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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역마살 인생 ㅣ 김병택의 대화체 소설 1
김병택 지음 / 이채 / 2008년 11월
평점 :
엉뚱한 한국인 사업가의 좌충우돌 미국 성공스토리!
모처럼 참 유익하고 반가운 책을 만났다. 자신의 잘 나지도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60 평생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은 일종의 자서전인데 재미있기가 말할 수 없을 만큼이다. 이 책을 만든 동기 또한 재미있다. 자수성가로 사업에 성공한 중년의 저자는 어느 날 우울증에 걸리고 정신과 의사인 닥터 주를 만났는데, 의사는 자신의 삶을 글로 쓸 것을 권유 받는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토해 놓음으로써 스스로 치유하게 하는 정신치료 방법중 하나인 '치유의 글쓰기'의 산물인데 일정 정도 거리감을 둔 대화체의 글로 써져서 더욱 친숙하게 읽혔다.
한국전쟁을 겪은 직후의 어린 시절과 하고 싶은 것 많은 젊은 시절, 그리고 머나 먼 외국에서의 이민생활 등 한 곳에서 머무르지 못하는 장똘뱅이의 '역마살'처럼 살아온 중년 사내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김병택 사장의 [엉뚱한 역마살 인생]이다. 그는 지금 서울에서 2곳의 온천과 최초로 미국 뉴욕, 댈러스, 시카고에서 King Sauna라는 대형 불가마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다.
처음 책장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한 권의 책이 계속 오버랩되어 생각났다. 지난 해 이맘 때 읽은 [부자본능, 원제 How to get Rich]이라는 책인데, 저자는 영국의 괴짜 재벌 버진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회장과 쌍벽을 이룬다는 같은 나라의 출판 재벌 펠릭스 데니스의 자서전이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단숨에 읽은 후 리뷰를 썼는데, 제목을 '솔직담백하고 건강한 진짜 부자 이야기'라고 할 만큼 솔직한 자서전이었다.
좀 더 소개하자면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무일푼 히피 청년이었던 그는 1973년 자신의 출판 사업을 시작, 이소룡 자서전 발간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사업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후 승승장구하여 수많은 유럽의 유명잡지를 낳는 거대 잡지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맥심>의 소유주가 되면서 재벌이 되었다. 그의 솔직한 자서전은 대화체에 반말로 써졌는데, 읽는 맛이 다른 책과 달라 신선했다. 어스름 저녁 편하고 좋은 분위기의 술집에서 젊은이 몇 몇을 앉혀두고, 술을 사면서 던지는 재미있는 부자의 충고를 듣는 기분이랄까? 귀에 감기듯 잘 읽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부자본능]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배움은 짧지만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책들이 우리나라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한국인 부자들의 이야기가 없는 이유는 '부자되는 방법'을 자식에게만 알려주고 싶거나, '국세청 세무조사'를 두려운 때문은 아닐까 억측하기도 했다. 그런 글을 쓴 후 일년이 지난 지금 이 책 [엉뚱한 역마살 인생]을 만나니 내 불평에 대한 대답을 만난 듯 반갑기만 했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파란만장한 인생이나 편안한 문체 또한 그를 꼭 닮았다.
저자는 자신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는데, 대학노트로 7권 분량의 글을 숨김없이 기록한 때문일까? 문학 장르의 형식을 완전히 무시했다. 마치 어느 기자가 MP3 플레이어를 놓고 인터뷰를 하듯 넌즈시 질문을 던지면 이에 편하게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여느 책의 저자처럼 고상하고 인텔리함도 보이질 않는다. 질문에 안맞게 '삼천포 빠지듯' 전혀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독자의 수위를 조절해야 할만한 내용과 천박한 욕설도 등장하지만, 자연스러운 그의 문체가 저자와 독자의 간격을 더 좁히고 생동감있게 읽히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글의 곳곳에 숨은 유머와 우스개 소리들은 책을 읽는 또 다른 맛이고, 저자의 유머 감각과 위트를 짐작하게 했다.
많은 이야기중에서 필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그의 사업이야기였다. 그가 사업에 대해 처음 꺼낸 말은 '외할머니 떡도 커야 사 먹는다'는 말이었다.
"목사님의 어느 설교 중에 '외할머니 떡도 커야 사먹는다'는 말이 기억이 나. 얼핏 들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나의 마음을 크게 움직여 놓았지. 외할머니 떡도 사먹는다? 원래 외할머니 떡은 그냥 먹는 거잖아. 그렇지만 돈 주고 사먹으라면, 외할머니 떡도 작으면 안 사먹는다 이런 얘기야. 정말 무서운 말이지 않니?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다 알겠지만, 실천할 수 없다면 사업이나 인생에 큰 성공은 절대 기대하지 마."
교육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무엇을 하든 성공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만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는 도둑질, 고물(탄피)수집, 무림고수로의 수련, 제주도 목장사업, 의류사업, 불가마사업까지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경험했지만, 이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끊임없이 실천'하는 삶이다. 그는 지금 서 있는 현실은 그가 만든 역사의 소산물임을 알았다. 그래서 평생의 모든 것을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밝힌 게 아닐까? 직업의 귀천을 떠나 꾸준하고 성실한 실천으로 오늘까지 살아있음을 증명한 그의 삶이 부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이어서 그는 '물건값은 손님이 매긴다'고 말한다.
"좋은 물건을 사 가야 그 가게가 기억에 남지, 걸레를 사 가면 좋은 기억나겠어? 경제학자가 모르는 게 바로 그런 거야. 그런 건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 주거든. 경제학자가 경제흐름은 잘 알아도 실제적인 건 몰라. 경제학자더러 장사해 보라고 해봐. 아마 젬병일걸? 나는 물건값은 주인이 매긴다고 생각 안 해. 물건값은 손님이 매겨 주는 거야. 그리고 손님이 매기는 값이 정확한 거야. 장사꾼이 손해야 보겠니? 손님에게 기분 좋게, 싸게 공급하는 거지...(중략)... 장사가 잘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또 깨달았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 멋지지 않니? 뒤집어 생각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뜻이니,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오늘날 '소비자 권장 가격'이라는 이름으로 제 맘대로 제품에 가격을 매긴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 같았다. 소비자는 어느 누구도 가격을 정하지 않았는데, 생산자가 맘대로 정해 놓고는 팔리지 않을 때 '할인', '세일'이라며 가격을 낮추고는 기업들을 생색을 내고 있다. 잘 팔리는 제품은 가격이 내려가는 법이 없다. 소비자는 가격보다 더 높고 많은 기쁨과 행복을 누릴 것 같은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저자는 생산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할 때 비용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학자적 사고를 버리고, 손님과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가운 손님'을 집에 모시듯 정성을 다하고 노력해서 손님을 대접하면 좋은 결과가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실히 경제학자를 이길 수 있는 장사꾼이었다.
'장사꾼의 이윤 남기는 법'에 대해 말하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손님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건 말이 안돼.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정성스럽게 대할 때 순리적으로 돈도 따라오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지켜 왔어. 진실하자! 내가 먼저 진실하면 상대도 진실하게 나온다고. 사람들은 흔히 '돈에도 눈이 있다'고 말하잖아.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항상 '돈에는 눈이 있다'고 말해. '도'와 '는'은 한 자 차이지만 남들 다 있는 눈이 돈에도 있는 게 아니라, 돈에 달려 있는 눈은 좀 더 다른 눈, 사람의 진심 같은 걸 꿰뚫어 보는 그런 눈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그가 훌륭한 장사꾼 임을 보여주는 백미는 책의 출판수익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이 만들어진 목적은 자신의 치료목적이었고 그래서 집필하는 동안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숨쉴 틈 없이 써내린 글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영감을 주었기에 출판에 대한 저작권료는 한국의 청소년 재단에 판매대금 전부에다 또 그만큼의 액수를 보태어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면서 저자가 망해도 좋으니 책이 팔려서 많은 금액을 청소년 재단에 기부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게다가 책을 구매한 독자들을 위해 책 속에 자신이 서울에서 운영중인 사우나 쿠폰 2장을 선물로 첨부했다. 그는 출판에 있어서도 기부방법이나 마케팅 방법 모두 탁월한 장사꾼이었다.
성공한 인물의 자서전이란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더듬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 다소 미화되는 경향도 없잖고, 자화자찬으로 버무려져 읽을 필요가 없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자서전에는 성공한 저자가 자신보다 젊고 경험적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따끔한 충고를 아낌없이 담고 있어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참고서와 같다. 또한 성공한 인물을 만나기는 시간적 기회나 비용면에서 쉽지 않아 책으로 만나는 방법이 가장 쉽고 경제적이다. 이 책은 그 효과를 느끼게 해 주었다.
새로운 업종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준비하는 필자에게 작금의 '세계금융위기'는 '몇 년간 하던 것이나 지키며 가만히 있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엊그제 가장 측근에 있는 지인이 '모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금이야말로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충고해 줘 화두로 삼아 고민하던 차에 김병택 사장의 [엉뚱한 역마살 인생]은 '네가 생각한 대로 당장 움직여라.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지만, 네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무튼 실천해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해주어 망설이는 내게 힘을 보태주었다.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한 권으로 만들어지면서 잘려버린 나머지 대학노트 7권 속 이야기가 궁금했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만든 질문으로 그와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필자를 비롯해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온전히 살고 싶은 사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행복한 이민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사람의 목소리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