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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ㅣ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창의력과 사고력은 학원에 없다. 거듭 생각하는 힘, 몰입에 있다!
축구를 한창 좋아했던 예전 친구들을 불러 모아 TV에 연결된 콘솔 게임으로 몇 시간 후에 있을 경기를 점치며 놀았던 적이 있다. 둘 씩 편을 갈라 경기 때 먹을 야참내기를 했는데, 실제 경기보다 더 열광적으로 즐겼던 것 같다. 한 번은 게임에 열중하는 표정들이 재미있다며 친구녀석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의 찍힌 본인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표정들이 가지각색이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가 하면, 혀를 절반쯤 내 놓고 양미간에 내 천川 자를 그리며 인상을 쓰고, 한 골이 터지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고, 한 골을 먹으면 세상이 무너진 듯 좌절하는 표정들이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정말 내 모습인가 싶을 정도였다. 게임을 할 때는 특히 내기 게임을 할 때는 세상의 모든 일을 잊고 하나에 몰두하게 된다. 그 시간 만큼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만이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열중한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져버리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만큼 세상의 일을 대한다면 즐겁지 않은 일이 없고, 이루지 못할 일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좋아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열중할 수도 없다. 무언가에 푹 빠져버릴 만큼 몰두할 수 있는 경험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친구들과 벌였던 축구게임 만큼 일상이나 업무에 열중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인생은 지금보다 더욱 향상될 지도 모른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해 만난 책이 있다.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인 황농문 교수가 자신이 경험한 몰입의 세계를 알린 책, <몰입 THINK HARD>이다.
"이제는 WORK HARD 가 아니라 THINK HARD의 시대다, 즉 일에 미치지 말고 생각에 미치라"고 주문하는 이 책은 황교수의 연구과정에서 겪었던 '몰입의 경험'들을 토대로 The Flow라는 책으로 유명한 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와 경험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몰입'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놀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행복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 바로 [몰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지난 해 구입해 놓고도 지금까지 애써 읽지 않았던 이유는 '나는 몰입하기 힘든 인간'이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우리 시절엔 이렇게 불렀다) 때 성적표에 '주의가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지적을 두 번이나 들었을 만큼 얌전하지 못한 나는 몰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물론 게임이나 영화, 즐기는 장르의 책을 읽게 되면 누가 오가는 줄도 모르긴 하지만 그 '몰입'과는 다른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것이 이 책을 만나기 전 스스로가 내린 답이었다. 지난 밤 책장을 정리하다가 관심은 남아 자꾸만 눈에 밟혀 있던 이 책을 펴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아예 자리를 잡고 모두 읽어버리게 되었다. 몰입은 '학문적 연구' 뿐 아니라 게임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인간이 관심을 두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나도 알게 모르게 전부터 몰입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둔 건, 단 하나. 저자의 '몰입적 사고 방법'을 배워 생활, 사업등 발전적이고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몰입'하고 싶어져서였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우선 몰입이란게 무엇이고, 어떠한 상태인지, 어떤 경험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해주고, 자신의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몰입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구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플로우Flow' 라고 명명하며 "몰입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는 상태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며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고 말했다. 몰입에 뒤이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만큼 고양시키고, 몰입에 의해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건강한 삶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고민(화두)에 몰입한다는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사실 나는 '몰입'과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우리가 뭔가에 깊이 빠져 있으면 '걱정이 있냐?'고 묻거나 '뭔가 스트레스를 받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쩌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상태' 자체를 병과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걱정과 스트레스는 수동적이며 역기능을 주는 반면 몰입은 능동적이고 순기능을 부여한다며 확연히 구별하고 있다.
저자가 추천하는 몰입의 방법은 Slow Thinking, 즉 천천히 생각하기다. 이는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온몸에 힘을 빼고 목을 뒤로 기대고 편안하게 앉아 명상을 하듯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아주 천천히 생각하는 방법인데, 자율적으로 몰입도를 올리기에는 가장 효과적이고, 매일 정기적으로 땀을 흘리는 규칙적인 운동을 더해주면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여러 천재들과 학문적인 성과를 이룬 연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몰입의 정의과 방법 그리고 효과에 대해 설명했는데 고개가 갸우뚱한 것은 '나와 같은 일반인이 몰입은 해서 무엇을 할텐가?'였다.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얻어야 할 직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또 딱히 몰입을 해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이 책의 후반부가 답을 해주고 있었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몰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교육과 몰입], 직장에서 몰입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직장생활과 몰입], 그리고 [몰입에 이르는 다섯 단계]였다.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이고, 활용가능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교육과 몰입] 부분에서 소위 영재교육이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선행학습' 실태를 고발하며 제 나이보다 앞당겨 가르쳐주는 선행학습으로는 절대로 영재나 천재가 태어날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창의적인 노력은 처음에는 해결책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해결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활동 그 자체라고 말하며,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창의적인 활동으로 인정해주어야 창의력을 발달시킬 토양이 제공되어야 남다른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영재교육의 정의에 대해 '아이들에게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내주고 오랜 시간을 생각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1분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1분 걸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밖에 못 푼다. 60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60배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10시간 생각하는 사람은 그보다 600배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루에 열 시간 씩 10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6,000배의 난이도까지, 100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60,000배의 난이도까지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이 나아갈 바인 것이다. 그 사례로 유대인의 영재교육이 오늘날 빛을 발하는 이유는 랍비를 중심으로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유대인 교육의 7가지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고민 하는 행위'를 칭찬하고 있다. 다만 능동적으로 스스로 만들어서 고민해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야하며 중간에 멈추지 말기를 권하고 있다. 다시 말해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는 행위'는 발전적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면 곧이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식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창의력과 사고력'은 바로 우리의 거듭된 생각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공부'이고 '행복을 찾아가는 행위'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읽은 바 있는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의 실천편으로 여겨도 좋을 법 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누구나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잘 풀어놓았다. 이 책은 내가 만든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생각하는 것'은 발전적이며 이것을 체계적이고 깊이를 더한다면 '몰입'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장고長考에 악수惡手'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장고長考에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민하기는 더 이상 바보같은 짓이 아니다. 이제 마음껏 생각을 거듭하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여야겠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들을 좀 더 읽어 '몰입'에 몰입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뭔가 큰 것을 얻는 듯한 기분,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