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비합리성,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
 
  나는 요즘 주류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행동경제학에 푹 빠져있다. 독자들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경제학 콘서트'를 필두로 한 요즘의 경제학 책들은 거의 '행동경제학'을 말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시대를 풍미해서 20여 년 전까지 주류경제학은 '전제'라는 울타리 속에서 세상의 경제학을 논했었다. 합리적인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다양한 재화에 일련의 선호도를 지녔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 전제가 현실과는 많은 차이를 낳았고, 따라서 그 전제 속에 있는 인간의 경제법칙은 현실을 등진 학문적 경제학으로 남아 세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현실의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값을 치룰 수 있고, 사업가는 이윤이 큰 제품만을 생산하려 하고, 소비자는 제 구미에 맞는 제품만을 구입한다. 합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함을 꼬집은 '행동경제학'은 지금껏 주류경제학에서 찾지 못했던 나의 판단오류를 짚어주었다. 마치 점집에 앉아 점을 보듯 콕콕 짚어주는 일련의 책들은 내게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 책들 또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인간은 실수를 하는 것인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에게 속는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인과 해답, 그리고 예방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내가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주는 책을 만났다. 저명한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의 [비합리성의 심리학]이 그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행동경제학의 책들처럼 인간이 겪는 판단의 오류들의 사례를 답습한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판단의 오류에 대한 원인과 해답, 또 예방책을 더해준다는 데서 차별성을 갖는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오히려 완전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저자 서덜랜드는 이렇게 대답하며 정말 우리는 합리적인가를 살피고, 또 과연 합리성이란 말을 이해하는가? 하는 원론적 접근에 까지 도달한다. 저자는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극적인 것,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러한 가용성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나 틀이 만드는 것으로 첫인상 효과 오류나 후광 효과, 악마 효과까지도 불러일으킨다며 그에 대해 아무리 인상적이라더라도 한 가지 사례만을 판단하거나 결정의 토대로 삼지 말라고 경고한다. 무언가에 복종하기 전에 생각하고, 명령이 정당한가 반문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물질적인 보상만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유인책이라고 판단하여 각종 성과급과 특별수당, 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건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건 이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칭찬 한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잘못된 인상,집단의 안과 밖,조직의 어리석음, 잘못된 일관성, 보상과 처벌,
욕구와 정서, 증거 무시, 증거 왜곡, 잘못 관계 짓기등 21가지 인간의 비합리성의 사례들,
즉 의사들은 환자들의 병을 오진하고, 장군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지루해 죽겠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공무원들은 나태와 이기심을 조장하는 비합리적 시스템에 젖어 공금을 아무렇게나 운용한다. 왜 사람들은 타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걸까? 등의 사례를 들어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설명으로 파헤친다. 우리가 범하고 있는 비합리적 판단, 선택, 행동들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음을 알게 되고 저자가 펼치는 갖가지 심리 실험과 명쾌한 해설을 통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례마다 내가 판단하는 상식적 믿음은 어김없이 깨져 버려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알찬 내용,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답을 담고 있음에도 이 책은 기존의 책에 비해 어렵게 구술되고, 지대한 인내심을 요할 만큼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앞의 책에 길들여진 탓일까, 이 또한 잘못된 판단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많은 사례와 그에 걸맞는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멋진 심리학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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