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판 스티브 잡스가 없는 건 교육정책 때문? 

오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수많은 아웃라이어Outlier들이 사라지고 있다!

  매일 밤마다 하늘에 수많은 별이 뜨듯이, 지상에는 이른바 ‘스타’들이 탄생한다. 한편 하늘의 별들 중 일부는 수억 광년 멀리 떨어진 별이 비춘 모습이라서 원래는 사라진 별, 다시 말해 이미 없어진 별인데 아직도 우리 눈에는 보이는 것처럼 지상의 ‘스타들’ 또한 잠깐 반짝이는 허수虛數의 스타들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일찍 사라졌을까?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할까? 

라운 연기를 펼친 연예인, 기록을 경신한 스포츠맨, 천문학적인 숫자를 벌어들인 기업가등 보통 사람이면 할 수 없는 것을 이룬 사람들, 스타는 그 분야의 천재라고도 불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스타들을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role-model로 삼고 그들이 세운 기록과 업적에 버금가려 오늘도 애쓰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낱 꿈일 뿐이겠지만 다가가고 싶다’고 덧붙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도 안된다!

  우리의 꿈을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굳이 겸손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스타가 되고, 천재가 되는 것이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다. 누구나 꿈은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반짝 뜨는 스타가 아닌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별로 남을 수도 있다. 약간의 뒷받침이 되는 환경에 열심히,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그 꿈은 우리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얼마나 열심히 하면 되겠냐고? 딱 10,000 시간. 이정도만 열심히 하면 된다. 정말?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와 <블링크Blink>로 써서 베스트셀러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세계의 경영 대가(大家·guru) 10인'에,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는 말콜 글래드웰Malconm Gladwell은 그의 새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천재적 재능은 10,000 시간의 노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스스로 만들어낸 결정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아독존격 자수성가로는 결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통해 달성된다. 성공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나 찾아오는 기회를 움켜잡을 힘과 마음자세을 갖춘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는 산물인 것이다. 

 



 

  아웃라이어Outliers들의 성공 비결은 '1만시간 법칙''마태복음 효과'로 요약된다. 1만 시간은 어떤 분야에서 숙달되기 위해서 필요한 절대 시간이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 꼬박, 10년을 보내야 확보되는 시간을 말한다. 음악적 천재, 최고의 프로스포츠 선수들, 그밖에 어떤 분야의 최고의 천재들이 바로 이런 아웃라이어Outliers들이다.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기는 어렵고, 설령 그렇듯 보여도 스타가 아닌 ‘금방 지고 마는 샛별’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마태복음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성경 말씀을 빌렸다.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되는 데는 그대로 마태복음의 법칙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기회를 얻어낸 사람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스타나 천재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들, 하늘이 내려준 특별한 탈렌트를 지닌 사람들’이라며 부러워했다. ‘왜 나는 될 수 없을까?’ 탓하기도 했고, 죄없는 그들을 폄하하거나 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의 재능과 어느 정도의 환경적 지원만 있다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니 말콤 글래드웰의 ‘한마디’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지금 내가 꿈꾸는 무엇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능력은 참으로 탁월하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와 사건들의 핵심 즉, 평범한 사실을 잘 짚어내어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는 그의 능력은 <티핑 포인트>, <블링크>에 이어 이번에도 유감없이 실력발휘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는 어김없이 ‘보통 남들 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는 듣기에 심드렁한 말들 뿐이다.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서 ‘자기만의 비책’을 숨기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는데, 그들의 인터뷰 내용중 핵심격인 ‘꾸준히’를 놓치고 있었다. 그들의 성공에는 ‘꾸준한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이란 말의 의미가 숨어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10여 년전 우리나라에 ‘부자바람’을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있었다. 한국에 ‘부자바람’을 일으키며 출판시장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던 그 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심한 태클을 걸던 책이 한 권 있다.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이라는 책인데, 세이노Sayno라는 필명의 한국인으로, 무역등의 사업으로 수백 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그가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에서 말하는 부자되기의 오류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그에 대한 소개가 필요했을 뿐 그의 책이 어떤 책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이노Sayno 선생의 글 중에 젊은 시절에 소위 ‘영어의 달인’이 된 것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영어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는데, 원래 그는 남을 가르칠 만큼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성공을 위해 우선 영어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영어고수’를 찾아가 비결을 물었더니 ‘하루 네 시간씩 5 년동안 죽어라 문법책과 사전을 들고 파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란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일만 시간의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이노Sayno 선생은 5년의 시간은 너무 길다고 느꼈다. ‘5년동안 걸릴 게 뭔가? 하루 16시간씩, 1년 반동안 하면 된다는 말 아닌가?’ 싶어 자신의 생각대로 1년 반 동안 ‘영어’만을 들고 팠다고 한다. 외출도 삼가고,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영어만를 위해 산 셈’이다. 이렇게 해서 쌓인 실력은 ‘영어과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고, 그 덕분에 미군부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게 된다. 게다가 뛰어난 영어실력을 무기로 무역업과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 수백 억의 부자가 되었으니, 1년 반동안 16시간씩 영어공부를 한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이처럼 1만 시간동안 실력(공부, 연구,실험,연습)을 쌓다 보면 우연히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을 때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1만 시간이란 ‘단순하게 1만 시간이란 양(量)보다, '오타쿠'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목적하는 한 가지 일에 빠져드는 1만 시간의 몰입‘을 말한다. 이는 ‘직장생활 10년의 짬밥’, ‘이 바닥 10년 기술’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 계통의 달인達人은 될 수 있어도,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스타, 아웃라이어Outliers는 될 수 없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음악 엘리트는 1만 시간을 연습하고, 그냥 잘하는 학생은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한다”고 쉽게 설명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법칙은 ‘마태복음 효과’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말은 쉽게 말해 서재에 둘러 쌓인 아이가 술병 가득한 방안에 있는 아이보다 책에 취미를 갖기가 쉽다는 말이다. 적절한 환경의 중요성을 뜻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비슷한 때에 태어났는데, 그들이 십대가 되는 당시에는 연구소나 실험실에만 있는 집채 만한 컴퓨터를 일반인은 만져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운좋게도 어려서부터 우연히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것에 미쳐 빠져들며 연구했던 그들의 오타쿠(마니아)적 노력이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 

앞선 예와 같이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적, 환경적 환경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80, 90년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미쳐 살던 ‘컴퓨터광’들이 2000년을 전후로 한 ‘IT 혁명’의 호기를 맞아 수많은 투자가들의 엔젤지원과 정부의 보조로 쉽게 창업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의 네이버, 다음, 안철수연구소등 굴지의 IT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와 비슷하다. 

이 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부자였던 사람들은 1930년대의 공황기를 거친 미국인들이 대다수인 것도, 캐나다의 아이스하키중 올스타급 플레이어들이 1, 2, 3 월생에 몰려 있는 것도 모두 시기적 환경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수학을 아시아인이 더 잘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숫자를 부르는 단어의 음절수가 서양에 비해 지극히 짧다'는 것을 들어(24를 우리는 이십사 라고 읽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트웬티 포twenty-four라고 읽는다. 1,435,697이라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동서양의 문화권적 차이도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되는 환경적 차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얼마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09,2,14)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는 “주입식 한국 교육이 문제라고 제기했는데, 나는 이것을 기본적인 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바로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것을 쌓는 것이다. 이미 획득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것(주입식 교육)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필수적인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꺼이 한국이 갖는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싶다." 고 말하며, 기본이 취약한 학습시기에 주입식 교육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은 충실한 지식 기초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수준의 교육을 향상시키는 방법이고, 한국은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국 최고 교육기관처럼 보다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교육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주입식 교육이 전부는 아니라, 그 후에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지성을 마무리 해야 함을 강조한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환경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승자독식사회,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했다며 집집마다 자신의 아이들이 ‘최고’가 되는데 그 어느 때보다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나 가족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최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환경적으로 이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노래방을 나가는 엄마들이 넘쳐나고, 대학등록금이 없어 비관자살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요즘을 보면 아웃라이어Outlier가 탄생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실인 것 같다. 

  학생들의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검증해 볼 수 있는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아웃라이어Outlier가 생겨날 수 있을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학생의 경우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마치고, 취업후 갚아나갈 수 있었다지만,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등록금을 대출 받는다 하더라도, 졸업을 하더라도 취업이 안되는 현실은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탄생하는 격이다. 당장 써먹을 수 없는 학원영어에 돈을 들이고, 매년 어학연수로 수조원의 외화를 외국에 낭비하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새내기 때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만들기에 연연해 해야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서 아웃라이어Outlier란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아웃라이어의 탄생을 알게 된 후로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은 더욱 커지는 듯 했다. 

  정부정책수립의 중요성에 대해 말콤 글래드웰은 “만약 캐나다에서 7-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리그가 있다면 우리는 두 배로 많은 성인 하키스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캐나다는 매년 ‘같은 해 1월생’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뽑기 때문에 하반기에 태어난 학생들은 상반기의 학생들보다 체력, 훈련기간 모두 열등할 수 밖에 없다). 정책기관이 깊은 생각없이 만든 ‘제도’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아웃라이어Outlier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웃라이어Outlier는 혼자의 노력만으로 저절로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을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했다. 지역공동체와 국가, 정부 등의 차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수혜자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피며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놀랍고 흥미로운 이 책의 주인은 위정자들이었다. 현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 특히 이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총괄하고 있는 교육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