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 당신의 착각은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부서간 회식이 정말 싫었다. 한 주 시작에 앞서 “이번 주에는 회식을 할테니 한 주 동안 더욱 열심히 일해 주기 바란다”는 상사의 선심성 멘트도 싫고, 원하지 않는 시간에, 결코 원하지도 않는 메뉴의 음식을 잔뜩 차리고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많이들 먹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해’라고 말하는 상사를 마주 대하기는 죽어도 싫다. feed하는 느낌? 그렇다. 이럴 땐 회식이 아니라,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정말 더럽다.

  하지만 상사들은 회식을 하면 침체된 분위기가 좋아지고, 사기가 진작된다고 생각한다. 흥, 착각하지 말아라! 직원들의 70%가 싫어한다. 요즘 굶는 사람이 있던가? 없어서 못먹고, 안줘서 못먹던 시대는 갔다. 굳이 회식을 하려거든 상사들은 식사가 끝날 무렵에 잠시 등장해 계산이나 해줘라. “난, 네 비위를 맞추며 산해진미를 먹느니 집에서 컵라면을 먹겠다.”고 부하직원 열에 일곱명꼴로 말하고 있단다. 직장상사들이여, 착각좀 작작 하시라!

 



 

 

  책 <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부하직원들의 진심을 고발하는 책이었다. 내가 신입시절부터 내가부하직원(우리말로는 아랫것들이라고 하지만)을 두기 전까지 직장상사들에게 품었던 생각과 항변들이 모여있었다.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하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런 내용이 처음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설문조사결과’로 만난 적이 있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직장상사들이 착각하고 있는 생각들은 한없이 멍청했고, 그에 대한 진실과 해결책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상사들의 착각을 구체적으로 꼽으라면 수를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인 착각 22가지가 들어 있다. 제 나이를 잊고 한없이 눌려살던 부하직원의 기분이 들어 예전의 상사였던 사람들을 찾아가 한 권씩 품에 안겨주며 ‘이렇게 좀 하시지, 왜 그랬어요?’ 묻고 싶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곱지 않은 상사’ 때문이다. 저희들도 신입시절이 있었고, 부하직원이었던 시절이 있을텐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사람을 쥐잡듯 하는 상사들을 보면 목구멍에서 욕이 나올 지경이고 주먹이 불끈거린다. 내가 겪은 상사만 그런 줄 알았다. 내 친구들만 재수없이 그런 상사들에게 걸린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상사들의 착각병’은 전형적인 고질병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당신의 어설픈 칭찬은 사람을 잡는다!

물질적인 보상만이 직원을 열심히 일하게 한다고? 당신은 그런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자기계발은 직원들이나 필요한 거라고? 우리는 당신이 오히려 걱정된다!

곁에 데리고 쓸 만한 직원이 없다고? 당신 눈이 혹시 삔 건 아닌지 걱정먼저 하셔!

 

  직장상사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사라는 권위로서 근엄하게 봐야할지 선배로서 자애롭게 후배를 봐야할지 자신들조차 대처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우리에게 내리는 지시는 당신들의 상사들(우리들 말로는 윗대가리라고 하지만)이 지시한 내용인 것도 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름을 충분히 앎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날 ‘당신의 상사’를 흉내 내는 선배들의 이중적인 면을 보고 있자면 ‘인간도 아닌 것 같고,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다.

 

  이 책의 내용은 후배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앞서 자신의 뜻과 생각을 이해해주지 않는 직장상사에 대해 서운한 내용들을 오롯이 담았다. ‘착각’이라는 말의 뜻이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사고함’이라면,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하고, 그 착각의 진실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최근 자기계발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하는 00가지 진실, ~~비밀’류의 책들이 직장초년생들이 미처 알지 못한 내용들을 가르쳐주는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거꾸로 ‘흥, 당신들도 잘못 알고 있거든요?’라며 상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어서 색다르다. 책에서 말하는 상사들의 착각은 모두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들이었고, 제시하는 해결책은 내가 상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부하직원들은 단체회식보다는 일대일로 만나 관심어린 대화를 원하고, 어설픈 칭찬이 아니라 정이 담긴 칭찬, 차라리 약이되는 질책을 원한다. 상사가 실수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높이 사며, 중대한 사안은 부하를 믿고 맡기고, 오히려 직원들이 꺼리는 일을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직장상사와 부하직원’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간관계에 있어 유난히 나이차, 세대차에 대해 엄격한 구분을 두는 우리사회에서 상하간의 ‘소통의 부재’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서로의 입장차가 대립될수록 관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 당사자 서로가 소통해야 하고, 더 쉽게 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이 먼저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착각한 것, 즉 생각만 바꾸면 큰 시간과 비용없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데, 이에 노력하지 않을 윗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몰라서 못할 뿐이고, 혹 안다고 해도 익숙하지 못해 주저할 뿐이다. 실천의 전제에는 항상 깨달음과 용기가 필요한 법,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용기내어 바꿔야 한다. 직장상사로 고민하고 있거나, 잘 따라주지 않는 후배들로 고민중인 직장인일면 편하게 읽어볼 만 하다. 곳곳에 ‘어? 이거 내이야기 아냐?’라고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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