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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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자의 눈으로 본 예비 대통령 버락 오바마 !
 
  "만약 존 멕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변이라고 이야기해야할 정도로 선거의 판도가 바뀌어 버렸다." 오늘 아침 뉴스앵커가 전하는 말이다. 내일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시선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흔들리는 미국에 주목하는 시선들도 있지만,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라면 눈과 귀를 막고 일부러 문외한이길 자처하는 내가 그들의 잔치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그것에 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는 것만큼 어려웠던 것 이어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정치경력 12년, 초선 상원의원인 흑인 정치가가 어떻게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그의 어떤 힘이 쟁쟁한 흑인 지도자를 물리치고 상원에 오르게 했고, 이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따놓은 당상과도 같았던 큰 산 힐러리 클린턴을 뛰어 넘을 수 있게 했을까?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요즘의 드라마틱한 뉴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펼쳐든 책,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이다.
 
 


 
  저자는 KBS 정치부 기자로 활동중인 박성래씨로 2004년 미대선특별취재팀으로 선발되어 워싱턴에 특파된 저자가 존 케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펼친 버락 오바마의 단 한차례 연설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는데, 이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압도할 정도였다. 그 후로 오바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밀착취재를 시작하면서 정리해 온 오바마의 삶의 궤적을 책으로 펴게 된 것이다. 저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냉소적 차별과 편견을 따뜻한 배려와 이해로 바꿔나가는 그야말로 재기를 꿈꾸는 세상 모든 패배자의 진정한 멘토라고 이 책에서 평했다.
 
 

 
 
  사실 이번 미 대선의 양대 후보들은 그 자격면에서 예전의 상황과는 조금 다른 면을 띤다. 케냐의 유학생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흑인' 후보 버락 오바마는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마친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저자 역시 그의 친구 '케이스 카쿠가와'라는 일본계 흑인 혼혈아의 예를 들면서 30년이 지난 지금 단짝이었던 그의 친구는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버락은 40대 초반에 상원의원에 올라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미국 대통령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선 대선후보가 되었음을 보여주면서 그의 순탄치 않았던 어린시절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충분히 검지 않다'는 주위의 평가를 대선을 앞둔 현재까지 가장 큰 장애물로 안고 걸어가고 있다.
 
  한편 존 매케인은 지금의 아내인 버드와이저 맥주의 미국 3대 배급사의 대주주이자 1억 달러 자산가 신디 이전에 수영복 모델 출신의 늘씬한 미녀였던 아내 캐롤이 있었다. 40대 초반의 매케인은 캐롤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30대 중반의 총각 행세를 하며 20대 초반이었던 금발의 아리따운 여교사 신디와 결혼했다. 애리조나에서 하원과 상원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처가인 신디家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또한 대선출마는 꿈도 꿀 수 없는 심각한 결격사유기도 하다. 하지만, 전처 캐롤은 여전히 매케인을 존경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 헌법은 미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파나마의 미군기지에서 태어난 매케인은 대통령이 될 법적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미국 법원에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대선 후보로 등장한 지금부터 이런 출생과 성장과정에 대한 논쟁은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재 전 국민의 2%에 달하는 외국인 거주자 100만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버락 오바마의 출현은 지금껏 출현했던 흑인 지도자들과는 차별화된다. 그는 흑인만을 위한 지도자이기를 거부하고, 백인과 유색인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을 찾아내 그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된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또한 이라크전 반대에 대한 그의 일관된 주장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어떤 희생을 낳더라도 꼭 치뤄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부시정부가 만들어 낸 [어리석은 전쟁]이라면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노인이 약값을 내지 못해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분이 제 조부모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로 올바른 절차 없이 체포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믿음, 내가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야말로 이 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E pluribus unum(여럿이 하나라는 뜻의 라틴어로 미국 정부 국새에 새겨진 표어-역자주)!'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개인의 꿈을 추구하면서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으로 화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

[오바마, 2004년 민주당전당대회 기조연설 전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아웃사이더였던 버락 오바마가 대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그에게서 '지혜'를 찾아내라고 말한다. 오바마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상사는 부하직원의 마음을 얻는 길을 볼 것이고, 부하직원은 상사나 동료나 후배들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미국 진보 진영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른 오바마가 지난 대선에서 일패도지一敗途地 하다시피 한 대한믹구의 소위 진보진영에 던지는 의미는 클 것이고, 그의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 로 리뷰Law Review 역사상 최초의 흑인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의 이력만 보더라도 오바마를 단순히 한 번의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로 일약 스타로 거듭났다고 할 순 없지만, 정치시스템을 농락할 정도로 능숙한 정치가들 사이에서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내는 탁월하고 호소력 짙은 그의 연설로 세상에 우뚝 선 모습을 보면  로마시대의 키케로가 베레스를 고발하는 1차 연설로 세상에 알려진 점과 유사해 '수사학의 달인'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FTA 비준과 미국의 대북정책기조의 변화를 놓고 누가 당선되어야 우리에게 더 이익이 될 지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우리가 결정할 그 무엇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백인과 유색인종의 대립이 미국의 숙제라면 지금껏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합'을 강조했던 그를 통해 앞으로의 4년을 지켜볼 만 하겠다. 우리나라 정치부 기자로서 오랫동안 바라 본 '버락 오바마'에 대한 시선은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아 내일의 결정이 고민스럽지 않다. 지금껏 나온 자서전과 평전과는 전혀 다른 시점과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라서 그 의미는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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