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행복한 인생을 사는 64세 노인의 감동적인 실화!  



  64세의 노인이 고단한 몸과 마음으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이 때문에 직장을 퇴직한 노인은 한창 때의 영화로운 삶의 회환으로 막연한 상념에 잠겨 있었는데, 어느 여인의 뜻하지 않는 제안을 받는다.

"혹시, 여기서 일하실 생각 없으세요?" 이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명문 예일 대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이사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엘리트였던 그가 자신이 즐겨 찾던 어느 커피숍의 말단 파트타임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이야기, 마이클 게이츠 길Michael Gates Gill<땡큐! 스타벅스> 이다. 원제목은 How Starbucks Saved Mt Life 이고, 이 책은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영화로 손꼽히는 영화<굿 윌 헌팅>과 <파이딩 포레스터>를 감독한 구스 반 산트가 메가폰을 잡고, 명배우 톰 행크스가 주인공 마이클 역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이 책 이야기에 앞서 커피이야기 아니 스타벅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스타벅스Starbucks]와 나의 첫 만남은 공교롭게도 책이었다. 1999년 가을 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라는 책을 읽고 스타벅스의 창업자이자 이 책의 저자였던 하워드 슐츠와 그의 사업체 스타벅스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책 내용은 시애틀에서 시작된 스타벅스를 인수하고 프랜차이즈화하면서 큰 성공을 이룬 이야기를 다룬 자서전이었다.그 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지 않았던 때, 프랜차이즈 업체로 사업에 한창이던 갓 30을 넘은 나는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올 생각에 이르렀다. 자금 동원여력을 확인하고 동업자와 파트너를 물색한 후 홈페이지를 찾아 전화를 걸어 사업제의를 했는데, 이미 한 발 늦었다. 신세계측에서 미국본사와 똑같이 100 억원을 공동투자하는 조건으로 <스타버스 코리아>한국지사를 허락한 상태였다. 

그들이 체결한 공동투자 금액의 1/10 남짓으로 한국지사를 추진했었기에 어짜피 성사되지도 않았을 법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블루오션'을 손에 놓친 허탈감에 난 거의 한 달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듬 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땅 값이 비싼 명동 한복판에 1호점이 서고, 폭발적인 인기를 받으면서 새로운 커피문화를 한국에 퍼뜨리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늘 그 때를 기억하곤 했다. 넘볼 수 없는 적이 되었지만 탁월한 선택을 한 '신세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한국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크게 두 부류였다. 레지들과 응큼한 대화와 끈적한 미소를 나누는 중년 아저씨들의 공간이었던 다방과 차를 채 마시기도 전에 잔을 가져가 버리는 불친절한 웨이츄리스가 있었던 커피숍. 내 아버지 세대에는 DJ가 라디오의 그것처럼 신청곡을 받아 LP판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뮤직박스가 있던 낭만적인 음악감상실도 있었다지만 1990년 대 후반의 커피숍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 만남을 위한 대화장소 그 뿐이었다. 가격은 쌌던가? 다방에서는 레지 아가씨와 몇 분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커피를 사야 했고, 젊은이들이 몰리는 중심가의 커피숍은 '자릿세'명목으로 상당했던 터, 게다가 한 시간여를 넘기려면 또 한 잔의 커피(재떨이를 행군 것 같은 떨떠름한 맛의 거무튀튀한 색, 딱 그랬다)를 마셔야 했으니 가격은 그 때나 지금과 별반 큰 차이가 없었다. 스타벅스의 등장이 그렇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시절의 커피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고, 그 시절에 비하면 마시고 트림을 할 정도로 많았으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 때문은 아닐까?

  지금껏 마셔봤던 커피와는 전혀 다른 경험의 원두커피 맛, 그리고 화사하고 푸근한 공간, 친절한 바리스타의 응대 등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과 더불어 '제 3의 공간'을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미국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는데, 그 여세는 한국에도 몰고 와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어 냈다. 수 많은 아류업체들이 생겨나고 원조와 경쟁하면서 2005년엔 하루 종일 밥은 안 먹고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커피를 외쳐댔고, 스타벅스는 세계 제 1의 업체로 거듭나면서 수많은 체인점을 늘려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벅스의 신화>도 Web 2.0 이라는 '소비자 주권 시대'의 대세에 발목을 잡히게 되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미국 본사에 매년 지급하는 로열티의 액수가 밝혀지면서 국내 커피숍이 등장하면서 동급의 국산체인을 놔두고 값비싼 로열티를 지급해 가면서 마셔야겠냐는 애국심섞인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기계화된 작금의 스타벅스 커피는 예전 바리스타가 뽑아낸 그 맛이 아니라는 고메이틱한 고객의 불만도 쏟아졌다. 또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가진 고객들은 커피제품가격은 비싼데, 원산지에는 거의 덤핑을 치며 커피를 사들인다며 '공정무역'에 의해 커피를 사들이는 업체의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지난 해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된장녀 신드롬' 지난 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체인의 매출은 급감하게 되었다. 올해 맥도널드에서 '더이상 커피를 비싸게 마시는 행위는 미친 짓'이라며 '맥카페'를 출시하면서 호응을 얻자 최근 스타벅스에서는 1불짜리 커피를 출시했다고 하는데 소비자의 빈 주머니 사정을 읽고자 하는 그들의 경쟁은 앞으도 두고 볼 문제다.

  한창 잘 나갈 때면 몰라도 예전에 비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스타벅스'에 대한 책이라니? 출판사의 선택과 이 책 내용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자사 홍보를 위한 스타벅스의 선택인가? 그런 책을 나름 생각이 심지곧고 흥행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출판사인 [세종서적]이 냈을 법하진 않았다. 아무튼 스타벅스에 관한 책이니 개인적인 애정을 위해서라도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책을 처음 든 의도는 책의 내용으로 스타벅스를 흉볼 생각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다분히 얄궃고 사악하기까지 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많은 생각과 감동을 안겨주는 훌륭한 책이었다.

 

  이 책은 한 때는 잘 나가던 백인 엘리트의 64세 노인이 젊디 젊은 흑인 직원으로 가득한 뉴욕의 스타벅스 브로드웨이점에서 말단 파트타임 직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 그래? 그것참 미국이란 나라는 별 짓도 다해.'라며 웃으면서 넘겨버릴 수 있는 가십거리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흑백의 인종문제, 학력문제, 노인복지, 세대차이,그리고 기업문화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의 총합이 들어 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저자인 마이클이 커피숍 스타벅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스타벅스의 기업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해서 읽은 대목은 '스타벅스의 기업문화'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단순히 커피를 사서 마시는 '고객'에 있던 마이클이 고객을 접대하는 바리스타의 위치에 있게 되면서 '그곳'에 가면 왜 기분이 흐믓해지고 푸근한 공간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떤 내용의 근무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이클은 나중에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소매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 비즈니스'였음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연륜과 성품을 더해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브로드웨이 점에서는 처음으로 본사에서 보낸 '비밀고객(일종의 암행어사)'에 의해 별 다섯의 최고점수를 받는다.

  또 하나 주목한 것은 엘리트 출신의 64세라는 노인이 흑인 젊은이들을 '파트너'로 삼아 주급을 받는 파트타임 직원으로 근무하는 마이클이 심적으로 갖는 갈등부분이었다. '그래도 내가 난데...'라며 지난 날의 영화를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갈 법한 마이클은 '새로운 도전'에 감행하고 젊은이들과 생활하면서 '제 2의 삶'을 살게 된다. 취직하지 않았더라면 흑인에 해괴한 복장을 한 젊은이들을 살필 리 없는 백인의 노인은 그들과 파트너가 되면서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졌던 생각들이 '지극히 단순하고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면서 잘 나갈 때 친했던 친구도 만나고, 자식들을 살피지 않는 아버지라고 외면했던 딸들도 와주어 격려와 응원을 받는다.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할 것 같았던 이들과의 만남이 오히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껏 자신이 살았던 삶 역시 자신만의 '편견' 속에서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인생에서 끝은 없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했다. 늙게 시작한 탓에 느리고, 서투르고, 힘들어 보이지만 '살아있는 도서관'이라 불리는 노인들이 살면서 쌓았던 삶의 궤적 만큼은 젊은이들이 절대로 줄 수 없는 훌륭한 서비스 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품성 좋은 노인을 매니저가 채용하는 '현장 채용 시스템'은 세계 커피 혁명을 일으킨 스타벅스다운 '사람 비즈니스' 기업문화가 아닐 수 없다. 한 수 톡톡히 배웠다. 이 책은 한 해에도 수십 만의 업장이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소매 비즈니스는 '사람 비즈니스'로 발전해야 성공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고객을위한 진정한 서비스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 책은 스타벅스를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스타벅스 커피 맛이 최고라고 말하지도 않고, 다른 커피숍을 음해하지도 않는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의 이름 한 번 나오지 않고,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가 자화자찬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마이클씨가 스타벅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탄생한 것 만은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거꾸로 말하면 훌륭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한국에 있다면 제2의 마이클과 같은 한국사람도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그런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이 땅에서도 탄생했으면 좋겠다.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많은 수의 스타벅스가 계속해서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책을 낼 때만 해도 걸어서 스타벅스에 출근하고 있다는 마이클씨.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기는 만큼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은 추호도 없다는 그가 아직도 근무를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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