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최고의 장사꾼이 말하는 장사 잘하는 비결!

 

 

  “에이, 다니는 직장 때려치우고 장사나 해야겠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루에 한 번 쯤은 듣는 말이다. 잘못된 말은 아니다. 장사를 하든, 집에서 놀든, 여행을 떠나든 직장을 그만둔 사람의 자유이니까. 하지만 이 말은 상당히 위험한 말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더 이상 고정수입이 없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장사를 해서 더 큰 돈을 벌면 된다니까? 에이, 모르시는 말씀. 세상이 ‘장사나 해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호락호락 돈을 벌게 해줄까? 매일 ‘수백, 수천 개의 자영업 점포’들이 문을 닫는 요즘의 현실에는 이렇게 ‘장사’를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충분한 준비와 마음가짐없이 남의 귀에 솔깃해져 ‘돈버는 아이템’과 ‘창업자금’만 들고 뛰어든 사람들, 장사나 해야겠다고 덤벼든 사람들, 이들은 100개의 점포중 2 개 만 성공하는 장사의 세계에서 손을 든 사람들인 셈이다.

 

  ‘장사’는 손님들에게 잘 팔릴 물건을, 팔릴 만한 자리에서 팔아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손님들이 ‘돈내고 사도 충분히 이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적당한 가격이어야 하고, 저 사람에게 사도 속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다시 말해 좋은 상품, 적당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가 모두 갖춰어 질 때, 그 때 ‘장사’할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렇게 모든 자격을 갖춰도 팔 수 있는 확률은 50%다. 최종적으로 손님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살 때 그때 장사는 이뤄지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팔겠다고 자리를 폈을 뿐’이다.

 

  가게(창업)는 아무나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장사(비즈니스)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가게를 열기만 하면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하고 허황된 꿈이 요즘 자영업자들을 몰락시키고 있다. ‘대박집’을 소개하는 대중매체의 기사가 창업자들을 현혹시키고, 프랜차이즈의 거짓 광고가 이들을 눈멀게 한다. 장사는 ‘아이템’이 돈이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든 장사를 하려 했다면 장사꾼이 먼저 되어야 한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운 장사꾼이 될까? 국어, 영어, 수학처럼 교과서라도 있으면 좋겠다. 스승, 사부로 모실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더 좋겠다. 하지만 장사에는 교과서도 없고, 훌륭한 선생님도 만나기 힘들다. 이 책 <사업의 마음가짐>이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은 마츠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시리즈 마지막 세 번 째 책으로 사업가이기 이전에 장사꾼으로 시작한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의 목소리가 들어있는 책이다. 훌륭한 사원이 되기 위한 자세를 이야기한 책이 <사원의 마음가짐>이고, 바람직한 경영자의 자세를 이야기 한 책이 <경영의 마음가짐>이라면, 이 책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업을 하기 위한 장사꾼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시대를 뛰어넘는 ‘사업의 통념’이다. 모두 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 듣기 쉬운 말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경험을 담아 그 핵심만을 골라 다시금 재차 강조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지혜와 인사人事를 펼치는 지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지혜가 담겨 있고, 장사의 비결, 경영의 그만의 비결을 들려주고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손님은 왕이다. 수천 수만의 점포를 마다하고 내 점포를 찾아주는 손님은 부모 다음으로 귀중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족하고 돌아가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집에 가족을 만나러 온 손님을 대하듯 하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자식의 친구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방이 따뜻하도록 불을 지피고, 장롱에 숨겨둔 새이불을 꺼내는 것처럼 손님을 대한다면 그 손님은 필히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여기에 더해 ‘거지가 내 물건을 팔아준다면 손님보다 더 귀한 손님이다’고 말한다. 넉넉한 손님이야 자신의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거지는 우리 가게의 물건을 먹거나 가지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털어 사셨기 때문이다. “그런 고마운 일이 또 어디 있겠니? 그러니 그런 손님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게 사업하는 사람의 도리란다.”

 

  업계에서는 물장사를 하는 가게는 ‘300 명의 단골이 있다면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다. 매일같이 300명의 단골이 찾아올 수는 없지만, 이들이 단골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들릴 것이고, 올 때마다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오면 이들을 단골로 만들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마케팅에 있어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보다 현재의 고객을 지키기에 먼저 힘쓰라’는 말과 같다. 소비자는 좋은 말은 세 명에게 하고, 나쁜 말은 일곱 명에게 한다. 즉 칭찬보다는 험담을 더 많이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보자면 사람은 험담을 더 즐겨 듣는다는 말과도 같은데, 요즘같은 프로슈머가 제품의 마케팅을 좌우하는 Web 2.0시대에는 더욱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훌륭한 제품을 (좋은 서비스로) 잘 팔면’ 소비자는 충성고객이 되어 온라인사에서 ‘방문리뷰나 사용후기’로 칭찬전도사가 된다. ‘300명의 단골’을 만들 수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점포는 흥하고 망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 또한 “극단적으로 말해 단골 한 명을 지키면 단골 100명이 늘고, 단골 한 명을 잃으면 미래의 단골 100명을 잃게 된다”며 단기적인 기발한 방책보다는 꾸준한 성심성의가 사업에 통한다고 말했다.

 

  잠시 저녁을 먹으려는 손님이 되어 보자. 낯선 먹자골목의 수많은 가게 중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한다면 필히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을 가려고 할 것이다. 손님이 많다는 소리는 맛이 있거나,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서비스가 좋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인테리어에 최고급요리를 안심할 수 있는 가격에 판다고 해도 손님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거나, 직원들만 서성인다면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어느 가게 ‘첫손님’은 있기 마련인데, 왜 저 가게 ‘첫손님’이 없을까? 그 가게는 필히 ‘생기生氣’ 즉, 생생한 기운이 뿜어내질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손님을 맞을 마음과 몸의 준비가 갖춰진 가게의 직원들에게는 생기가 있다. 그래서 손님들은 그 기운에 이끌려 기꺼이 ‘첫손님’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손님이 들어오면 이내 자리를 모두 채운다. 직원들의 생기는 가장 훌륭한 ‘서비스’다. 활기찬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큰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외쳐주는 것, 그것이 서비스의 처음이다. 손님이 더 필요한 것이 없나 먼저 살펴 챙겨주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손님의 등에 대고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를 외치며 큰 인사를 하는 것은 서비스의 마지막이다. 장사는 서비스에서 시작하고, 서비스로 마무리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서비스란 사람이 지켜야 할 올바른 예의”라고 했다. 손님은 직원들의 예의에 돈을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점포들은 거의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어제는 손님이었던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이 될 수 있고, 혹은 내일 또 다시 손님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고용포지션이 ‘아르바이트’다. 점주들이 이들이 편하다고 채용과 해고를 밥먹듯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잠재적인 고객’이라는 점이다. “내가 그곳에서 일해 봤는데, 거기 음식 절대로 먹지 말라”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많다. 하나에서 열까지 점포의 모든 점을 알고 있는 알바생들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입소문 마케터’다. 이제부터 아르바이트생의 입에서 “내가 지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음식맛도 좋고 적당한 가격이다”는 말을 듣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아르바이트생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기업의 직장인들 또한 ‘잠재적인 소비자’다. 기업의 제품의 면모를 속속들이 아는 직원들이 과연 자신의 회사제품을 적극 추천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기업의 목숨’이 달려 있다. 퇴근 후 자신의 생활중에 벌이는 이들의 행동을 기업은 막을 수 없다.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자연스레 나오는 이들의 마케팅을 무시해서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르바이트생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품과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감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좋은 제품을 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이 먼저 감동한 상품을 권하는 것이 올바른 상술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온갖 이름의 판매 기법이 판을 친다고 하더라도 변함없는 진리는 ‘스스로 감동한 상품을,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권유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깝게는 자신의 고객을 기쁘게 하며, 나아가 세상과 사람을 위하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장사(사업)에 필요한 당장 읽기에는 쉬운 말들, 들어본 말들. 하지만 새기면 새길수록 가슴 깊이 남는 교훈이고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들이 들어 있었다. “돈을 보고 장사를 열면 손님이 돈으로 보이고, 사람을 보고 장사를 열면 손님이 가족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사업의 시작은 ‘이 좋은 제품을 알려서 세상의 이로움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내가 손님이 되었을 때 당하기 싫은 일은 장사를 하면서 벌이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장사꾼은 ‘정情’을 주며 손님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은 ‘정감情感이 느껴지는 가게’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정情겨운 그 집’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이게 자연스러운 이치인 셈이다. 자칫 고리타분한 도덕책같은 이 책이 진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자연스러움을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과 가게를 좀처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로만 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서게 한다. ‘장사꾼을 위한 훌륭한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故 정주영 회장도, 故 이병철 회장도 장사꾼으로 사업을 시작했듯이 마츠시타 고노스케 회장도 장사를 시작했다. 세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장사꾼’으로 시작했다는 점이고, ‘사업을 일으켜 정상의 자리에 높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 부터 회장님이라는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것이 아닌, 범부凡夫 였던 사람들이 장사로 ‘존경받는 사업가’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어려서부터 유약했다. 학력도 초등학교 4학년 중퇴였다. 하지만 그는 ‘불편한 건강과 짧은 학력’ 때문에 사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 가게에서 점원부터 시작한 그는 항상 배우고,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과 함께 일했다. 마치 앤드류 카네기가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을 자기 주위에 모이게 하는 재주를 터득한 자, 여기에 잠들다."는 묘비명을 남겼듯이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꼬마 점원이 되었지만,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상인의 몸가짐을 익혔고, 세상의 쓴 맛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기 때문에 남에게 일을 부탁하는 법을 배웠다. 학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이렇듯 내게 주어진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의식 중에도 긍정적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길이 열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장사(사업)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성공을 타고난 사람’ 또한 없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장사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야 할 게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책을 팔아서 부자가 되려고 이 책을 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업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불세출의 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사업을 앞두고, 사업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장사꾼의 길을 알려주고자 함이었다. 장사꾼(사업가)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경영학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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