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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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를 위한 과학연애소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무엇을 다시 할까?’ 모두가 한번 쯤 생각하는 공상이지만, 내게는 거의 습관적으로 한가할 때 마다 궁싯거리는 생각중 하나다. 과거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가장 바꾸고 싶은 세 가지를 궁리해 보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내가 절실하게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누빌 수 있다면 비행기 바퀴에라도 걸터 앉아서라도 떠나고 싶고, 고3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백발머리에 원형탈모를 무릅쓰고라도 입시에 매달리고 싶다. 무엇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젠 없고 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 좀 더 살가운 관계로 만들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헛한 상상으로 그림만 그려도 즐거우니 이 습관을 좀처럼 떨치기는 힘들다.

 

  얼마전 읽은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타임 리와인더’란 이름의 쿠키가 있다. 어느 제과점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머랭쿠키 모양의 과자인데, 그 신비의 과자는 ‘시간을 되돌려주는’ 마법이 있다. 단 이 놀라운 과자는 판매 전에 언제로 시간을 되돌리느냐에 따라, 즉더 오랜 과거로 되돌릴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부작용이라면 ‘시간은 되돌려주되’ 기억을 안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 다시 말해 시간을 되돌리던 순간의 기억을 깡그리 잊는다면, 지금 내가 이루고 싶은 꿈들도 잊게 되어 막상 그 때로 돌아갔을 때 ‘꿈’들은 다른 것들이 되어있지도 모른단다. 돌아보고 싶은 시간대로 돌아가 바꿀 확률, 50%의 과자가 매우 고가라면...난 사서 먹을까? 과자를 살 만큼 큰 돈을 벌까?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과연 있기는 할까?

 

  오늘의 뉴스를 가지고 어제로 돌아간다면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부자가 될 수 있고, 지금의 무기들을 옛날로 가져간다면 칭기스칸을 무찌를 지도 모른다. 인간이 오늘을 기억하며 과거로 돌아간다는 소리는 과거의 역사를 변화시킬 것이 틀림없고, 좁쌀만한 작은 변화는 세상을 뒤바꾸는 큰 변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타임 리와인더’란 과자를 만든 마법사는 그것을 경계했다. 가격도 엄청나게 고가인데다가, 구입 전에 꼭 상담을 해야 했다. 그래서 꼭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먼저 들은 후 과자를 팔았다. 역시나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과거로 가려면 기억도 잊어야 한다는 설득력은 작은 충격이었다.

 

  일주일을 차이로 또 다시 ‘시간을 거슬르는 이야기’에 관한 소설을 읽었다. 이번엔 제과점도, 마법사도, 과자들도 나오질 않는다. 한 마리의 고양이. 오드아이 캣, 즉 양쪽이 서로 다른 색깔의 눈빛을 가진 녀석이 과학사의 7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떠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유명한 과학 저술가인 다케우치 가오루가 쓴 소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이다. 이 기기묘묘한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에 의해 양자법칙이 거시세계까지 확장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고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타고난 문과(文科)적 사고, 문과적 체질(문과적 성향이 강하기보다는 이과적 성향보다 더 약해서 선택했지만)인 내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이해하고 또 다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양이’라고 이해했다. 도오루와 묘하게 동거하게 된 중국 아가씨 샨린은 에오윈이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에 ‘연애 과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 속 연애부분은 ‘연애소설’ 장르보다 약하다. 과학부분도 특별할 것이 없다. 둘이 절묘하게 엮여 있다는 특징은 다분히 일본적인 ‘그들만의 영화’를 닮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에오윈과 떠난 과거로의 과학여행에서 주인공들은 전리품을 얻어온다는 것. 선물을 받거나, 우연히 뭍어서 오거나, 훔쳐온 것일 지언정 그들의 여행 끝에는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토오루의 방은 작은 과학역사 박물관이 되는데, 그들이 얻어온 물품들을 상상하자니 부럽기보다 작가의 수집욕과 그로 인해 변해 버린 역사의 끝이 현재일 때 어떻게 변하게 될 지는 소설 못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외국인 과학자들이 일어를 알아듣고,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주인공들, 주인공들이 청해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에오윈에게 이끌려 빨려들어가는 여행 등 다소 어설픈 설정은 눈에 거슬리지만, 재미는 쏠쏠했다.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문과적 사고로는 이 소설을 온전히 평가하기 힘들다. 단지 나 혼자만이 과거로의 여행을 상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런 책들이 눈에 띄는 것은 나처럼 작금의 현실이 그닥 재미가 없었나 보다 하는 추측 뿐. 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라면 재미있다 할 법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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