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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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가 내놓은 인간풍경 가득한 소설들의 잔치상

 
  Web 2.0은 누구도 지나칠 수 없는가 봅니다. 작가들이 탈고하기 전까지는 가족들에게조차 보여주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원고를 매일 매일 블로그에 올려서 Webzine이라는 개인미디어로 거듭나더니, 그들이 즐겨 읽은 책의 리뷰를 엮어 책을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좋아하는 소설가 성석제님의 책을 소개합니다. 이 분은 이번에 스스로를 '문학집배원'이라 칭하고 자신이 읽은 문학 속에서 즐거움을 준 소설들을 모았고, 그 속에서 정수(자신이 생각한)를 뽑아 소개하고 살짜기 멘트를 넣었습니다. 책 제목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입니다.  

  성석제님은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장에는 아름답고 슬프고 즐겁고 힘찬, 인생 희로애락애오욕의 모든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이 문장이 냇물과 도랑을 따라 흘러갈 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냇가를 따라 달리셔도 좋고 도랑에 발을 담그셔도 좋습니다. 문장으로 푸르러진 마음의 풀밭에 누워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시든가요." 말씀처럼 감성가득한 글들이 가득합니다. 도시의 매연보다는 소똥 내음 그윽한 시골의 한적함을 느끼게 하는 성석제님의 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개하시는 소설가들은 과거와 지금, 동양과 서양을 에둘러 등장합니다. 현진스님과 채만식 선생, 루쉰과 빠블로 네루다가 눈에 띕니다. 영원한 어머니 박원서님과 유일무이한 애국자 김구선생님, 황순원님의 백미 '별'도 보이고, 결혼관을 흐려준 박현욱님의 '아내가 결혼했다'도 보이네요. 반갑고, 새롭고 흥미로운 글을 만드신 쉰 두 분을 모두 만났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봄이 올 듯 기분을 붕붕거리게 만드는 글들이었습니다. 소설 하나 속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의 두 세페이지 글을 하나 둘 씩 모아 하나로 엮었습니다.

  글 말미에 던지는 성석제님의 해서 역시 프로이트의 꿈해몽을 능가합니다. 인간세상의 모든 상념을 담은 글들에 저마다 어울리는 해설을 놓았습니다. 껍질채 쪄 내놓은 자리돔 이야기를 적은 한창훈님의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에서 성석제님은 내면이 중요하다면서도 껍데기에 절대적으로 가치를 둔 우리 현실을 꼬집습니다. '껍데기를 째고 찢고 올려붙이고 꿰매고 깎고 빛을 쪼이고 점을 빼고 주름을 제거하고 향수를 뿌리고 동물성, 식물성, 기능성,한방, 산삼 성분 화장품을 바르고 때로 남의 껍데기를 먹어서' 껍데기와 그 뒤쪽, 안과 밖의 차이가 나날이 커져 표리부동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존재, 바로 우리들 모습을 꼬집었습니다. 

  이런 책을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습니다. 저자의 서재를 소개하는 듯, 좋은 책의 일부를 맛뵈기로 보여주는 듯 한 '책속의 책', 문학에 있어 문외한인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작은 선물입니다. 하지만 성석제님 필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것은 한편으로 작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작품에 대한 예의일지는 모르지만, 거침없이 투덜대고 쏴대는 성석제표 '해설'이 더 맛깔지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제가 뭘 압니까? 그렇다는 거죠. 그래도 즐겁게 읽으며 즐겼습니다. 그럼 된 것 아닌가요? 늦은 금요일 밤에 미친 아헤처럼  낄낄깔깔 대가 시무룩했다가 심각해진 몇 시간을 이 책에서 얻었습니다. 산해진미 그득한 잔치상을 한~상 받은 느낌, 이 책을 덮으면서 받은 포만감입니다. 잘 먹었...아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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