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돈 -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 경제에 통하는 책 2
나선.이명로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돈을 모아야 할 때 !  


  최근 경제 고수 사이에서 조용히 읽히는 경제학 관련서가 있다. 지난 2월 초판 1쇄를 찍었는데, 4월 현재 9쇄를 찍었으니 거의 20,000 정도 팔린 ‘경제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조용히 잘 팔리고 있을까? 겉에서 얼핏 보기에는 ‘주식투자 길라잡이’처럼 다 소 큰 크기의 책이라 ‘그렇고 그런 초보책’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들이 다름 아닌 Daum의 경방고수 나선 선생과 상승미소로 알려진 이명로씨가 함께 저술했다.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경제학의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책이다. 한 편의 ‘음모론’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 <똑똑한 돈>을 소개한다. 부제목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달러의 붕괴는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는 사기꾼이고, 민족은 빚쟁이들이라며 현재의 통화공급, 신용확대 정책은 결국은 언젠가는 터질 거품을 부풀릴 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커져만 가는 거품이 터지는 때의 고통은 더 참담할 것이고 그 회복 기간은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야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현재 우리나라에 ‘바닥론’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발간된 책이니 그 때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난 후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작금의 경기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화폐 제도의 역사를 볼 때 자체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역시 터질 수 밖에 없는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화폐의 역사란 무엇인가? 

  돈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돈이 진정 무엇이고, 현재의 세계 경기불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자급자족의 경제생활에서 잉여 생산물을 물물교환해서 부족한 자원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노동의 분업과 특성화가 생겼다. 그리고 곧 이동성과 내구성, 물건을 쉽게 나눌 수 있는 분리성을 겸비한 물물교환의 중간 매개체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곧 돈(물품화폐, 금속화폐)다. 금과 은, 귀금속의 돈은 잉여 생산의 상징이 된 것이다. 시장의 필요에 따라 주조업자에 의해 생산되던 금속화폐는 그 생산량에 따라 물가를 올리고 내릴 수 있음을 알게 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국가의 통화정책’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네로 황제는 늘어나는 조세 저항 때문에 세금을 인상할 수 없게 되자, 은화에 들어가는 은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다가 은화의 가치가 떨어져버려 시장에서 아무도 물건을 팔려고 내놓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결국 로마 제국은 위조 은화를 발행하여 권력 유지를 위한 세수를 조달하고자 했지만, 경제파탄으로 세수는 더 줄어 제국의 멸망을 촉발하게 되었다. 

  현대의 화폐 제도는 명목화폐(신용화폐)다. 즉, 화폐 자체에 들어간 종이 값과 금속값 과는 상관없이 화폐에 표시된 숫자상의 가격을 화폐가치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 내의 구성원들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그 화폐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신뢰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의 기초는 바로 ‘국가가 그 화폐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약속이다. 신용화폐는 케인즈 학파의 시조라 불리는 존 로John Law에 의해 국가 세금으로 인정한 로열뱅크에서 만든 은행권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국채를 지렛대(레버리지)삼아 10배의 은행권을 발행하는 부채 시스템으로 활용된 은행권은 결국 미시시피 버블이 되어 터지고 만다. 인류의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富는 돈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돈을 발행하는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재분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달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건국 주역들은 국가가 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 제도를 거부하고 금본위 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금융제도를 세웠다. 하지만 유럽의 부분 지급 준비금 보유 은행 제도였다. 이것은 만약 은행이 100달러 만금의 금을 예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 열 배인 10,000 달러만큼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절름발이제도다. 1907년 뱅크런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하며, 금융공황이 생기자 은행 카르텔들이 중안은행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연방준비은행(FRB)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정부의 재무 대리기관으로, 미국 내 상업은행의 지금 준비금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미국내 통용되는 지폐를 발행한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화의 발행 주체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은행처럼 국가 기관인 중앙은행도 아니며, 태생적으로 민간은행인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은 무한한 신용창조와 통화공급이고 국가에 보장한 것은 국가 채권의 매입과 연장debt service이다.

  연방준비은행의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의 무한한 신용창조 역시 뱅크런을 일으켜 세계적인 대공황이 일어나자 1944년 44 개국이 브레튼우즈 체제에 가입하며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금태환을 보장하며 각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지만,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 등으로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 달러가치가 폭락해 외국의 금태환 요구가 급증하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외국에 달러를 금과 태환해 주는 것을 중지시켰는데, 이 때부터 달러는 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가 되었다. 다시 말해 언제든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러한 새로운 금융 연금술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의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고, 원자재를 대표하는 원유 가격은 3배로 올랐다. 결국 신용으로 만든 거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터지고 말았다. 지난 2008년에 미국과 한국 등 세계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시장에서 자산을 매입했지만, 경제의 추는 이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주기가 바뀐 것이다. 

  저자는 화폐의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주식, 부동산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경제가 좋아지고, 나빠지는 때문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반대로 내리거나 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한 신용 사이클이 우리들에게 거대한 경기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금이라는 실물에서 벗어난 오늘날의 화폐 개념은 돈이라는 자체는 모두 국가의 빚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달러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이고, 원화는 한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에 통화팽창과 통화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 경제주기가 일어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국가· 기업· 개인들이 빚을 지려는 의지가 바뀌는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정책에 사람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사람과 물건(기업) 그리고 시장이 경제주체인 까닭에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 역시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그의 주장에 ‘이게 무슨 말이냐’ 싶어 처음엔 혼란스럽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하지만 곰곰이 읽어보면 저자 역시 일반인의 생각에 일치한다. 다만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화폐’가 생겨난 이후부터 돈은 ‘빚을 갚겠다는 증서’로 변해 버려 정부와 중앙은행은 되도록 돈을 많이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만들어야 국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정부와 미디어는 매년 3-4%의 늘어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원자재 가격의 상승, 경제성장과 투기꾼의 잘못으로 해석하거나 미래의 수익에 맞춰 가격을 만들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신용팽창으로 늘어난 돈만큼 가능해진 것이다. 물가지수만 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가격상승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의 통화공급 정책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자원resource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결과, 즉 돈을 늦게(비싸게) 빌리는 개인이나 자영업자에서 일찍(싸게)빌리는 은행, 정부, 독점기업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는 하락되어 빚을 많이 진 정부와 은행, 독점기업은 빚이 줄어들고 우리의 임금과 저축은 인플레이션의 통화가치 하락만큼 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 이자율을 한없이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시중 통화량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용팽창으로 돈을 100배까지 튀겨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데, 돈을 갚아 버리거나, 파산으로 인해 시중에서 돈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현재 디플레이션 상황이 온 것이다. 저자는 디플레이션은 자산가치의 하락이 아닌 참의미의 신용수축으로 보았다. 즉 디플레이셔은 인플레이션 시기의 잘못된 투자와 경제구조가 바로잡는 기간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신용팽창으로 가능했던 지나친 소비와 생산구조가 자연적인 치유인 이 디플레이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뉴스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디플레이션을 중병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잘못으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났다며, 시장의 규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기사를 반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기사가 말하는 팩트fact에 대해 왜 그 일이 벌어졌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근본 원인을 한 번 더 생각해해 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기사가 전하는 막연한 ’희망‘을 믿기 보다는 팩트fact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희망이 맞는지, 그 뉴스를 반대로 이해하면서 근본 원인과 그들이 그 경제기사로 무얼 얻으려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분석과 예측을 하는 훈련과 습관이 언론이 강요(?)하는 메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미디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의 신용팽창과 신용수축에 대한 경제지표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돈의 흐름과 위험도를 보여주는 이자율, 그리고 양적 팽창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통화량과 통화속도 등을 인식할 수 있으면 경제주기의 큰 그림 안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구체적인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금을 투자하라. 금은 어느 누구의 빚이 아닌 돈이다. 단 금을 보유할 때는 가진 현금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소량을 보유하라. 시상시에 사용할 만큼만, 자산의 10% 정도 선에서 금 매입을 고려하는 게 금 가격 변동에도 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에 투자한다는 것은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울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실물(골드 바)에 투자하는 것보다 은행의 금 투자 상품을 권한다. 

다음은 주식이다. 정부는 주가 하락기에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동원하곤 한다. 주식투자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와 더불어 정부가 기관투자자를 움직여 주가 받치기를 감행할 때는 서둘러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 때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세계 경제의 활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발틱 운임지수(BDI)와 중국의 여러 가지 경제 상황 지표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이다. 부동산 하락의 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동안 늘어난 아파트 재고가 정리되어야 하고, 투자로 구입한 아파트의 수가 줄어야 한다. 이것을 제일 먼저 알려줄 지표는 신규 아파트 및 주택 건설동향이다. 그리고 법원의 부동산 경매 낙찰률, 법원 재매각 건수, 부동산 실거래량을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주요 지표들을 확인하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면, 단순히 언론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본문 요약>

  결론적으로 현재는 인플레이션 주입으로 넘쳐 났던 부채가 사라져야 시장이 정상화되는 시대이므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돈이 그만큼 귀하다는 것이며,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서 인력을 줄이려 하는 것도 결국 귀해진 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 가계 역시 어렵게 모은 돈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자산관리 방법이다. 바로 버는 돈의 10-15% 정도를 금, 달러, 유로, 엔으로 교환하여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의 또 다른 가치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자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자산관리법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문이나 뉴스의 행간의 숨은 뜻을 알면 투자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개미군단이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은행, 그리고 미디어의 뉴스를 정보라 믿고 덤비는 때문은 아닐까? 정작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화폐의 생산와 소비를 통해 돈을 주무르고, 그 앞에서 바람잡는 거간꾼이라고 본다면 그 정보는 ‘돈 버는 정보’가 아니라 ‘돈 잃는 정보’인 셈이다. 이 책은 시장경제체제를 정면에서 보지 않고, 옆 혹은 그 뒷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래서 화폐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이들이 왜 그토록 디플레이션에 전전긍긍해 하는가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일반적인 경제론은 ‘개미들이 보는 경제학’이었다면 이 책은 ‘권력자 혹은 부자들이 보는 경제학’을 고발한 책이다. 이 책이 미디어의 광고없이 소리없이 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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