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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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 경제학 책! 

 

  뉴욕시내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2002년 수도 워싱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무차별 저격사건중 저(低)비용으로 미국에 최대의 공포를 일으키는 테러는 무엇일까? 정답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뛰어난 테러 방식은 후자인 무차별 저격 사건이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초래하고, 동시·다발 공격으로 개인이 아닌 테러 ‘집단’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테러범의 희생을 가급적 줄이고,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장기간 유지되는 ‘값비싼’ 법률들이 무더기로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등 제한된 자원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려면 뉴욕시내 한폭판에 핵폭탄을 터뜨리기 보다는 “20명쯤 되는 테러범들에게 소총과 차를 주고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무차별 사격을 벌이게 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고 범인 체포도 극히 어렵다"는 것. 이처럼 끔찍하게 '효과적인 테러 방식' 을 생각하다니... 말이 될 법한 일인가? 오사마 빈 라덴이 생각했을까? 아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있는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t 이 자신의 블로그(www.freakonomics. com/blog) 에 올린 글이다. 개연성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논의해 보려고 2007년 8월에 올린 이 글은 삽시간에 달린 600여 개 댓글 가운데 “당신도 테러범과 마찬가지” “관심을 끌려는 무책임한 글” 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시카고 대학은 돈이 많아서 이런 쓸데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고 학생을 가르치라는 건지, 아니면 학생을 가르치고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다른 그의 생각을 적은 한 권의 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스스로를 '자료 탐정'이라고 설명할 만큼 산더미같은 각종 자료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분석하기 위해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그의 연구다. 자료 탐정이 찾아낸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법칙들이 공개된 책은 <괴짜경제학 플러스>이다. 원제목 Freakonomic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이다. 그는 "경제학은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는데,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면서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사소하고 부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간에는 경제 이슈에 대한 탐색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책<괴짜 경제학 플러스>는 <괴짜 경제학>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책에 스티븐 레빗, 그는 누구인가?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기고했던 칼럼 7편과 '괴짜 경제학 블로그'에 실은 게시글 등이 포함되어 100 페이지 넘게 추가되었다. 주된 내용은 <괴짜 경제학>에 실었던 글들에 대한 반향과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해야 했던 말들, 그리고 또 다른 엉뚱한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어떤 글들을 실었기에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었을까?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등 제목만 읽어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구체적인 직업군을 파헤치는가 하면 한 나라의 국기國技인 스모에 태클을 걸고, 종교나 정치문제 만큼이나 언급하기를 꺼리는 낙태와 흑인 사회문제에 대해 도마위에 올렸다. 갱스터와 직접 생활하기도 했다는 저자 스티븐 레빗은 탐정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 보다는 '탐정소년 김전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책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재미? 두 말하면 입아프다. 골때리게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고, 통쾌하기까지 한 것은 한 번쯤 생각했거나, 공상처럼 짐작했던 문제들 하지만,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의 이면을 당당하게 파헤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로 인한 부정행위는 인간의 본성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인간의 갖가지 노력 가운데 특출난 재능에 속한다는 것. 그래서 고부담 시험(우리나라의 일제고사)의 인센티브 즉,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이 나쁘면 비난을 받고, 승진이나 연봉인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학교 전체의 점수가 낮으면 정부에서 보조받는 기금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일부 선생님들은 성적이 나쁜 학생의 시험성적을 고의로 높은 성적이 나오도록 조작한 사례를 들었다(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고사의 성적조작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적발된 사례 이외에도 '찾으려고만 한다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제시한다(이부분에서 저자의 경제학적 소견이 빛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의 경우 대회가 열리면 한 선수가 하루에 한 경기씩 15일간 치루는데, 8승 이상의 전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순위가 상승하며 7승 이하의 전적으로 패배하면 순위가 하락하게 된다. 그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대회 마지막 날 7승 7패의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 6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방에 비해 승리에 대한 갈망은 훨씬 클 것이고, 만약 '어느 보상(인센티브)'이 주어진다면 8승 6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가 7승 7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 선수에게 일부 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자료를 가지고 확인해 보았다. 어떠했을까? 답은 독자들이 짐작한 대로이다. 
 

스티븐 레빗은 '왜 현대 사회에는 이토록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가?' 하는 익숙한 질문보다 '왜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되묻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인센티브때문에 '그나마' 이정도의 범죄율과 부정행위가 생긴다면서 앞으로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들이 계속 진화하여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그가 제시하는 경제학적 통계의 근거는 무조건 반발하기에 오히려 창피할 만큼 근거가 있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들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블로그에 실리는 댓글들은 반론보다는 그가 표현한 글의 방법(때로는 독설적이고, 조롱하는 듯하긴 하다)에 토를 다는 수준이다. 판검사가 범죄자 앞에서 당당하게 꾸짖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잘 나서가 아니라 법앞에 서 있기 때문이듯, 저자가 직업군들을 꼬집어서 그들의 이면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자료를 근거로 한 경제학적 접근 때문이었다.
 

   KKK단과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정보를 독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KK단은 조직을 구성하고 협박을 위해 암호를 쓰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의뢰인을 거의 농락하면서 거래를 성사시킨다. 만약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의 집을 매도한다면 의뢰받아 중개할 때보다 최소 1만 불은 더 받는다고 한다(이 해답역시 자료에서 추출해 냈다.그를 두고 천재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나보다)
 

즉 그는 수수료만큼 일하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보다 높은 가격으로 집을 팔려고 한다면, 어느 가격 이상에 팔면 수수료 외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야 현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입자는? 물론 자신이 제시한 가격 이하에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게 어디있냐고?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에 암암리에 성행중인 주택매도방식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괴짜경제학>은 <행동주의 경제학>과는 다르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없다는 심리학적 전제하에(늘 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요인을 찾아내고, 보다 경제학적인 판단을 알려주고 있다면, <괴짜경제학> 기존의 주류경제학이 아예 생각조차 두지 않고 있는 사안들이나 '경제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결정된 사항들에 대해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자료들(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통계자료)을 들이대며 '이래도 안돼?'냐고 뒤통수를 친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원되는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자료들이 바로 경제학자 스티브 래빗의 몫이었고, 그 천재성에 대해 세상이 놀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표현은 다소 직설적이고 독설적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그런 점이 돋보여 그의 블로그가 뉴스에도 보도되기도 하지만...). '듣기 싫은 말이지만, 실은 맞는 말'? 그가 던지는 정답이 그렇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통쾌함마저 선사한다. 특히 사회 이면에 숨어있거나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워 금기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들고 나와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유려한 문체와 재미있는 사례들, 멋들어진 스토리텔링은 한 편의 추리소설를 버금간다. 생각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계산과 숫자, 그리고 그래프가 보이지않는 경제학 책?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36.09 달러나 하는 닭고기 요리를 먹던 스티브는 그 닭고기가 상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배인을 불러 따졌지만 지배인은  와인 두 잔값을 서비스로 빼줬으니 닭고기 요리는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를 말해주는 행태주의자드의 '닻 내리기anchoring'에 의해서 였다면 경제학자인 그는 0퍼센트에 닻을 내려 '음식값을 공짜로 해줘야겠다'고 으름장을 놔야했다. 소심한 그는(자신은 수줍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0퍼센트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음식값을 지불하였다. 
 

그리고는 블로깅으로 '그 날의 사건을 낱낱이 고발하고, 로스트치킨 요리는 아직도 팔리고 있다며 식당의 위치'까지 적어놓았다. 그의 소심함의 값어치는 36.09달러이고, 다른 블로거들에게 고발하는 '이타주의'로 보상받았다. 경제학자라면 세계최고의 갑부가 될텐데 그럴 수 없는 이유를 알 듯 하다. 대신 그는 멋진 블로거였다. 재미있는 천재 경제학자의 새로운 경제학 이야기, <괴짜 경제학플러스>는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었다.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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