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 - 리더를 완성하는 표현과 소통의 비밀!
송숙희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도구, WHAT 플랫폼에 주목하라!
저자 송숙희의 글은 우선 ‘글맛이 뛰어나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그녀가 소개하는 것은 무엇이든 ‘읽고 싶고, 맛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도 있는 바 저자의 ‘독자를 유혹하는 기술’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각종 언론매체에 컬럼을 기고하고, 책을 소개하는 컬럼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글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나 역시 3-4년 전, 온라인 포털에서 읽은 책소개 칼럼에서 저자의 글맛에 빠져 그녀가 소개한 책은 가급적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저자의 책도 빠짐없이 읽고 있으니 ‘올드팬’인 셈이다.
처음 잡지사의 에디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었고, 지금은 CEO의 브랜드 구축을 돕는 회사의 대표로 있는 만큼 저자는 ‘펜의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오로지 펜의 힘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그래서 한편으로 저자의 목소리, 말빨을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이 책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은 그런 취지에서 나온 책이다. 리더 즉 CEO와 사장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글쓰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설명하고, 직접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 책이다. 이 말은 곧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읽어둘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는 ‘모든 비즈니스맨’이라고 봐야겠다.
저자의 롤모델role-model은 워런 버핏이다. 워런 버핏의 연례보고서는 살아있는 경제 교과서로 평가될 만큼 잘 쓴 보고서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의 특별한 보고서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나는 누이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며 쓴다.” 그의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문제의 특징은 뉴욕발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지금은 투자할 때, 나는 미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말로 시장을 진정시킨 사례로 알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란 워런 버핏처럼 ‘첫눈에 무슨 내용인지 알게, 한눈에 읽히게’ 쓰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어떤 글도 만만하게 쓸 수 있다, WHAT 활용술]이었다. 한 권의 책에서 ‘이 부분’만 소화해도 충분히 배울 만큼 배웠다고 말할 만큼 내게는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저자는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과목의 하나인 에세이 쓰기는 ‘주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된 사례를 들어 논리적인 표현을 하는가’를 살피기 위한 시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고도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므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증거여서 글 실력을 보고 사람을 가려 뽑으면 거의 틀림이 없다. 글쓰기란 현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그 주된 목적은 소통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175 쪽)
저자가 어떻게 생각해야 글로 쓸 수 밖에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도구로 창안한 것이 WHAT 플랫폼이었다. 생각을 위한 일종의 체크리스트, 글쓰기를 하는 사람 특히 블로거blogger라면 꼭 알아 두어야 할 귀중한 생각의 도구가 아닐 수 없다.
W Why 왜 쓰는가? (왜 이 글을 쓰는가)
H Hook 독자를 유혹하는 포인트는? (읽지 않고 못 배기게 하는 흥행의 기술)
A Audience 누가 읽는가? (읽는 이가 누구인가)
T Trigger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가? (당신이 요구하는 기대 반응은 무엇인가)
독백글이 아니라면 글쓰기는 누군가 독자를 대상으로 그에게 읽히기를 위해 쓰는 글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뱉어낸 글을 끝까지 독자가 읽을 수 있어야,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글에 동조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훌륭한 글이 된다. 다시 말해 훌륭한 글이란 곧 독자를 유혹해 사로잡는 글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글 쓰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흔히 겪게 되는 ‘난관’이 바로 이 점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텐데, 체계가 잡히지 않아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또는 글쓰기는 시작했더라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논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뜻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말 그대로 ‘삼천포로 빠지는 꼴’을 겪기도 했다. 그런 내게 저자의 WHAT 활용술은 훌륭한 처방전이 됐다. 그리고 글을 쓰기에 앞서 충분히 생각하며 뜸을 들이는 시간이 절대로 낭비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저자 송숙희의 책은 쉬이 읽히고, 이해하기 쉬우며, 읽고 난 후 ‘배웠다’는 느낌을 주게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용서인 만큼 ‘당장 실천에 옮기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게 끔 하는 글의 힘 또한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팬’인 만큼 저자의 책을 꽤나 많이 읽었는데, 점점 ‘남의 목소리(인용문)’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저자가 인용한 ‘남의 목소리’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고, 또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의 소개도 될 수 있다. 나 역시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제목을 따로 메모해 두어 읽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사들의 말들이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 글을 매끄럽게 읽는데 장애가 된다. 또한 ‘자신의 논지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를 보강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게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책에서도 말했던 ‘당신이 긁어 모은 그것(짜깁기 글)은 각각은 아무리 근사해도 모아 쓰면 눈뜨고 못 봐 주는 누더기’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자신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고 있는 ‘팬’으로서 인용문들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쓰기라는 지극히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쉬이 읽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강점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