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금융 보호주의', 장하준은 미리 경고했었다!
 

  지난 2월 3일 이명박대통령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1차 대공황 때 얻은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이번 런던 회의에서 모든 나라가 뜻을 같이 해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 미국의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1일(현지시간) 폐막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는 '바이 아메리카' 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보호주의의 확산이 큰 주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보호주의 물결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의 보호주의는 과거 '관세장벽'으로 대두되는 '보호 무역주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 '금융 보호주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운영하고 있고, 부실 자산을 정부가 직접 인수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포함하는 신용시장 회복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도 유동성 부족에 처한 금융기업들을 국유화하는 금융구제대책을 추진했으며, 독일도 자국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더불어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은 금융산업 구제를 위한 보호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원론적으로는 무역과 금융 보호주의를 반대하면서도 막상 자국 산업과 금융에 대해서는 보호 장벽을 쌓기에 급급한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이처럼 보호주의가 들불처럼 번지면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금융시장도 완전히 개방한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 미국의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부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그들의 잣대에 의해 만들어진 허우대 멀쩡한 모순덩어리였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시사태로 비롯한 금융위기와 같은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점도 해결하지 못해 '보호무역주의'라는 자신들의 근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가 만든 오랏줄에 스스로 걸려들고 만 '자승자박自繩自縛'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예고했던 한 권의 책이 있다. 선진국이 세계화의 모토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전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절대선'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과연 정통 경제학 이론에 입각한 이들의 처방이 오늘날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잘 알려진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의 경제학 교수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이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 해 반미, 반정부 서적으로 규정되어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 들은 바 있다. 원본의 부제는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이다.
   



 

  이 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살펴 보자.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1960년대에 처음 출현해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지배적인 견해가 되었다. 이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의 능률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각국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조건으로 내걸린 조항들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그로 인해 수십 조원의 국부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것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이웃나라가 금융적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자금을 지원해 주는 IMF의 출현, 그리고 구제를 미끼로 그들이 내건 조건들을 모두 수용한 결과 시장은 개방되어 자본시장은 외국인의 자금줄에 의해 연일 출렁거리고, 매년 그 자본에 의해 우리의 '국부'는 빼앗기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이나 IMF 로부터 듣는 소리는 훌륭하게 탈출한 국가라는 호평, 다시 말해 '말 잘듣고 있다'고 다독이는 어른 국가들의 칭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책은 경제사학 적 측면에서 접근해 오늘날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선진국의 시작은 '철저한 보호주의'에 의해 성장했으며, 그들이 '선진국'으로 자리매김을 했을 때, 후진국들에게는 불공정한 특정한 경제 정책을 내세우며 후진국이 스스로 변화해야 '신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잘 이야기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이야기로 비유하자면 올리브 나무 세상 사람들은 각국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렉서스 자동차 세상의 황금 구속복golden straitjacket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진국들의 사례와 후진국들이 경제정책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을 자세하게 들면서 선진국들이 내거는 조건들은 후진국들에게는 자국의 발전을 위하기엔 너무 버거운 조건들이고, 오히려 조건을 내세운 선진국들을 살찌우는 경제 정책이며, 이는 저희들도 선진국이 되기까지 실행하지 않았던 것들이어서 결국은 높은 곳에 올라간 후 그 뒤를 따라 올라오려는 사람들을 못올라오게 만드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들은 후진국들은 감히 넘볼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의 장벽'을 여전히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맹신했다가 당하게 될 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가상 시나리오 2037](저자가 생각한 신자유주의의 종말론이기도 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와 같은 비극적인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시장에 대항하고, 제조업을 육성시키며, 자국에 맞는 경제정책을 도입하고, 보호무역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 무역은 가난한 나라들은 당장 자신보다 한 수위의 외국 생산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그들을 이기기는 극히 힘들어지며, 오히려 개방적인 외국인 투자 정책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보다 우월한 외국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어 자국 회사의 능력축적 범위를 제한시킨다. 그러므로 자국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보호무역은 필요하다. 특히 자유 무역 경제학자들이 농업에 집중하라고 권장하고, 탈공업화를 부르짖는 경제 예언가들이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제조업은 번영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길임을 강조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에 제시된 [가상 시나리오 2037]가 제시된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날의 세계금융위기사태를 접하는 선진국의 태도는 금융까지도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부도 운운하는 작금의 그들을 지켜보면서 자가당착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 한편으로 고소하지만, 오직 믿을 건 '수출'밖에 없다는 국내경제를 생각하면 그들이 보호무역에 치중할수록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결국 돌아오고야 말 경제정책이라면 그에 걸맞는 국가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일텐데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젊은 세대들의 현실과 미래을 이야기한 우석훈 교수의 책 <88만원 세대>에서만 살펴봐도 우리의 현실과 미래는 암담하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꿀 수 있는 '총체적인 개혁'이 없이는 밝은 미래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다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변할 기미도 없거니와 그것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틀렸다. 우리는 그들의 변화에 따라 리액션하려는 '따라쟁이'를 거듭하며 경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 고민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호주의의 탈을 쓴 선진국의 본모습을 보여준 책, 오늘의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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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쁜 사마리아 인들 - 장하준
    from 행복을 찾아서... 2009-04-26 02:36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었던 좋은(?)책. 단지 불온서적이라는 이유 만으로 구매했다가, 절반 정도 읽고나서,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책이다. 새로 책을 몇 권 구매하면서 큰 마음 먹고 마저 읽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상세보기 장하준 / 대학교수 출생 1963년 10월 7일 신체 팬카페 상세보기 이 책의 원 제목은 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