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승부 - 너도 나도 이기는 최고의 협상기술
박승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에 실패했거든, 이 책을 읽어라!
 

"협상은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원하는 상대로부터 당신에 대한 호의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일이다." 라고 허브 코헨은 말했다. 내가 협상이란 단어의 정의를 제대로 안 것은 허브 코헨의 책 '협상의 법칙'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약속을 정하고, 토론을 하고, 좀 더 싸게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하는 '대화'들이 '협상'이라는 것을 알았고, 협의, 토론, 대화 등 비슷한 말들이 많이 쓰이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원하는 무엇을 상대로 얻어내기 위해서 시도하는 일, 나아가 상대가 원하는 무엇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마음을 먹는 일 모두가 협상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의 승자는 단순히 재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해나갈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허브 코헨의 말처럼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능력의 근저에는 중요한 무엇이 절실히 요구된다.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는 것' 그리고 '원하는 바를 진심을 담아 어필하는 것', 이것이 상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또한 협상에 앞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능력은 '용기'다. '나의 바람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인 용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대화 특히 협상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품성이다.

 

  마지막으로 협상에 있어 필요한 품성은 '역시사지之를 바탕으로한 관용'이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고, 내가 원하는 바가 있다면 상대가 원하는 바도 있다. 내가 원하는 바와 함께 상대가 원하는 바도 충족시켜야 협상은 성립된다. 나의 목적만을 달성하려 한다면 '어거지'를 쓴다 소리를 들을테고, 그 협상은 깨어진다. 혹자는 Win-Win이라 하지만 이것은 세상의 이치다. 한쪽을 위한 협상은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고, 결국 '사기를 당했다'는 말을 듣게 되거나, 다시는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훌륭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용기' 그리고 '관용'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만 가지고 있다면 협상 뿐 아니라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데도 무리가 없겠다. 허브 코헨이 말한 '오늘날의 승자'로서 말이다.

 

  우리가 협상이란 단어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외국과의 무역에서 번번히 참패를 당한다는 데에 있었다. 관료들이라 하면 제 나라 국민들에게는 '두 눈만 크게 부릅뜨면 만사형통'이었지만, 외국과의 협상은 통할 리가 없었다. 육척장신의 벽안을 가진 외국인만 보면 기가 죽어서는 그들이 제시하는 바 대로 'OK' 서명을 했던 것이다. 협상 수단인 대화 또한 '영어'에 있다는 핸디캡도 있었지만, 아무리 이해하려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해서 말이 참 많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외교협상, 무역협상이었다. 그 무렵에 나온 책이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이었다. 출판에 즈음해서 무역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필독서'가 되었고, fair 하지 못한 무역협상을 할라치면 언론은 '협상의 법칙'이나 읽고 테이블에 앉았나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은 이해가 쉽고, 잘 정리되어 아직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10년 여의 시간이 지났고, 사례들은 외국의 것이어서 이를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형 협상의 법칙>이란 책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국제 변호사 김병국의 <비즈니스 협상론>이 더 좋았었다. 특히 "나에게는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을 권리가 있다"를 1조로 시작하는 '협상가의 권리 장전' 여덟 조항은 스스로에게 '넌 충분히 실수할 수 있다'는 여유감을 주어 좀 더 느긋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유쾌한 승부> 는 '협상의 법칙'을 우리 실정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만든 책이다. '협상'이라는 단어는 그 이름을 입밖으로 내는 순간부터 자칫 '긴장할 수 있는 무게감이 있는 단어'인데, 협상이란 소수만이 할 수 있는 거대한 전유물도 아니고, 또한 어렵지 않으며, '무조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소설형식을 통해 전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로의 역할에는 '학습과 실행'을 원칙으로 한다면 딱딱한 이론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야기로 풀었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사례들 또한 우리 실정에 맞고, 충분히 실행가능하며, 일반인이 만나게 되는 협상 중에서 대체로 비중이 큰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스토리 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학창시절 친구 였던 세 주인공은 오랜만에 선배인 지혜 누나의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비즈니스맨들의 코치가 되어주기를 자청한 지혜 누나는 이들에게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인공 한 명마다의 고민을 들어주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협상에 대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조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협상協商(화합할 협, 헤아릴 상) 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서로 협력하고 헤아림으로써 이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대화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사례와 협상의 기술을 적어놓은 Coaching 부분이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협상은 전월세 계약, 부모로부터의 투자지원, 고가의 가전제품 구입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꽤 비중있는(높은 가격대의 거래) 협상들을 포함해 직장업무중에 만날 수 있는 병원 운영시스템의 발주, 사내 워크숍을 위한 콘도 예약, 페밀리 레스토랑의 입점을 위한 거대점포 계약 등이 사례로 소개되었다. 비슷한 케이스라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매우 흥미로운 마음으로 주인공들의 협상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례의 끝에는 그 내용으로 얻을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어 다시 한 번 환기할 기회를 제공했다.

 

  갑甲으로서의 압력과 을乙로서의 통사정으로 밀어붙이는 대화는 결코 '협상'이라 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정보를 수집해 상대가 최대한 수용할 부분까지 공부한 후 진정성과 용기 그리고 관용심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아 벌이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다. 상대로 하여금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준 협상'이었다는 마음이 들 수 있을 때, 그 협상은 성과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바로 협상이야말로 '상생相生의 대화'가 아닐까?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이 익히 좋은 책이란 걸 알고 있지만, 하드커버의 양장본의 딱딱한 포스에 기가 죽어서 혹은 너무 어려워서 채 모두 읽지 못했거나 읽기는 했지만 딱히 큰 배움을 얻지 못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기계발서의 참맛이 '실행의 용이성'에 있다면 이 책을두고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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