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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이노베이션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그룹 IDEO가 밝히는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
지난 2005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50여 개 국가와 각종 기업들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기업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통한 성장’이라고 열 명의 선입 중역 중 아홉 명이 대답했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브랜드 개발에는 이노베이션 문화가 궁극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특히 요즘처럼 저가 공세가 판치는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을 통한 성장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발전능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얼마나 신속하게 혁신하고 재충전하는가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 속에 이노베이션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의 디자인 기업 IDEO를 이야기한 책 <유쾌한 이노베이션The Art of Innovation>을 펼쳤다. 이 책은 얼마전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추천하면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이 책을 통해 일등LG를 향한 도전과 혁신에 많은 시사점을 얻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전 IDEO의 CEO 였던 톰 켈리Tom Kelly와 조너던 리트먼Jonathan Littman이 함께 썼다.
IDEO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사무소 등에서 직원 50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휴렛팩커드, AT&T, 네슬레, 보다폰, 삼성전자, 항공우주국(NASA), BBC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IDEO의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한샘 등이 IDEO에 디자인을 의뢰한 바 있고, 특히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할 때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가 산업 현장에서 체험한 혁신 사례를 통해 이노베이션 문화를 회사에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경영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고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IDEO의 풀스토리를 담았다.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인 2002년에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이노베이션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IDEO가 이노베이션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고, 내용 또한 학술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지금껏 경험한 리마커블한 사례들을 가지고 이노베이션을 이해하기 쉽게 담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IDEO의 사장 톰 켈리는 회사의 분위기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낡은 규칙은 임의로 깨뜨릴 수 있으며,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자기 집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IDEO가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직원은 대학의 새내기 같은’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라고 말한다.” (13-14 쪽)
저자가 전하는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은 사무실의 환경과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이핑, 체험이었다. 우선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무실 환경을 들 수 있다. 사업을 ‘놀이’처럼 신나는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창업자의 뜻처럼 일반 회사와는 달리 사무실 환경을 구성원 모두 제 마음대로 내부 공간을 꾸몄다. 뚫린 천정 개인 공간 표시를 위한 간이 칸막이, 벽 사이 뚫린 구멍, 천정에 매달려 있는 비행기 날개와 출퇴근용 자전거까지 회사라기보다는 아이디어 공장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무런 제약없고, 구속되지 않은 공간, 그 속에서 무한한 창의력은 생산되고 혁신innovation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두 번째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이다. 저자는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레인스토밍은 우리 IDEO에서는 종교나 다름없다. 거의 날마다 실천하다시피 한다. 브레인스토밍자체가 흔히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도구로서 그리고 기술로서도 브레인스토밍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규칙이 많지 않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브레인스토밍을 이루는 내용과 그것을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매월 한 번 이상씩 브레인스토밍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짧아서도 너무 길어서도 안된다. 60-90분이면 적당하다. 그 이상이 되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수준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IDEO가 제시하는 유쾌한 브레인스토밍의 7가지 비밀은 다음과 같다
1. 초점을 명확히 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는 훌륭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A 제품에 대해 고객이 지적하는 Bfksms 불만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다.
2. 규칙을 만든다 -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반박하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찾아 나서라. 엉뚱한 아이디어를 격려하라. 시각화하라
3.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 - 넘치는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기는 일은 커지는 숫자를 통해 브레인스토밍이 얼마나 거침없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고, 현재 위치에 대한 감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로 도약하는놀라운 방법이 된다.
4. 때로는 단숨에 뛰어넘는다 - 최고의 사회자는 처음 단계에 가볍게 건드리며 대화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관념적인 얘기들로 아이디어가 정체될 때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5. 아이디어를 사방에 기록한다 -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는 매체에 기록하라. 모든 벽과 평평한 표면을 종이로 덮어라. 아이디어를 여백에다 써놓고 스케치하면서 이리저리 방안을 걸어다니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6.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 빨리 말하는 낱말 놀이 등은 정신을 맑게 하고 팀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7.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실시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은 흔히 입체적이다. 우리는 2차원을 넘어 3차원을 요구한다. 나무 토막, 스티로폼, 파이프, 접착 테이프 등 쓸모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살펴보는 바디스토밍을 통해 여러 가지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불쾌한 브레인스토밍의 경우도 있다. 반드시 보스가 먼저 말할 때, 모두에게 순서대로 차례가 돌아갈 때, 전문가만 발언할 때, 특별한 장소를 잡아서 할 때, 진지한 말만 할 때, 메모를 위한 메모에 집착할 때가 그때이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중 마지막 세 번째는 프로토타입이다. 이것은 일종의 시안, 시제품, 모형을 뜻하는 말로 프로젝트가 만난 난관 앞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도구일 뿐 아니라, 개인이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하는 문화적 영향력이다. 애플 디자인의 성공 비밀도 역시 프로토타입에 있다.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해답을 얻기 전에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모험을 거는 것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다.
그들에게는IDEO Way즉, IDEO 방식이란게 있다. 그들만의 업무수행과정을 말하는데 디자인 의뢰 주문이 들어오면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현장에 나가 ‘관찰’하고, 관찰된 내용을 토대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한다. 세 번째 단계는 프로토타입 다시 말해 ‘가상모델 만들기’의 과정을 거친다. 네 번째는 ‘세련화 과정’(Refining),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몇 가지로 압축,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은 ‘실행’,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만들고 완성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들은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한다. 디자인은 예쁘고 눈에 띄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들고 실제 사용에서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며 실용주의적인 시선으로 디자인을 바라본다. 이 점이 세계가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비결일 것이다.
지금껏 이노베이션을 머리 좋은 책상물림들의 아이디어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노베이션은 뭔가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관찰하고, 생각을 모으고, 실행으로 옮기는 즐거운 작업이고 놀이인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알려준 요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명사(생각)가 아니라, 동사(행동,체험)를 생각하라. 이것이 당신의 회사 혹은 브랜드와 접촉하는 보든 사람에게 놀라운 체험을 제공한다.” 이노베이션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행동하고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노베이션은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일 때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을 알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4 년 후인 2005년, 두 저자가 다시 쓴 책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The Ten Faces of Innovation>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