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쌈마니 재석이가 불량서클을 탈퇴한 이유는 데미안에 있다?
 

  학교에서 불량써클의 일원으로 '문제아'로 찍힌 재석이. 그 날도 재석이가 일으킨 소란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봉사(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원봉사가 절대 아니다)를 부라퀴를 닮은 할아버지를 만나고, 부라퀴 할아버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어 '개가천선'하는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전형적인 성장통 소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의 대강 줄거리다. 140여 편의 동화로 300만 부 이상 어린이의 손에 들린 최고의 동화작가 고정욱씨가 청소년을 위해 처음 쓴 소설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큰 가르침이 들어 있다. 지난 해 읽은 <완득이>가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을 뚫고 나온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소설 <데미안>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신의 환경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하고, 원하지 않게 불량서클에 가입되어 있는 재석이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수반되는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때 겪게 되는 고통이 '성장통'일까? 훌쩍 커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성장통'을 겪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하지만 재석이와 비슷한 사건과 경험들을 겪으면서 많은 후회와 미래에 대한 다짐들로 번민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청소년 때의 남학생에게는 엄마의 100일 된 잔소리보다 여자친구의 한마디의 힘이 더 강한 법. 부라퀴의 손녀이자 여고얼짱인 보담이와의 교제에서 많은 변화를 겪은 재석이. 어제까지 까칠하고 불량한 재석이였다면, 보담이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제목에서 재석이가 사라진 건 '행방불명'이 아니라 '개가천선'한 셈이다. 재석이와 친구 민성이의 나이만큼 입버릇 그대로 옮겨온 대화들, 그리고 부라퀴 할아버지의 가르침, 그 속에 숨은 크고 작은 사건들. 재석이가 깨뜨려야 했던 알껍질이 지금 나에게도 씌여져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게 된다. 지금도 아픔이 두려워 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도 같다. 담배를 끊고, 불량서클에서 탈퇴하기 위해 재석이가 스스로 선택한 아픔들 속에서 '진짜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이 청소년만을 위한 소설이라면, 난 아직 청소년일지(정신만은) 모른다. 충분한 재미와 배움을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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