는 질문이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경쟁을 통해 국가의 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노선이기 때문에 시장을 독점하는 지금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은행을 보유할 수 없게 만든 금산분리 제도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을 막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만든 것인데, 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현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이 자본의 힘으로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 중 하나를 들자면 ‘내가 주식을 사면 기업에 직접 투자한 것일까?’하는 문제다. 일반적으로 재테크의 수단으로써 ‘주식투자’라고 부르기에 나는 ‘투자한 것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닐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식을 구입했을 경우, 회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주식을 구입한 것이므로 그 회사에 직접 투자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다만 어떤 회사의 발행주를 구입했을 경우에는 그 회사에 직접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수한 행위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투자’가 아니라, ‘소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게 있어 대학시절 ‘전공기초’로 들은 한 학기의 ‘경제학 원론’이 전부였다. 그 후 필요에 의해 경제학 관련서 들을 읽으면서 ‘알 듯 모르는 경제용어’들이 어렵고 헛갈려서 경제학 공부보다는 용어공부에 몰두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다. 그렇다고 용어만 이해한다고 해서 경제학을 깨쳤다고도 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경제학 지식은 실생활의 어느 부분에서 적용되고 활용되는 지를 판단하기는 ‘비전공자’에게는 너무 무리였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보다 쉽게 뉴스를 이해하고, 경제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사를 비롯해 수요 공급 곡선부터 환율과 국제수지까지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경제학을 한번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경제학도’ 출신도 예외가 아니다. 학문으로서의 경제학과 실전 경제학은 관점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가 30회에 걸쳐 강의하고 있는 강의의 제목은 <생존경제>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학에 대해 공부의 뜻이 있었으면서도 기회가 없어 못하고 있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경제를 보는 안목이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면 한 줄기 햇살을 보여주는 기분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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