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 대한민국 100년을 먹여 살릴 창조적 소수자
전하진 지음 / 오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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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비즈니스는 창조적 소수자, 비즈엘리트가 이끌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학습시간. 한 반의 아이들이 메뚜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메뚜기를 한 시간 동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적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한 시간동안 메뚜기의 이모저모를 관찰한다. 우선 메뚜기를 그리려는데 메뚜기가 거꾸로 세운 유리컵 안에 갖혀 팔딱팔딱 뛰는 통에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의원이는 메뚜기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렸다. 한 쪽 다리가 부러진 메뚜기는 두 다리가 온전할 때보다는 못하지만 자꾸만 넘어지면서도 여전히 뛰고 있었다. 화가 난 의원이는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부러뜨렸다. 얌전해진 메뚜기를 보고 흐믓해진 의원이는 열심히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의원이가 그린 메뚜기 그림에도 다리는 부러져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의원이가 정작 실험내용을 적으려니 이번엔 메뚜기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다. "메뚜기야, 이젠 뛰어도 돼." 뛰어 봐, 어서." 메뚜기 귀에 속삭여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급기야 실험용 탁자를 쾅 쾅 쳐도 끄덕없이 가만히 있는 메뚜기.
 
한참을 고민하던 의원이는 노트필기를 마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연학습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메뚜기는 다리가 부러지면 귀가 먹는다."
 
  역사상 투표율이 제일 낮은 가운데 선발된 국민들의 대표(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메뚜기(국민)가 무엇때문에 뛰는 지 아는 바도 없으면서 저희들 노는데 정신없게 만든다고 불평하며 제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메뚜기의 손발을 묶고 입을 닫게 한 다음 저희들이 바라는 바 대로 만들어놓고는 '제법 잘 만들었다' 자축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고 저희들끼리 박수를 치고 있다. 눈을 돌려보면 의원이 뿐만 아니다. 관료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사장님이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어른들이라는 학생들이 그렇다. "니들이 뭘 알아?" 눈을 흘기며 제 멋대로 만들고, 세워놓고 "어때, 괜찮지?" 물으며 박수치라 호통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만들어 논 길대로 따라만 오면 돼. 알았어?"
 
  '자리'에 목숨거는 사람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벌건 사람들, 호랑이 담배 피우던 과거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을 일러 '전하진'시트엘리트(Seat-Elite)라고 말했다. 시트엘리트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도 없고, 현재 자리를 향유하되 더 큰 파워를 발휘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의 혁신이나 사회적 기여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바보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 요구되는 오늘날과 같은 웹(Web) 2.0 시대에 자리차지에 연연하는 시트엘리트들은 어쩌면 사회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민 대다수가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시트엘리트들에 속하기 위해 그들을 목표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트엘리트가 되는 일에 대한민국 젊은이 대다수가 목을 매고 시트엘리트가 될 수 없음에 좌절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낡은 조직의 배를 타고 시트엘리트들과 함께 가라앉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세계를 품에 안을 희망의 배를 띄울 것인가. 변화는 이미 나와 당신의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벤쳐 1시대이며 벤쳐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 거듭된 부침속에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벤쳐의 한가운데 있는 저자 '전하진'이 시트엘리트의 굴레를 넘어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비즈엘리트'(Biz Elite)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바로 [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즈엘리트는 '세상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전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온실에서 자란 시트엘리트의 영역을 벗어나 야생에서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토인비가 말했던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들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비즈엘리트로는 파프리카랩의 김동신 대표, 스팟엔징의 오규석 대표, 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테레오 디스플레이라는 회사, 1인 기업의 대명사 구본형, 공병호씨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 벤쳐기업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소위 득도得道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즈엘리트들의 특징은 자리가 아니라 가치에 도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며, 스스로 질문하며 상상력을 실현한다. 또한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온실보다는 야생을 선택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선택하며, 규모의 경제가 아닌 스몰 자이언츠를 추구한다. 이러한 비즈엘리트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룰, 소준급의 선수들, 정보공유의 최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비즈엘리트들은 컬쳐 키워드 즉, 상상력, 개인화, 다문화, 창조적 융합을 비즈니스 코드로 변환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트엘리트들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선진국의 사례와 최근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그들에게 가능한 것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지를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과 그가 만났던 경제인, 벤처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있다.
 
특히 5장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 에서는 실리콘 밸리가 성공할 수 밖에 없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성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독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과 비즈엘리트들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비즈엘리트들이 나아가야 할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공무원들의 무능을 욕하고 있으면서도 취업하고 싶은 최우선의 직장을 '공무원'으로 꼽고 있고, 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냉정하게 심판해야 할 우리들은 정작 그들을 뽑는 투표에 참여할 때 참여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대학을 SKY를 보내야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속에 끼지 못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좌절의 늪으로 몰고 있다. 저자는 국민들에게 '의식의 전환'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무능한 '시트엘리트'를 마냥 추종할 것이 아니라, 모험심 가득하고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비즈엘리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응원해 줄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집단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패기와 젊음이 가득한 '새로운 비즈니스 세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트엘리트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그에 속하려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오늘날에 대해 우리나라를 바다위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낡은 배'로 비유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자들은 초등학교 2년생 의원이가 아니다. 메뚜기를 가두고 있는 유리병을 걷어내고 펄쩍 뛰는 메뚜기를 끝없이 쫓아가는 학생이 세상을 바꾼다. 스스로 창조적인 소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 비즈엘리트가 세상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300인 이상의 기업(대기업)과 공무원, 전문직 모두 합해 전체 일자리의 1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 86%의 직장인들은 '능력없는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인원수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오늘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저자인 전하진과 같은 벤처 1세대가 책을 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그 내용 또한 날카롭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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