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책읽는 기술!
 
  평생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글 몰랐던 우리 할머니도 팔순을 훨씬 넘도록 건강하게 살다 가셨으니 말이다. 우리 할머니는 기독교인이셨다. 아주 독실하신 신자셨는데 새벽기도회를 가시건, 주일예배를 가시건 글도 모르는 분이 어깨 한 짐되는 가방을 들고 다니셨는데, 가방엔 다름아닌 성경이 들었던 것이다. 글도 모른다는 분이 성경을? 그림성경. 지금 생각해보니 미국판 그림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웬만한 백과사전 두 권을 합친 듯 두꺼운 그것을 키가 150 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할머니가 열심히 들고 다니신 것이다. 네 살박이인 내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손주새끼에게 그 무거운 것을 들게 하실 리 없을테고 게다가 난 꽤 영민하지도, 싸가지가 있지도 못했으니 그 무거운 성경책은 할머니 몫이었다. 무겁고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그림성경을 가지고 예배를 보셨고, 항상 반박자가 느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모양에 맞춰 찬송가책을 가진 사람들보다 찬송가를 잘 부르셨다.
 
  중학생이었을 때 인가 보다. 뜬금없이 할머니는 당신의 존함을 가르쳐 달라고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나이가 되야서 내 글을 몬배운기 무서운 이유가 몬 줄... 니 아나? 죽어서 귀신되아가 돌아댕기다가 내 이름 쌔야진 문패 몬일글까바 그기 무서븐기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고 당신의 이름을 눈에 새겨놓기만 하고 돌아가셨지만, 그림성경과 다른사람의 입모양에 맞춰 예배를 보실 만큼 눈썰미가 있으셨으니, 충분히 당신집은 찾으시리라 믿고 싶다.   
 
  우리 할머니의 예처럼 글을 배우지 못해도,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루 24 시간이 모자라 온종일 뛰어다녀도 모자를 판에 한가하게 책을 읽는다니 어쩌면 독서는 시간이 배부른 자들의 향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조금 읽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책을 보면 볼수록 부족함을 안다고 하고, 읽어야 할 책은 태산보다 클 만큼 많다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고, 좀 더 능률적으로 책을 읽은 내용을 습득하려 나름대로의 독서법들을 찾는단다. '책을 잘 읽기 위한 책'이라... 이 책 또한 독서법 중에서 '독서토론'과 '베껴쓰기'의 놀라움을 주로 알려주는 책이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강호들의 한 사람으로 '감오행感悟行;느끼고 깨달았으면 움직여라' 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진 서상훈씨의 책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른 바 '독서노트'로 알려진 사람들이 꽤 있다. '공병호씨의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있고, 매일아침 메일로 배달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도 있고,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있다. 이들 독서노트는 책의 일부를 우선 소개하고, 그 내용을 저자가 나름대로 해석해 '행간에 숨어 있는 내용의 핵심'을 잘 짚어내 주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감오행 역시 블로그인가 카페글 중에서 한 권의 책을 잘 요약해 둔 글들을 썼던 것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어 그의 아이디를 확인하고 집어들게 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은 '독서토론'과 '베껴쓰기'. 먼저 저자는 독서토론에 대하여 교육 방법 가운데 독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검증된 방법이고, 토론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감안할 때 독서토론은 통해 자신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토론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지식,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사회성을 키워주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방식을 채택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며 세계를 이끌어갈 21C 핵심인재를 키우는 일에 독서토론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이 지금껏 실행해 온 독서토론의 경험을 종합해 독서토론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 예를 5단계 독서토론 프로세스와 책의 후반부에 있는 '실전 천재 독서법'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나 역시 독서토론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번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정형화되지 않은 진행과 미숙한 준비로 난상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던터라 이부분을 주목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독서토론 역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독서란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래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리더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또 다시 생각을 걸러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잘못하면 '토론을 위한 독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독서란 독자가 제 깜량에 맞게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자신이 읽어 어렵다고 느꼈다면 그 누가 뭐라해도 어려운 것이고, 아무리 쉽고 유치하다 하더라도 내가 읽어서 감동적이었다면 나만의 '최고의 책'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 느끼고 배운 점은 머리와 가슴으로 체득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풍부한 시야와 생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독서의 의미를 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저자의 독서토론의 변을 들어보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어울리는 독서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껴 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가 예를 든 것처럼 성경이나 불경등을 베껴쓰는 일을 전에 목격한 바 있지만, 이는 '기도의 또 다른 방편'이다. 공자님의 '위편삼절'이나 정약용 선생께서 자식들에게 '초서(메모해 가며 책을 읽는 방법)'를 권했던 방법처럼 책이 귀했던 때이거나, 완전히 외워야 할 만큼 주옥같은 책이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모든 책에 그럴수야 없잖은가? 목사님의 성경 베껴쓰기는 그것이 그의 업業 이 이유일테고, 저자 역시 자신의 예를 든 것이 영영 사전과 옥편이 아니던가?
 
  세상은 변했다. 21세기에는 '종이로 된 책과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할 만큼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였고, 전자책과 전자신문이 이미 상용화 되는 만큼 현재는 그 과도기에 접어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종이로 된 것이냐, 컴퓨터 안에 들은 것이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채 한 권도 읽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이 많은데 이들에게 독서토론과 베껴쓰기를 권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한 현재 공부를 업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책과 접할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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