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가 내 몸을 망친다
이시하라 유미 지음, 황미숙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식사법, 소식小食을 알린 책!
 
  "뭘 좋아하세요?" 30대 초반까지 가장 난감해 하던 질문이다. 터지도록 배가 부르지 않다면 뭐든 먹는 것은 다 좋은 식성을 가지고 있어 웬만해서는 음식을 거절하지 못한다. 타고난 식성食性 과 '없어서 못먹고, 안줘서 못먹었던' 경험으로 키워진 후천적 식탐食貪 덕분에 남의 집을 가면 '남자답게 먹는다 혹은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밥상 앞에 앉았을 때 듣는 그 칭찬에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되도록 가리지 않고 먹었고 되도록 배가 부르도록 먹어 '뭘 좋아하냐' 물으면 '못먹는 것 빼고 다 좋아한다'고 선문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까다로워 진다고 스스로 느낀다.  "음식은 곧 사람이다."라고 어떤 음식을 먹는가를 살피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 건강을 생각하게 되면서 '비싸고 좋은 것을 먹기' 보다는 '제대로 만들어진 음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삼신할미는 사람을 세상에 내보낼 때 제 밥그릇 숫자를 정해주는데, 한 끼라도 적게 먹으면 그만큼 명命을 줄여서 다시 부른다' 는 우리 할머니의 섬뜩한 가르침을 깨닫게 되면서 되도록 '제 때에 잘 먹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음식은 몸을 움직여야 할 남은 시간을 위해 배를 불려야 하는 '연료보충'의 의미도 있지만 맛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욕구충족'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먹는 양을 반으로 줄이면, 누구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책, [하루 세 끼가 내 몸을 망친다]이다.
 
  우리 아버지 시절만 해도 "식사 하셨습니까?"고 인사를 할 정도로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던 때에는 '삼 시 세 끼 잘 먹는 것'이 최고였다. 지금도 잘 먹고, 맛있게 먹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고, '밥 잘 먹게 생겼다'는 외모 또한 후덕함을 대변하는 우리에게 '하루 세 끼는 많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목은 뜨악하게 만든다. 의학박사인 저자 이시하라 유미씨는 식사를 통한 자연치유요법을 연구했고, 여기에 한방지식을 결합해 독자적인 소식 건강법을 개발했는데, 일본에서는 꽤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우리보다 적게 먹는 듯한 일본인들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쌀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내게는 꽤 곤혹스러운 식사법일 것 같다는 예감으로 책을 펼쳤다.
 
  저자는 6,000년 전 만든 이집트 피라미드의 비문의 글 "사람은 먹는 양의 1/4로 산다. 나머지 3/4은 의사를 배부르게 한다"는 말을 빌어 '병은 과식에서 온다'며 '하루 두 끼' 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초소식'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이시하라 식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아침에는 당근+사과주스 한두 잔, 점심에는 국수, 저녁에는 뭐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실천된다 싶어 하루 한 끼만 먹고도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점심을 아침식사처럼 '당근+사과주스'나 생강홍차'로 바꾸고, 도중에 공복감이나 저혈당증상(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함, 현기증, 손 떨림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 있으면 초콜릿, 사탕, 흑설탕을 넣은 생강홍차를 먹으면 좋다는 것이다. 과연 정말 그정도만 먹고 살 수는 있는 것인가 의문스럽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공복감은 배(=위)가 '텅 빈' 상태라서 느끼는 증상이 아니라 혈당이 낮아졌을 때 뇌의 공복중추가 느끼는 감각이어서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굶으면 몸을 해친다고 경고하는 의학자와 영양학자도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감정론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시장기는 속이면 된다는 것이리라. 인간의 몸은 공복에 익숙하며, 오히려 포만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메타볼릭 신드롬(대사 증후군)이나 면역력 저하 등에서 오는 알레르기, 자기면역질환, 암 등의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병이나 암예방을 위해 특히 장수하기 위해서는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양적으로,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식사는 건강을 해치는 가장 좋지 않은 식사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로빈슨 크로스처럼 혼자서 살지 않는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에 치고, 사람에 치여 내 뜻대로 식사를 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식도락' 즉, 먹는 즐거움을 즐기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면 생활이 참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알면서 안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움은 없다'지만 어쩔텐가? 그게 나인데. 몸에 영양이 넘치면 세균을 죽이는 백혈구마저 배불러 더 이상 세균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글쎄, 소식하면 정말 건강할 수 있는거야?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의심을 거듭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개발한 '이시하라 식단'의 놀라운 효능과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 자신이 그 식단으로 지금껏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자신의 클리닉을 찾아온 많은 환자들의 편지나 후일담을 소개하며 '이시하라 식단'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책을 덮은 후 '옛날에 비해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열량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아침겸 점심과 저녁으로 하루 두 끼를 먹기는 하지만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바쁘고, 귀찮아서 먹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먹지 않는 한끼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는 듯 두 끼를 다소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줄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대신 아침은 저자가 권하는 당근+사과주스를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다는 건 나로써는 지속하기 힘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개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을 것 같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먹어야 건강해지고, 날씬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히 '이시하라 식단'의 효과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했던 것은 '체중감소로 인한 성인병 치료'였던 것을 보면 '과체중과 비만'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무서운 병'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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