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명한 소비자? 
흥, 당신은 늘 속는 비이성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인간이란 피조물은 얼마나 대단한가! 이성의 고귀함이여! 능력의 무한함이여! 생김과 동작은 얼마나 반듯학 멋진가! 행동거지가 천사가 따로 없다! 헤아림은 신의 경지다!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이요, 동물 가운데 귀감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 2막 2장 중에 나오는 이 대사는 우리 인간의 놀라운 정신과 육체를 찬양하는 부분이다. 주류경제학 또한 세익스피어 못지 않게 인간을 완벽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경제이론을 세우고 예측하고 조언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선택 즉,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경제학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과연 그럴까? 우리는 매일 아침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잠자리를 편 채로 야식을 먹고 있으며,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서도 '창고 방출 세일'에 혹해 바구니 가득 덤핑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매번 탁월한 선택이라고 찬사를 던지는 판매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즈음이면 판매원의 말처럼 그리 '굿 초이스'인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판매원의 세일즈 기법에 속았을 때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결정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  
 
  이처럼 때로는 비이성적인 인간에 대해 표준경제학(주류경제학)과 세익스피어의 관점처럼 인간본성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낙관론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아서 의사결정에 있어 빈번하게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얼토당토 않는 영향을 받는 존재이고, 개연성 없는 감정과 근시안적 생각등 여러 형태의 비이성적 행동을 곧잘 저지른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간의 그러한 비이성적 행동에 착안하여 많은 기업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마케팅에 속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의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학문영역인 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오늘까지 저지르고 있는 경제적 선택의 오류를 짚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신경제학 바람'또한 예외가 아닌데, 가장 먼저 행동경제학적 접근한 책 노모노 노리오의 [행동 경제학]를 비롯해 [경제학 콘서트], [벌거벗은 경제학]등 주류경제학의 한계와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실험과 사례들을 들어 꼬집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들에게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에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아하~ 그렇구나'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인지시킬 뿐 그 대안에 대해서는 '그러니 이젠 자신이나 기업에 속지 마시오'라고 대답할 뿐, 결국 또 다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요구하는데서 그치는데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나는 비이성적인 소비주체구나'라고 인지만 한 채로 남아야 할까? 사실의 인식은 그 해답을 찾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재 MIT 미디어랩과 슬론 경제대학원의 행동경제학 전공 교수를 맡고 있는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인-인간: 우리의 결정들에 숨어있는 힘)이다.
 
 



  책의 소개에 앞서 저자의 병력이 주목되었다. 저자가 18세 였을 때 다량의 마그네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전신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사고 후 3년 동안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있어야 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로부터 일정 부분 동떨어진 신세가 되어 자신이 참여하고 살았던 사회를 제 3의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동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놀라움을 던져준다. 
 
  저자의 이론의 시작은 표준경제학은 사람은 늘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행동경제학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 발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이 책의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Predictably Irrational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합리성과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서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만들 수 있다는게 그의 이론이다.
 
  이 책은 기존의 행동경제학을 말했던 책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오류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간단하고 독창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로 인간들의 선택의 오류가 예측이 가능하도록 반복되고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 중 주목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A와 B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알아 맞춰 보세요, 딩동댕!!" 사람(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서 가장 즐겨 용하는 방법인 비교하기는 '상대성의 문제'다. 즉 우리는 상대성의 관점에서 결정을 숙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끼리 비교를 한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기업은 소비자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이미 읽고 미끼효과(Dacoy effect)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미 순서를 정해놓은 상태, 그들에게 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 즉 시선을 돌려 A,B가 아닌 C가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 이른 바 양떼현상herdling에 끌려 우리는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입는 옷과 휴대폰, 그리고 그들이 먹고 즐기는 곳을 추종하여 무리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을 쫓아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 자문해야 한다. 거기에 들어갈 돈을 아껴 다른 일에 썼다면, 아니면 모아 두었다면 더 기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야 한다. 휴대폰의 경우 기능도 모르는 최신형을 고집할 것도 아니며, 어떤 고급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기보다 꼭 그렇게 비싼 커피를 습관처럼 마실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때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모든 사례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가정이나 기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궁금했고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하는 행동 중에서 '돈을 받고 뭔가를 하면 기분(흥)이 안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규칙에 부합하여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한다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명분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무수히 많은데, 이는 우리가 사회규범을 적용하여 남을 기쁘게 하고 도왔다는 기쁨을 얻기 위해 기꺼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돈으로는 '사명감'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은행이 잔고부족으로 하루아침에 계좌를 정지시키는 은행, 귀빈 모시듯 제품을 팔고는 그 이후 A/S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세계적인 명품숍들, 그리고 월급과 상여금만 주면 애사심은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의 CEO에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을 때는 절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다이어트에 번번히 실패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소비를 억제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들 모두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내 소유물이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추억의 가치'가 더한 때문이고, 다른 가능성 즉, 대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큰 것을 놓치며, 개인적인 집착 때문에 양편으로 갈라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들을 통해 얻어낸 교훈은 첫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정, 상대성, 사회규범등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이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의사결정의 환각에 빠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있지만,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 사실만으로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지금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설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행동경제학 관련서들이 표준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른 행동경제학을 일반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소개한 책이라면, 이 책은 표준경제학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 둘 씩 풀어주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문제제기에서 실험 그리고 해설까지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론서이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접근한 행동경제학이 현실의 경제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같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지난 주에 실린 우리나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에 대해 놓치고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감 상실, 배신감 증폭을 슬기롭게 진정시키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뺏긴 돈은 뺏긴 돈이다. 이제 당신 세금으로 월가를 돕겠다. 그게 당신에게도 남는 장사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며, 화를 돋우고 보복 심사를 달굴 뿐이다'라고 까지 이야기 했다. 국민의 신뢰감이 배신감으로 돌아설 때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또한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배불려주기만 하면 되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는 시장규칙만을 내세워 국민들이 따라올 것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했던 국민을 우선 어루만져 사회규범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보다 합리적인 미래의 선택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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