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경영학계의 거목, 한국적 경영의 진리를 고민하다

 

  “인간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하고 그것이 경영학이다.” 로 책의 시작을 여는 윤석철 교수의 책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은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이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기업 경영의 근본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탄생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었던 컬럼들을 일본에 사는 교포 교수가 일어로 번역해 책을 만들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고, 나중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만난 감사는 오히려 저자인 윤석철 교수보다 재일교포 교수에게 해야 할 판이다. 저자는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요악이 된 요즘, 경쟁을 일work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 책의 화두로 삼았다.

  저자는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경영학이라면, 경영학의 화두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일의 조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생산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아 일의 소비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일에 소요되는 코스트는 절감되고, 이윤은 늘어나 일의 경제성 차원의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보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저자는 21세기의 경영자는 인간의 필요, 아픔,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과학과 기술도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受容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하나 하나에서 연상되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를 염두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감수성으로 빛나는 디자인과 첨단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그는 지금도 더 나은 기술과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열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늘날의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말했다. 자유주의 상회에서 생존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숙명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자유경쟁사회는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혹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특히 그 사회는 부조리 즉, 인간의 이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을 낳아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실직 혹은 가정파탄의 고통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게 신체구조를 진화시킨 자연 생태계를 닮아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위기 때 마다 업종을 바꾸고, 조직구조를 개편해서 살아남은 듀퐁사의 사례는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자연의 생존지혜를 닮은 것이다. 자유경쟁사회에서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오늘날 번성을 누리는 종들은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찾아 그것을 개척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나도 남들 따라하기’로 약육강식의 제로섬 게임에 끼지 말고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황무지를 찾아 나서라. 힘들지만 경쟁 없는 영역을 찾아내면 살 수 있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3D 산업 즉,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택하라.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무한경쟁과 부조리 속을 살아갈 또 다른 방법은 ‘너 살고, 나 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인仁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자가 던지는 해결책은 블루오션과 3D업종이었다. 블루오션에 대한 논의는 많이 되었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3D업종은 그동안 잊혀졌던 해결책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에코경제학이 급부상하는 지금 3D업종이라는 해결책은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바른 경영의 길은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너 살고, 나 살고’는 곧 주고받음 즉, Win-Win전략임을 이야기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곤충과 현화식물, 포유류와 열매식물은 서로를 도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주고받음(give&take)이 삶의 기반이다. 사람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면, 국민은 국가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이고, 기업은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결국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고받음’의 시작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경영자가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수성 즉,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그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는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창조경영의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창조경영의 대상이 상대를 살리기 위함이고, 그 방법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발휘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창조경영을 찾느라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살리기 위한 창조경영이라면 그 해답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생존방법 역시 소비자를 위하고, 종업원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은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치(P) > 제품의 코스트(C) 순서이다. 기업은 원가절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선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또한 직원들의 인생 생존부등식에도 부합된다. 인생의 생존부등식은 가치 > 봉급 > 생활비(생계비) 순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있어 봉급은 생활비보다 많아야 하고, 충분한 봉급보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일이 결국 경영과 인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에서 나온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가치인 이성적 차원의 가치(성능)과 자기 개성의 표현이나 심미적 취향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디자인)가 있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불량이나 하자에 대한 품질관리는 제 3차원의 가치(품질관리)가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은 2가지 유형의 지식 즉,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제품기술과 기획 설계된 사양에 따라 제품을 불량 없이 생산하는데 필요한 지식인 생산기술이 필요하다. 

  기업의 흥망은 슈펭글러의 생명주기이론과 토인비의 도전 응전 이론을 결합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기업조직의 노후화 시장구조와 소비자 취향의 변화, 주력제품의 생명주기 도래 등 암암리에 나타나는 ‘도전’을 제때에 인식한 후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창조적 소수의 지속적 등장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제1의 필요조건이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창출하려면 먼저 창조적 소수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 이것은 창조적 소수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 과거 인사관리 시스템의 수정을 의미한다. 또한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적으로 일하는 사람, 즉 지성적 소수가 필요하다. 창조적 소수와 지성적 소수가 계속해 많이 배출되는 가정이나 기업,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쇠퇴해 갈 것이다.

  저자는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고 따라서 일에 대한 탐구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상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의 탐구, 그것이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다.” 우리는 기업을 만들 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다. 돈이 되는 물건, 돈이 되는 서비스를 발견할 때 이를 널리 알리고 빨리 팔기 위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업의 나아갈 바는 제일 먼저 종업원과 소비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기업가는 회사를 차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일하는 기쁨을 주도록 업무환경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우선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경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가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트렌드’와 ‘아이템’에 급급하지 않는가?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모두 돌리면 그만인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객을 보면 두툼한 지갑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할 것이다. 

  45개의 컬럼으로 엮였기에 주제도 다양해 통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학과 우주과학, 인문학적 사례들로 더해진 컬럼마다 경영과 인생의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 30여 년의 경영학적 통찰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었다. 저자의 강의가 듣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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