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일과 성공은 무엇인가?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아라!

 

  대학을 입학한 지 두어 달이 지나서 였을게다. 학과에서 제일 고학번이자 조교를 맡고 있는 선배님이 만든 술자리에 불려갔는데, 공교롭게도 선배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셔 홍시같이 빨갛게 된 내게 학창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냐고 선배가 물었다.“최근에 인상적으로 읽은 책좀 알려주세요.” 딱히 묻고 싶은 말도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통털어 달랑 세 권을 책을 읽었고, 대학에 와서는 지성인입네 하고 펼쳐든 막스 베버의 자본론 보론을 열 페이지 보다가(‘읽다가’가 절대 아니다) 지레 포기해 버린 독서 무지랭이가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선배는 옳다구나 하고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단행본이 아니라 복사해서 제본한 책, ‘신국토창성론’이라는 한자만 달랑 있었다.

  내가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처음 만난 때가 그때였다. 나쇼날과 파나소닉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전업체의 기업가가 국가의 미래를 염려해 1976년에 냈다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사실은 그룹내에 있는 PHP연구소와 함께 썼다고 하지만 책의 시작은 오롯이 그의 생각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섬나라 일본이라는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일본 열도에 있는 산지를 깎아내어 평지로 만들고 깍아낸 흙은 간척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일본 열도를 더욱 넓게 개조해보자는 것. 선배는 그 책에서 소비자가 살고 있는 사회 나아가 국가를 걱정하는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그 후로는 훌륭한 기업인하면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떠올린다.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셈이다. 

  선배의 말씀대로 그는 훌륭한 기업인이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뿐 아니라 후배 경영인과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은 책을 남겼다. 그 노력은 마츠시타 정경숙에서 잘 나타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일본 정제계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종의 엘리트 아카데미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자비로 설립하여 인재양성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여 수많은 학술단체와 사회복지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선배가 빌려준 ‘신국토창성론’ 제본판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책이다(돌려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일독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론 거듭 읽고 있는 책이다. ‘미약한 내가 만든 제품을 기꺼이 구입하는 소비자께 늘 감사할 따름‘이라고 죽는 날까지 자신을 낮췄던 마츠시타 고노스케. 오늘은 그에게서 훌륭한 사원 지혜를 배웠다. 소개하는 책은 <사원의 마음가짐>으로 <경영의 마음가짐>, <사업의 마음가짐>과 더불어 <마츠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시리즈>중 첫 번째 책이다. 원 제목은 社員心得帖 이다.

 



  

  이 책은 크게 [사원의 마음가짐]과 [인생의 지혜]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사원의 마음가짐]은 신입사원, 중견사원, 간부사원으로 다시 세분화 되어 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인생의 지혜]는 삶을 대하는 마음과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여느 경영자의 책들과 딱히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마치 윤리책이 출판사를 막론하고 같은 내용을 지닌 것과 다름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마땅히 당연한 것’은 변할 수 없는 법, 기업에 속한 사원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이 전부 들어 있기에 오히려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는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과 내가 살면서 느낀 인생의 지혜가 정리되어 있다. 물론 대부분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껴 왔고 늘 사원들에게 이야기해 왔던,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극히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하지만 현대사회가 워낙 격심한 변화의 시대인지라 오히려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기가 어렵기에 이 내용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6 쪽)

  회사의 형편이 나빠지면 ‘인원감축’으로 비용을 줄일 것을 먼저 생각하고, 정규직 신규채용은 줄고 비정규직과 인턴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오늘날의 기업현실에서 경영진이나 임원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기업에 ‘애사심’을 갖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내 회사에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이 책에서 ‘기업인’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낮춰 ‘독자와 같은 사원’으로서(먼저 경험한 직장선배) 전체적으로 내용을 끌어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을 위한 사원을 마음가짐이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한 ‘직장에서의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그는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하면서 직장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늠하는 열쇠는 자신의 첫 입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즉 입사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사원은 마치 어학공부에 몰두하면 꿈속에서도 외국어로 말할 정도가 되듯이 꿈속에서조차 회사 일을 할 만큼 자신의 업무를 사랑한다면 그 사원의 미래는 밝고, 입사후 2-3년에 찾아오는 슬럼프나 무기력감에 대해서는 ‘감격의 첫 출근 때의 마음’은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간부사원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강조했다. 진정한 리더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책임의식이 있을 때 부하 직원이나 상사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다고 확인해 주었다.

어디서 읽은 듯 익히 들은 듯한 이야기들이지만 마츠시타 고노스케라는 인물의 포스 때문인지 새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없는 전쟁터’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일상에 엮여 있던 터라 ‘도덕책’같은 그의 말은 ‘아, 그래. 원래 그런거 였지’ 재확인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의 ‘운명론’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이 운명지어진다는 것을 부정했다.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약간의 여지‘를 운명의 신비, 인생의 묘미라며 이 10~20%의 여지 부분에 최선을 다하느냐 못하느냐가 남은 운명 80~90%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이 범위내에서 자신의 신념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했다고 우쭐하지도, 실패했다고 낙담하지도 않는 것이다. 

“성공이란 성공할 때까지 끝없이 매진하는 일이다. 내 사업을 하는 사람, 나아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려는 사람은 누구든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일과 삶에 몰두해야 한다.”

  그는 옛날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불평불만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을 들면서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의 잘못된 성공관’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나 단체, 학교에서 지위나 명예, 재산같은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살리고 사명에 따르며 사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리는 경향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로 일컫는 오늘날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한 ‘무한경쟁’인가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학교가 만들어낸 이 말에 사람들은 ‘전사’가 되고 ‘선수’가 된다. 저마다 느끼는 인생의 목표와 성공의 가치는 다른데, 오로지 부와 명예를 위해 모두가 같은 목표를 설정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고 돌아서는 사람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기업의 왕회장에게서 성공하는 직원의 길을 물었더니 오히려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의 길을 들은 기분이다. 의도와는 달랐지만, 소득은 더 크다. 마저 시리즈를 모두 읽어야겠다. 난 몇 시간 동안 이젠 이 세상에 없는 경영의 신과 대화를 나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 할 책,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든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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