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에드워드 권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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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접시에 담을 줄 아는 요리사, 에드워드 권의 이야기!
 
  지난 해 여름 끝 무렵, 어느 공영방송에서 '글로벌 한국인' 비슷한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중동의 두바이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에서 수석총괄조리장으로 근무하는 요리사 권영민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조명한 것이어서 지긋한 나이의 주인공이 나와 처음 외국에 와서 무척 많은 고생과 수고를 했는데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한국인 만의 끈기와 신념'이 있었다...운운 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청년이 나와 말보다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수십 수백의 요리사들의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교포 아냐? 그렇지 않고 저렇게 성공할 수 있겠어?' 어쩔 수 없는 이인자 정신, 맞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다.
 
  올해 봄에 음식재료 광고에 그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곧 책이 나왔다. 일곱 개의 별, 칠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을 칭하는 말, 그곳으로 스카운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일을 냈다는 말인데, 그의 책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어제 에드워드 권, 권영민의 책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만났다.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정진하는데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고, 책을 통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는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소위 말하는 '진정한 프로'로부터 제대로 알게 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이 그런 즐거움을 마음껏 선사했다. 에드워드 권은 이 책을 통해 요리사로서 걸어온 20년이 채 되지 않는 길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여느 성공스토리와 다른 점은 '천부적인 소질'를 자찬하거나, 자신의 힘들었던 역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꺼이' 즐기고 있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의 성공요인은 긍정적이고, 부지런하며, 변함없이 꾸준히 제 갈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지금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음식재료의 참맛을 알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100그램씩을 한 달간 먹어보고, 그 다음엔 조금 다른 시간대에 기름에 볶아서 먹어본다면, 또 불 조절과 조리시간을 달리 한다면 그 음식의 참맛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고, '접시에 담아야 할 것은 맛깔나는 요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은 제 직업에 대한 궤를 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손님이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배를 충분히 채웠다거나 맛있게 먹었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하고 갑니다'라는 뜻이며 요리사는 손님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집과 일터와 더불어 문화를 제공하는 제 3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던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말이 떠올랐다. '식문화食文化'의 진정한 정의는 바로 이게 아닐까?
 
 






























 
  모르는 식재료를 알기 위해 매일처럼 시장에 가서 직접 먹어보고, 모르는 음식을 알기 위해 틈만 나면 서점을 들러 요리책을 읽었으며 현재도 700 여 권의 요리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 외국에서 비교적 쉽게 알아 듣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많은 요리책 덕분이었는데, 관심있는 분야를 톨한 외국어 습득만큼 외국어 향상의 지름길은 없다는 그의 조언등은 후학들이 벤치마킹을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지도, 그리고 자신의 스승과 동료들의 실력도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요리사로서의 마음자세와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리가 아닌 마음을 담는 요리사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닮으려 했던 점은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셰프chef 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문화를 창출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고, 한국음식을 기본으로 한 미슐랭 레스토랑도 만들고 싶고, 세계최고 수준의 요리학교를 한국에 세워 후배양성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그가 늘 추구하는 '경영학의 성과관리기법'에 있는 도전적 목표stretch goal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바라는 것 모두를 이루게 될 지 그 중 하나를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천성 요리사이다. 박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배우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요리사, 그것이 그의 길처럼 보였다. 생생한 요리현장과 그의 요리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화보와 작가 못지 않은 글솜씨, 편집이 하나가 된 멋진 책이었다. 에드워드 권을 만나고 그의 요리를 먹는 것. 오늘 추가된 107 번 째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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