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하지 않는다 -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전략적 세상살이
한연주 지음 / 도서출판 다시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룸살롱 대마담이 말하는 대한민국 남자, "푸대접받는 사람들".
 
  "매력 있는 남자란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무슨 주의주장에 파묻히지 않고 유연한 사람. 그러니 더욱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바로 그런 자다. 매력있는 남자에게 건배!"
 
  도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또 다른 책 [남자들에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존경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남자들이여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매력있는 남자'에 대해 정의했다. 유연함과 통찰력을 갖춘 남자.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세계 최고의 매력남이라 불리는 이탈리안 남자만을 연구해온 그녀다운 정의다.
 
  남자들은 성공을 염원한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내려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남자들이 갖는 영원한 로망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저에는 '암컷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수컷의 동물적 본능'이 엿보인다. 남자들은 성공이나 출세를 통해 매력남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한 남자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룬 것의 원인에 '내 여자, 내 아내'가 있는가 하면, 힘들게 이룬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의 뒤에도 여자가 있었고, 존경받는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어느 날 '쇠고랑'를 차고 감옥으로 가는 것을 모습의 뒤에도 '가족, 내 아내'가 있다. 그 어떤 모습이든 남자의 성공의 이유에는 여자는 꼭 들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상이몽 즉, '남자들이 되고 싶은 매력남'과 '여자가 바라는 매력남'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정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남자들이 매력남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사력을 다 하고 있지만 실은 '헛물'을 켜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생각하는 매력남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 답은 아마도 여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명했던 책이 있었다. [(긴자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 성공 못 하는 남자]라는 책 인데, 일본의 번화가 긴자에서 회원제 클럽을 경영하는 마담 마스이 사쿠라가 술집에서 손님을 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말하는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매력남들의 65가지 법칙을 이야기 한 책이다. 제목처럼 화려한 밤의 도시 '긴자'를 찾는 일본의 남자손님을 이야기한 일본 술집 마담의 이야기라 그녀가 말하는 '성공법칙'은 우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접대부들에게만 사랑받는 남자'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해 껄끄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비즈니스의 선상에 있는 '접대'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제법 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두 번 째 책 [(긴자 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들의 화술]이 더 읽을만 했다. 이 책은 비록 얕은 수일지는 모르지만, 말주변이 없는 비즈니스맨들이 성공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갖춰야 할 화술의 테크닉을 41가지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두 권 모두 마담이 지켜본 남자들, 직장인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손님들이 긴장을 풀 듯 넥타이를 풀고 웃고 마시며 술을 즐기는 모습은 모두 같지만,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을 쟁취한 남자들은 상사나 부하를 대하는데 있어 여성 못지 않은 배려심을 지니고 있음을 20여년 간 현장에서 손님들을 관찰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출판대국 일본에서는 '접대부'도 책을 낼 만큼 저자의 폭이 다양함을 알고 내심 부러웠는데, 지난 달 즈음 송숙희 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던 중에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저자들이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면서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책도 소개되어 놀라웠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주인공 한연주의 [나는 취하지 않는다]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저자가 아가씨 숫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강남 일급 룸살롱의 대마담이 된 사연과 그녀의 직업세계 그리고 그녀가 보는 남자와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데, 두 명이 가도 최소한 백 만원의 술값을 내야 하는 최고급 술집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어 자못 흥미로웠다. 언론의 르뽀나 뉴스로 조금씩 소개된 적도 있고, 많은 소설의 소재거리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적어놓은 책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책의 내용은 '물장사'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절반 정도, 나머지는 저자가 대마담으로서 업계를 주름잡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마케팅을 담고 있다. 
 
"남자들은 치밀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작은 것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건 여자들의 특성이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슴이다. 이런 소소한 감동 때문에 술을 마실 때 단골집을 즐겨가고 즐겨찾는 마담을 따라 다니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땅의 남자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다 그래서 사회에서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인데도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섯 권의 고객 관리 노트에 2,000명의 단골을 관리하는 저자가 보는 대한민국 남성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아가씨들과 최고급 술을 주문하는 것으로 갑甲 자신의 지위와 성공을 자축하지만 그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밤을 잊고 갑甲을 접대하기 위해 온갖 시중을 드는 을乙도 공존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엔 모두 안쓰러운 사람들이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접대비실명제가 곧 폐지 될 것 같다. 접대비실명제는 영리법인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한 접대비에 대해 접대상대와 접대목적 등을 기록해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제도인데 접대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말인지, 접대가 늘어야 대한민국 기업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말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라면 영업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 접대하고 대접받는 안쓰러운 사람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밤의 꽃'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매력남'은 누굴까? 이 책은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손님을 두고 좋은 손님, 나쁜 손님, 그리고 특별한 손님을 구분하고 있다. 물 쓰듯 돈을 펑펑 쓰는 손님들이 대접받고 싶어 안쓰럽다는데 '매력남'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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