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 통찰 편, 시장의 거짓을 이기는 통찰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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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투자자의 착한 사마리아인, 시골의사가 던지는 일갈,
"충분한 준비와 공부없이 남의 돈으로 주식투자 하지 말아라"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단언컨대 주식투자는 보편적인 개인투자자가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큰 손실이 없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고, 주식시장이 지금의 10분의 1로 폭락해서 주권 한 장이 담배 한 개비의 가격밖에 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주식투자를 제대로 하고자 공부하는 셈으로 펴든 책의 저자가 주식투자는 아무것도 공부할 필요가 없으며, 어떤 수단도 다 쓸모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 책을 구입했지? 저자는 그럼 이 책에서 뭘 말하려는 거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집어들면서 '주식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것'이라고 내심 짐작은 했었지만, 저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독설은 곳곳에서 계속되었다. '절대로' 투자하지 말란다. 정말 어이없고 웃기는 책이다.
 

  이 책은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 거의 유일한 시장전문가로, 지방도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각종 언론과 매체에 글과 인터뷰를 게재하며 개미투자자들에게 건강한 투자를 위한 안내자로 자청하고 있는 '박경철'의 책이다. 제목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제 1권 통찰편>으로 저자가 주식시장과 주식투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와 주장을 담은 책이다. 앞서 저자는 주식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 또는 나만은 결코 시장에 속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투자자에게 굳이 투자를 해야겠다면  다음을 명심하라고 한다.
  





  "주식시장을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하라. 그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려고 있는지,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천리안과 같은 무서운 적이다. 시장은 내 머리속에 들어앉아 내 마음을 읽기 때문에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시장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 성공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무서운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언컨대 천하의 고수든, 평범한 투자자든, 오늘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든, 이책을 쓴 나 같은 사람이든 내일의 주식시장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다."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는  한마디로 "투자자들이여,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미 투자자이거나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일진대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림과 다름없다. 그리고 여느 '시장전문가'들처럼 '주식 권하는 책'이 아니어서 의아해지기까지 했다.    

  시골의사는 보통 주식고수와는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개미투자자들이 이른 바 고수를 찾아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으며 '000'를 사라고 말한다. 돈을 낸 김에 '왜 그곳에 투자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말하면 네가 알아? 더 이상 묻지마, 다쳐'라고 눈을 흘길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에게 있어 '주식고수'은 '주술사'의 권위에 버금간다. 그들에게는 예전에 맞췄던 확률이 중요할 뿐 예언도출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주술사는 선견지명으로 '신이 실렸던', '사전에 외웠던' 말을 내뱉으면 그만이다. 사도들이 재차 물으면 눈을 꿈뻑대고 "내가 그런 말을 했어? 기억나질 않아" 하면 된다. 이에 그 믿음은 두 배가 된다. 

세상에 숱한 '시장전문가'가 주술사라면, 시골의사는 '대장장이'다
 

  농기구에서부터 아낙들이 부엌에서 쓰는 주방도구를 비롯해 무사들이 전쟁터에서 쓰는 날선 칼과 화살촉, 그리고 방패까지 쇠붙이로 된 것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대장장이다. 옆동네에서 더 좋은 것이 나왔다면, 직접 가서 보고 사며, 그것을 만든 대장장이에게 묻고 배워온다. 동네에 돌아와서는 '왜 좋은지, 무엇이 다른지, 누가 쓰면 좋을지'를 고민해 본다. 그리고 대장간을 찾는 손님에게 장단점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손님의 체격과 깜량에 맞는 제품을 권해준다. 아낙에게는 부엌칼을 주고, 농부에게는 호미를 권한다. 코흘리개 아이가 백냥을 가져온대도 '애들은 가라'고 호통치며 무사의 칼을 내놓지를 않는다. 손님이 오면 '잘 쓰는 요령을 가르쳐 줄 뿐' 가르친대로 쓸 지는 참견하지 않는다. "내는 방법만 갈키 줬지, 토끼를 잡든 소를 잡는 거는 칼 쥔 놈, 지 마음대로 하는거 아이가?" 실제로 자신이 '대장장이'임을 고백하는 듯한 부분이 책의 내용에도 실려 있다. 

  "세상에 칼은 많습니다. 그러나 요리사가 요리할 때 쓰는 칼은 수많은 칼 중 단 하나입니다. 요리사는 가장 잘 드는 칼 하나만 잡고 요리를 합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범위 내에서 한 개의 칼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그래도 정말 아쉽고 더 많은 칼이 필요하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한 권 골라 추가로 읽으면 됩니다." (8 쪽)
 

시골의사는 피냄새가 나질 않는다
 

  칼은 잘 알면서도 정작 무리들의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나를 따르라고 하질 않는다. 대신 칼을 차고 나가는 이들에게 " 간밤에 칼은 잘 베릿나? 장마철이라 비올지도 모린다. 우산도 하나 들고 가지, 왜? 준비 마이 했재? 잘 댕겨온나" 하고 말한다. 그래서 칼을 찬 무사들은 출정에 앞서 꼭 한 번 들려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책 또한 개미들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말리면서도 굳이 해야겠다는 사람들에게 주식시장이라는 '적'이 얼마나 무섭고 음흉한 지, 그리고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짜'와 '타짜'들은 얼마나 영악하고 악랄한지를 자세하고 말해주고자 쓴 책 같다. 대장간은 서점으로, 대장장이는 시골의사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펴기만 하면 된다.
 


 


"본원적으로 시장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방향을 잘못 잡고 있으면 가지 말아야 할 가시밭길을 걷다가 발에 생채기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135 쪽)
 

  이 책은 '시장을 이길 뾰족한 방법은 없다' 전제를 항상 염두해 두고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길이 최고다', '이렇게 하면 대박 난다'는 기존의 주식투자 관련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어느 염세주의자의 푸념'으로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히 '시장을 읽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니, 시장을 먼저 알기나 하라'고 주문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주식시장의 본질과 주식시장의 이해, 그리고 주식투자의 통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주식시장의 본질에서 저자는 진짜 투자자는 오르는 종목 모두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조건에서 내게 맞는 종목을 고르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종목이라고 버릴 자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타짜'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커에는 포커 전문가가 있고, 화투에 타짜가 있듯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과 기술을 꾸준이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도구와 연장이고 분석이며,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살피는 방식등은 통찰과 직관 그리고 기업을 분석하는 보편적 도구들이다. 하지만 이들 기술적 도구들 역시 전장에서의 총칼일 뿐, 주식투자를 참여할 자격정도가 될 뿐 이기든 지든 50%의 확률은 늘 지니게 된다. 전문가가 되도 확률 50%라고? 그럼 승리하는 길은 없단 말인가?
 

  시골의사는 시장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을 들고 처음 증권사를 찾아갈 때의 마음으로 투자하라. 즉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두렵고 떨리던 처음의 마음, 그것을 평생 유지하는 것 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때 당신이 객장에 처음 찾아가서 생애 첫 투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증권사 직원에게 무엇을 투자할까 물었을 때 그가 처음 권하는 투자종목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우량한 종목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이 강세장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바로 이 마음, 강세장에서, 우량주를, 떨리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이 심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60~61 쪽)
 

  지식으로 무장하고 초심을 작정하며 개미들이 뛰어 들지만, '다중지성과 다중요소로 결합된 고도의 상징과 기호적 세계'인 주식시장에서 상승장을 오르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의 물리학자 페르 바크가 주식시장을 모래성에 비유한 것을 들어 내재가치 투자자들이 진입하여 탑을 쌓고, 모멘텀 투자자들이 참가해 그 높이를 올리며 수익을 올리면 거의 정점에 이르러서는 개미들이 덤벼들었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모래성쌓기는 비단 주식시장의 변화과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발정보를 얻은 투자자들이 땅을 사들이고, 시행사를 설립해서 분양을 하면 시공사는 건물을 짓고 이익을 남기고, 선분양자들은 적당한 프리미엄에 손을 털고 나면 광기적 동조심리가 발동한 군중이 몰려와 상투를 잡는 부동산 투자와도 비슷했다. 저자가 '전문가'가 먼저 되기를 강조한 부분을 알 듯 했다. 창의적인 인간격인 내재가치 투자자가 되던지, 짧은 이익을 먼저보고 치고 빠지듯 투자하는 성장가치 투자자가 되는 길이 그나마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고, 그래도 또 굳이 하겠다면 가능하면 간접투자를, 펀드를 고르기 어렵다면 인덱스 펀드나 ETF펀드를 가입하라고 권했다. 
 

  "시장을 이긴다는 생각은 무모해요. 나는 시장이 언젠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모든 주식을 팔고 다시는 증권시장에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은 시골의사가 인정한 진정한 주식고수, 타짜의 말이다. 시골의사는 "주식시장에 전문가는 없다"고 말했다. 각종의 증권전문가들, 브로커,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주식시장에 적을 두고 있는 자들은 '그정 판단할 정보만 그득히 많은 사람들'일 뿐, 절대로 타짜도 아니며,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확률 오르거나 내리는 50%의 확률을 지닌 주가를, 종목을 짚어낼 전문가는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 밝히는 수많은 기술적 분석과 투자법의 장단점과 제한들의 내용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480여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주식시장에 전문가는 없다. 당신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니 주식투자 하려거든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발을 담궈라"고 조언하는 듯 했다.
 

  시골의사가 몇 달 전 어느 아침방송에서 주부들을 객석에 앉히고 '오늘날의 경제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것에 대해 강연을 한 내용을 다운받아 본 적이 있다. 그는 주식투자에 투자하는 돈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돈을 쓰다 쓰다 남은 돈, 없어도 될 돈이 있거든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라. 그런 돈이라면 오르면 복권같은 행운이 되고, 내려도 크게 불행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생활비를 쪼개거나, 남에게서 빌려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오르는 건 당연해야 하는 것이고, 수십만 분의 일의 확률인 대박을 맞아야 제대로 투자했다 생각이 들테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오르내리는 주가의 등락에 따라 얼굴이 펴지고 구겨진다면 그 삶이 행복하겠는가?" 그는 덧붙여 괴테의 말처럼 돈을 빌리는 행위는 '영혼을 저당잡히는 일'과 같은데, 이렇게 돈을 빌려 투자 한다면 벌써 주식시장이라는 적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영혼이 없는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 또한 독자 혹은 주식투자를 하는 개미투자자들에게 함부로 주식투자하지 말 것을 '계몽'을 하고 있었다. 
 

  "절대로 눈먼 돈은 없다.투자라는 이름으로 탐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집합'인 주식시장에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남의 말만 듣고 뛰어들면 백전백패요, 게다가 남의 돈으로 뛰어든다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시골의사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 같았다.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전문가이고, 과연 그들이 '쓰다 남은 귀찮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손을 들 사람들은 몇 명일지 궁금했다. 시골의사는 증권사 직원이나 기업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미투자자들을 향해 쓴 책이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혹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필독해야 할 '착한 사마리아인'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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