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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기 불황의 유일한 탈출구, 이 책 속에서 '정情' 을 찾아라!
지난 20일 자 신문에 실린 19일의 국방부 발표내용을 빌리자면, 지난 2000년 이후 해마다 육군 PX에서 많이 팔린 식품류와 과자류를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자류 가운데엔 판매액 기준으로 초코파이가 가장 자주 '1등'을 차지한다고 한다. 1991년인 필자가 입대한 때에도 훈련소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초코파이인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초코파이. 얇지만 초코렛도 발라져 있고, 햄버거처럼 익숙한 모양 한 가운데 햄 패티 대신 새하얀 머쉬멜로우가 두텁게 깔린 것이 일단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두세 개와 200ml 짜리 우유 한 팩(없으면 두 세 모금의 물도 좋다)이면 적당히 요기도 되고, 입안도 덜덜해 지는 것이 '시장기를 속이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 2위로 들자면 자(짜)장면이 있는데, 이 녀석은 대답을 하는 사람마다 제 동네에서 파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객관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고 군에서 자주 먹기 또한 어려워 초코파이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1위인 초코파이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휴대성이 간편하다'는 것인데, 여름에는 추욱 늘어져 먹기는 좀 추하지만 나름의 맛이 있고, 겨울에는 돌같이 딱딱한 것이 부러뜨려 먹는 맛도 제법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코파이를 냉동고에 얼려서 먹기도 하는데 그중 나이 든 사람들이 굳이 얼려 먹는 이유는 동절기 PX에서 사 먹은 꽝꽝 얼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편리한 휴대성의 효용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군인들은 흡연가끼리 담배를 나눠 피우듯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병영에서는 초코파이를 주고 받는다. '먹고 기운내'하며 주는 자양강장제처럼. 그래서 그런 부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정情'. 한국인에게만 유독 듬뿍 담겨 있다는 이놈의 정情은 느껴지기만 할 뿐, 좀처럼 보기가 힘든데 유독 흔하게 모습을 볼 수 있는 정情이 초코파이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 한 번 기막히게 잘 지었다.
뜬금없이 필자가 '정情' 타령을 하는 이유는 요즘은 '정情 나누기가 힘든 세상'이 아닐까 해서다. 군대뿐 아니라 초코파이를 찾아야만 정情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정無情해진 세상이 요즘이 아닐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을 다정多情했던 것을 탓할 만큼 정情이 많은 사람들이라지만 이 정情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직 모르겠다? 그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찢어질 만큼 가난했던 고학생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시골 조그만한 약국의 약사가 되었다. 비포장 도로라 비가 오면 질퍽질퍽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있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면 노년에 마을의 유지 노릇을 할 만큼의 지역주민으로 살았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많은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정情이다. 정情많은 약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情을 겁나게 많이 나눠줬다. 그랬더니 약국이 유명해지고, 같은 이름의 약국을 여러 군데에 세우게 되더니 급기야 전혀 다른 직업으로 서울을 상경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은 실화다. 그리고 지금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오늘 소개하는 책 [육일약국 갑시다]의 주인공 김성오씨의 이야기다.
지난 해 7월에 출간된 이 책 [육일약국 갑시다]는 책은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을 들어봤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지방 소도시의 약국을 지키던 약사가 30만을 넘는 중고교 학습 프로그램의 CEO로 거듭나는 소설같은 성공스토리도 흥미거리였지만, 글맛나게 써내려간 저자 김성오의 진솔한 경영담이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책의 인세로 받은 1억 8천 만원(자신의 기부액으로는 세번 째로 컸다고 한다)로 소외 아동과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후원했다고 하니 훈훈한 그의 '퍼붓는 정情세례'에 감동받은 독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아, 이 책 나도 읽어봤어. 보기 드물게 대단한 사람이더군."하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한다면 다시 이 글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을 기준으로 776만 7000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 2315만1000명 중 33.6%를 차지해 OECD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주목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아낌없이 정情을 나누라'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가득한 자서전'이라고 말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읽어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저자의 순진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욕먹을지도 모를 만큼 자신의 '작은 성공'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한데 이것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그렇게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나 경제경영을 꿰 찬 '마케팅 전문가' 였다면 이렇게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케팅 실력을 모두 드러내 놓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들 편히 쉬도록 약국에 푹신한 의자를 놓았더니 하루 종일 놀다 가시게 되었고, 이를 보는 지나는 행인들은 모두 손님인 줄 알고 '명의'가 있는 약국으로 알더라'는 에피소드나, '동전을 가득 준비해서 택기기사들이 편하게 바꾸어 가게 했더니, 미안한지 드링크라도 한 병 팔아주고 가더라. 그리고 그들에게 약국이름이 알려지니 자연히 그 지역에서는 최고의 랜드마크(유명한 곳)이 되더라'라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한 번 읽기만 하면 누구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들이다. 그 뿐 아니다. 이 책 속에 그의 쉽지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정情나누기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이 책에 소개되는 저자의 '작은 성공담'들은 '약사'들에게만 이로운 것이냐 하면 약사 뿐 아니라 사업 최소한 '자영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배울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특별한 것 없는 마케팅, 그 이름은 '정情을 마구 마구 베풀어라'다. 그렇다면 얼만큼의 정情을 얼마나 나눠줘야 할까? 그 답도 한 문장이다. "우리 엄마처럼." 그렇다. 귀한 손님이 우리집에 찾아오셨을 때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부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귀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책責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손님방을 데워 놓고, 아끼던 음식을 마구 꺼내어 심혈을 기울여 맛을 내며 요리를 한다. "너 손님들 있는데서 소란스럽게 하지 말어."라 식구마다 주의를 주시고, 평소에 입던 몸빼는 벗고 아껴두던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하신다. 엄마는 손님과 대작하며 만취할 남편을 생각하면 속이 타지만, "아니에요, 많이 드세요."미소를 던지고, 손님이 가실 때까지 아무 불편한 일이 없도록 음양으로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는다. "사모님, 정말 편히 쉬다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손님이 가고 나면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엄마. 원래의 내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때부터다.
어떤가? 우리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던가?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네 엄마, 할머니께서 '귀한 손님'을 대하듯 하면 요즘말로 '대박'난다. 엄마와 할머니는 품위도 고상함도 버렸다. 당장 저녁에 아이들 먹일 때거리가 없어도 손님에게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었고, 가장 귀한 요와 이불을 깔아 손님을 대접했다. 물론 구들장 차질까 밤새워 아궁이를 지키셨다. 이 모든 것은 '답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 먼 길을 찾아 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신 손님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리고 그 예의는 '아낌없이 베푸는 정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었었다면 다시 읽으며 책 속에 숨어있던 '아낌없이 정情 베풀기'를 찾길 바라고, 아직 읽지 못한 독자라면 그것을 찾으며 이 책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의 엄마와 할머니의 '귀한손님 모실 때'를 떠올리길 바란다.
우리 점포(가게, 회사)를 찾아주시는 고객은 '귀한 손님'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점포 중에 내가 끌어오지도 않았는데 찾아주셔서 내게 '기꺼이 돈을 내겠다'고 하면 장사꾼에게 그보다 반가운 손님이 또 있을까? 최대한 융숭히 대접하고 정情을 담아서 보내자. 그럼 그 정情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무기는 '정情' 밖에 없다. '보잘 것 없이 부족하지만 정情만 가득 담는다면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입맛당기는 요리'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대접을 받은 손님은 돌아갈 때 '정情겹다' 할 것이고, 또 다시 찾아줄 때는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와서 '정情든 집' 이라 할 것이다. 그런 손님이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장사를 벌이기만 하면 '대박'을 내는 어느 장사꾼에게 '대박나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 장사꾼이 하는 말, "네가 무슨 장사를 하던 단골을 300명만 만들어라. 그럼 평생 먹고도 남을 부富를 이룰 것이다." 하더란다. 어려울까? 불가능할까? 할머니도 하셨고, 우리 엄마도 하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대접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91년 1월의 겨울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추웠다(훈련소에서 맞는 겨울은 늘 세상에서 가장 추운 법이다). 필자는 내무반 바닥 청소를 '그지같이 했다'고 축축한 바닥에 까까머리를 박고 열중 쉬엇을 했다. 한참이 지나 머리 반쪽이 없는 듯 무감각해 질 무렵 "기상"하며 백두산 호랑이같은 내무반장은 다시 혀로 핥듯 바닥을 깨끗이 닦고 내무반장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군기가 잔뜩 들어 보고를 했더니 "수고했어. 머리 많이 아팠지?" 하며 초코파이 두 개를 건내 주었다.
PX를 갈 수도 식사외엔 간식도 할 수 없는 기간에 만나는 초코파이는 말할 수 없이 귀한 음식이었다. "너 이거 먹다가 들키면 나까지 혼나니까 화장실 가서 혼자 몰래 먹어." 화장실에 숨어 들듯 들어가 한 개를 가로로 뉘어 한 입 가득 구겨넣고 먹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울음까지 삼키며 맛있게 먹던 기억.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 병장의 초코파이는 정情이었고, 눈물과 함께 먹은 것도 정情이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딱딱하지만 맛있는 초코파이가 생각난다. 정情이 그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