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멋진 영화, 더 멋진 원작소설. 파이트 클럽 !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가 원작이 있다면 원작 소설을 찾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영화를 보는데,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스토리의 영상과 감독이 의도한 바 대로 연출된 영화를 서로 비교해 가면서 나름대로 만끽하기를 즐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읽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소설은 일찌감치 소개되었지만, 최근에 영화로 제작되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소설을 먼저 읽었다. 이제는 한가한 때를 봐서 영화를 봐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와 반대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 원작이 소설인지 모르고 보는 경우와 우리말로 번역된 소설로 아직 소개되지 못했을 때는 어쩔 수 없다. 바로 이 소설이 이 같은 경우다.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 먼저 소개된 것은 영화였다. 1999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엔 2000년에 소개가 된 위 소설의 영화는 당시 '최고의 섹시남'으로 등극한 브래드 피트와 [프라이멀 피어]에서 명배우 리차드 기어와 함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살해범'역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낳았던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 두 사람의 만남 만으로 개봉전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파이트 클럽]이다.
 
 



  이 영화는 군살하나 없는 멋진 몸매와 특유의 야성미로 뒷골목 파이터 타일러역을 유감없이 발휘한 브래드 피트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가 타일러를 만나 남성성을 찾아가는 잭역을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은 관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뛰어난 연기로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영화였다. 나 역시도 이 영화만 몇 번을 볼 만큼 매료되었던 터라 '원작소설'이 나온 소식을 알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멋진 영화만큼이나 멋진 소설이었다.  
 
  수입 명품가구와 유명 메이커의 옷을 고집하며 사들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반복된 일상에서 공허함을 느끼며 살았던 잭은 어느날 특이한 인물, 비누 제조업자 타일러 더든을 만난다. 자신의 집이 폭파되면서 어쩔 수 없이 타일러의 공장지대의 버려진 건물에서 함께 동거를 하게 된다. 어느날 타일러가 자신을 때려달라는 부탁으로 시작해 서로를 때리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는데, 이제껏 찾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잭을 매료시킨다. 결국 이들은 토요일 밤마다 지하술집에서 일대일로 맨주먹으로 격투를 벌이는 '파이트 클럽'이라는 비밀 단체를 결성하게 되는데, 하나 둘 씩 모이던 회원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면서 대도시 곳곳마다 지부를 결성하며 엄청난 단체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에 기발한 반전이 숨어있는 이 소설은 남성들의 잠재된 폭력성과 일탈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TV로 축구를 보는 것은 수동적 참가로, 축구경기의 관전을 소극적 소극적 참가라고 한다면 동호회 조기회등에 뛰어드는 것은 적극적인 참가로 볼 수 있다. 싸움도 마찬가지다. 법에 제한되어 생각으로만 내재되어 있던 폭력의 적극적 참가는 비록 매주 토요일 밤 술집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그들의 작은 일탈은 나아가 세상의 부조리와 비리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집단으로 발전하게 된다. '행동으로 옮겨진 생각의 다양성'과 '남들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한다는 우월감'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구들을 저자 척 팔라닉은 이 소설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독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시점의 전환은 너무나 빠르고 정신없어 혼란스럽게 하지만, 잭과 타일러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아 함께 동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싸움을 넘어 사회를 향해 저지르는 그들의 다양하고 다소 유치한 범죄들은 그마저 생각으로 밖에 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감을 던져준다. 타일러는 생각안에 갇혀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한다. 하기 싫은 일 일랑 버려버리고, 밖으로 나가 이성과 교제하고, 쇼핑을 하고, 욕하고, 싸움하며 세상을 향해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라고 말한다.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인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저 하나의 수치스러운 물건에 지나지 않음을 말한다. 읽다가 보면 잭은 없다. 타일러 옆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바로 나, 독자임을 알게 된다. 영화에 이어 척 팔라닉은 나의 숨어있던 남성성에 불을 질렀다. 마초적 냄새가 가득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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